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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성, 당신만 그런게 아니라오
2012-07-26 08:12:35최종 업데이트 : 2012-07-26 08:12:35 작성자 : 시민기자   정진혁
 
중년남성, 당신만 그런게 아니라오_1
중년남성, 당신만 그런게 아니라오_1

"여보, 오늘 나 늦어요. 저녁때 애들 밥좀 챙겨 줘요. 냉장고 안에 김치 잘라 놨으니까"
"어? 으응... 그래. 알았어"
아침 출근길, 아내의 알방적 통보(?)에 더 이상 어디에 무슨 일로 갔다가 언제 올거냐고 굳이 묻지 않는 남편. 딱 90년대 초반 정도까지의 남녀의 위치기 바뀐듯한 2012년 오늘. 

그러려니 하면서 먼저 핸드백 들고 나가는 아내의 뒷모습에서 많이도 바뀐 사회적 모습에 스스로 놀라기만 할 뿐이다.
얼짱, S라인, 엄친아, 헬리콥터 부모 등. 요즘은 신문과 방송은 물론이고 사람들끼리 오고가는 말을 들어보면 참 다양하고 기가막힌 신조어가 난무한다. 그 수준이 청소년들 사이의 대화속으로 넘어가면 가히 해석불가 정도로 여겨지는 말들이 무척이나 많다.

한때 마마보이가 있었는데 요즘은 또 그게 아닌 와이프 보이가 대세라 한다. 사회적으로 힘이 있고 대인관계도 원만하지만, 유독 아내에게만 무력한 남자들을 일컫는다나. 
여기서 같은 남자로써 살짝 비애감(?)을 느껴 보지만 결혼을 하더라도 여자의 뜻대로 해주는 순종적인 남자를 원하는 여성들이 나타나면서 이런 형상이 생겼다고 하니 이곳도 세월의 흐름의 변화로 받아들여야 하나? 

7080세대라는 말로 한때 특정 계층을 지칭하는 말이 오랫동안 씌여졌는데 이 와이프보이라는 말도 이를테면 3050세대 아줌마들이 평소 생각하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속내를 끄집어 내어 만든 말이라 한다. 
사회가 급변하니까 별의별 신조어가 다 생긴다 싶지만 사실 그 부분에 대해 공감이 아예 안가는건 아니다. 주변에 사는 부부들을 보면...

와이프 보이가 되면 우선 집안이 조용해진다. 쓸데없이 부닥쳐봐야 자신의 신상만 불편해진다. 또 연약한 여자에게 이기면서 살아봐야 득 될 것 하나 없다. 남는건 상처난 자존심뿐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참 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지만 사회 현상이 다 그러니  어쩌랴. 

남편이 아내보다 더 배우자에게 만족하고,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비율도 남편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고 보면 중년 남성들 사이에 회자되는 '간 큰 남자' 시리즈 얘기도 그냥 웃어 넘길 일만은 아니다. 언제부턴가 아침에 밥 달라고 소리치기도 힘들거니와 외출하는 아내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어보려 하지 않는다. 

아내가 연속극을 보는데 채널 돌리는 건 더더욱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집에 앉아 그저 드라마나 챙겨 보면서 소일하는 아저씨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주5일 근무, 빠른 퇴근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TV 시청엔 큰돈이 들지 않아 그런것 같다.

또래의 꽃중년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TV 앞으로 몰려들어 대리만족을 느끼는걸까? 
하지만 가끔씩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또한 주변의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요일별로 정해놓고 아예 작정하고 TV 드라마를 챙겨 본다는 사람도 있고, 행여 회식이나 출장으로 보지 못한 드라마는 아내에게 지난 줄거리를 묻기도 한다니. 

젊은 시절에는 그런 자기의 모습이 한심해 보여서 아예 이런 일은 생각도 안했는데 그런 거 개의치 않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나이들어 가고 있구나 하는것을 느끼는 것이다.
부모를 모시거나 당연히 모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현재의 자식들로부터는 그런거 전혀 기대조차 못하는 낀 세대.

이것도 일종의 팔자이려니 하며 산다. 노후에 자식들이 무엇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힘들거니와 기대를 한다해도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국가라도 나서서 이 낀 세대들을 보호해 주거나 안전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은듯 하여 약간 서운하기도 하고.

어쨌거나 남녀평등이(아니 남성 불평등으로 역전된지 오래인듯) 세상을 지배하는 오늘이지만, 그래도 가정의 평화를 지킬수만 있다면야.
중년 남성들, 당신만 그런게 아니라오. 모두 다 그러니 힘 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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