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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2012-01-12 12:55:57최종 업데이트 : 2012-01-12 12:55:57 작성자 : 시민기자   윤정원
첫 만남에서 한국 사람들은 대개 통성명을 하고, 그 다음 나이를 물어본다. 
이러한 모습이 관례인 것 마냥 굳어졌다. 시쳇말로 족보정리한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한국인들이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인식이 들어있다. 
나이를 물어보면서 형님, 아우님이라는 존칭을 만들고, 그러한 존칭을 통해 끈끈한 결속력 같은 것을 만들어내곤 한다. 

유교 도덕사상의 기본이 되는 다섯 가지 덕목 중 장유유서(長幼有序)의 가르침 때문일까 우리는 은연중에 나이를 통해서 사람 관계의 순서와 질서를 정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우리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존중하게 되고, 대할 때도 조심스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이를 물어보면서 서열을 정하는 것도 모자라 그 사람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나이를 통해 사회적인 순서를 정하고, 그 사람의 질적 측면을 정해버렸다. 일례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인 이준석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 중 일부는 나이와 관련된 것이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_1
조갑제 대표는 홈페이지에 26세에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적었다.
 
조갑제 대표만이 아니라 조갑제 닷컴에 일부 사람들이 이준석 위원에 대한 글을 올린 것을 보아도 이준석 위원이 정치판에 뛰어들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 사람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나이가 어리면 그 분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할 수 있고, 사고하는 폭도 좁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에 꼭 연륜이 필요할까. 나이가 어리지만 정치에 관여하는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8세기말부터 19세기 초까지 영국의 정치인이었던 윌리엄 피트는 1783년 24세의 나이로 가장 어린 영국 수상이 되었다. 
독일의 제 10대 대통령 크리스티안 불프는 1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민당에 입당하였고, 당 학생연맹 연방의장, 당 청년동맹 위원, 니더작센주의 당 청년동맹 의장을 맡는 등 청년 시절부터 정치에 깊숙이 관여했다. 

뿐만 아니라 인구 8200명의 미시간 주 힐스데일 시에서는 2005년 당시 나이 18세로 고3 학생인 마이클 세션스가 시장에 당선되었고, 2008년에는 인구 4만의 오클라호마 주 머스코지 시에서 19세 학생인 존 타일러 하몬스가 시장에 당선되었다. 

우리나라 14대 대통령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28살에 첫 국회의원이 되었다. 
정치 분야 외에도 우리는 젊은 CEO를 통해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나이어린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다. Facebook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 '키작은남자'라는 인터넷 쇼핑몰로 연매출 200억을 달성한 20대 CEO 권명일 등 뉴스에서 연신 소개되는 여러 젊은 CEO는 많이 있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나이가 절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또 경험이 많아야지만 그 분야에 대해 명석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도 아니다. 

T.S. Elliot는 그의 시, Choruses from the Rock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했다. Where is the wisdom we have lost in knowledge? 지식 속에서 잃어버린 지혜는 어디에 있을까? - Choruses from the Rock 中, T.S. Elliot 지식 중에서 지혜를 상실한다고 풍자하는 표현으로 해박한 지식이 오히려 편협하거나 왜곡된 시선을 낳아 문제를 바로보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나이가 어리고 그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역으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신선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이가 어리면 미숙한 점이 많다는 인식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다. 
사람들 나름대로의 관심분야가 있고 그 분야에서 충분히 공부를 하고 노력만 한다면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윤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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