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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 내가 느낀 공부에 대한 단상
2012-01-04 16:26:43최종 업데이트 : 2012-01-04 16:26:43 작성자 : 시민기자   윤정원
지난해는 무척이나 바빴다. 
군 제대 후 복학생으로 다시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터라 학기 수업에도 열중해야했고, 기존에 하고 있던 발명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해야 했기 때문이다. 
방학 때도 모여서 잠도 못자고 학교에 남아 이것저것 준비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우여곡절 끝에 학기는 끝났고, 다행히 보상이라도 받듯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정신없이 1년을 마치는 도중 안타까운 기사를 하나 보게 되었다. 

중학교 2년생 다훈이(14·가명)는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 잘하고 부모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성적이 오르면 엄마 얼굴은 밝아졌다.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차가워졌다. 다훈이는 자기 만족보다 엄마에게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부모는 다훈이가 외고에 들어가기를 바랐다. "중1 때부터 성적이 좋아야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다훈이의 희망과 학교생활, 친구 관계에는 무관심했다.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지워버렸다. (중략) 다훈이는 지난 10월 20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아이의 방 책상에는 A4용지 두 장짜리 유서가 놓여 있었다. 
"나는 정말 죽어라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도 성적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나도 좋은 성적을 얻고 싶었는데 엄마는 친척들이 있는 데서 나에게 모욕을 줬습니다. 내 자존심은 망가졌습니다. 교육만 강조하는 한국의 사회 구조는 잘못됐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교육 현실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런 세상에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는데 무조건 공부에만 매달려야 하는 것이 싫습니다.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이 사회를 떠나고 싶어요. 전 미국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스티브 잡스를 만나러 먼저 갈게요. 엄마 아빠, 동생만큼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습니다. 제 무덤에 아이팟과 곰인형을 함께 묻어주세요." - [10대가 아프다]

14살 다훈이의 마지막 언제부터인가 점수만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초등학교부터 각종 시험을 치러야했고, 시험 점수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학생들은 학원에 다녀야했고, 공부에 있어서 배움이라는 그 본질보다는 점수라는 그 결과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게 번져있다. 

학생인 내가 느낀 공부에 대한 단상_1
아시아인들의 경우 시험을 망치면 인생까지 망쳤다는 좌절을 느낀다고 한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아시아인들은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좌절하며, 시험의 실패만이 아니라 그 해의 실패, 더 심하게 인생의 실패라는 이상한 좌절을 맛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학점을 따기 위해 시험 족보를 구하러 다니거나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해답지를 찾기 바빴고, 주변에 눈을 돌릴 틈 없이 시험만 바라보며 지내는 모습에 숨이 막혀올 때도 있었다. 한 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뜨거운 교육열을 칭찬했던 것으로 열광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단순히 오바마의 칭찬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의 한국 교육열 칭찬과 함께 말했던 것을 주목해야한다. 바로 낙제방지법(NCLB : No Child Left Behind) 개혁인데 학생들로 하여금 일 년 내내 규격화된 시험을 보도록 강요해서는 안 되고, 평가방식 또한 결과중심에서 과정중심으로 바꾸고 수업방식도 개별화 맞춤형으로 개혁하겠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흔히들 우리나라 교육이나 정책들을 비판하곤 한다. 하지만 교육과 정책이 바뀐다고 해서 다훈이가 맛보았던 좌절감을 없앨 수 있을까. 교육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결과만 가지고 모든 것을 평가하는 우리들의 인식을 바꾸지 않고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생인 내가 느낀 공부에 대한 단상_2
이제는 배달 알바를 하더라도 학력과 토익점수가 필요하다.
 
물론 공부는 중요하다. 공부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가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인간이 공부의 수단이 되어 맹목적으로 좇아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단지 결과하나만으로 과정들이 평가받고 인생의 좌절까지 이어지는 그런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윤정원,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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