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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똥고집과 붕어빵 사건
2012-08-08 14:36:52최종 업데이트 : 2012-08-08 14:36:52 작성자 : 시민기자   박나영
지금은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아들.  성격이 곧이 곧대로다. 고집도 센데다가 어린 녀석이 누구에게 지기 싫어하는 것도 영낙없이 아빠를 닮았다. 당연히 융통성도 부족하다. 
이게 그렇다고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성격이 그러니 어쩔수 없는데... 

저녁나절 식사를 마친 뒤 뭔가 허전함을 느꼈는지 집 근처에서 파는 붕어빵을 먹고 싶다며 돈을 2000원만 달랜다. 한참 크는 나이이기에 배가 고플까봐 돈을 주었더니 붕어빵을 딱 2개만 사 들고 들어왔다. 엥? 아무리 물가가 올랐기로서니 2000원을 들고 갔는데 이게 웬일?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나에게 아이는 씩 웃으며 유치원 정도 다니는 꼬마 아이가 붕어빵 리어카 앞에서 서 있길래 그 아이에게 1000원어치 즉 2개를 사 주고 제녀석도 나머니 1000원어치만 사 들고 왔다고 하는게 아닌가.
아이에게 그런 인정머리가 있다는게 기특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들의 똥고집과 붕어빵 사건_1
아들의 똥고집과 붕어빵 사건_1

그러고 보니 이 융통성 없는 녀석이 유치원 다닐때 그 붕어빵 덕분에 사고를 친 일이 떠올라 혹시 그때 일을 기억하고 그랬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아이가 6살 때 일이었다.  야근이 있어서 회사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잠시 한숨 돌리며 커피 한잔 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남편이었다. 목소리는 금세 숨이 넘어갈듯 했다.

"여보, 큰일났어. 애가...."
"애가? 애가 왜요?"
"동혁이가... 글쎄 동전을 삼켰어. 동전을"
아이가 동전을 삼켰다며 남편은 119를 불러 병원 응급실로 가면서 전화를 건 것이다. 
동전? 먹으면 안되는 것이긴 하지만 이게 숨 넘어갈 정도의 일은 아닌데... 어린애들이 그럴수도 있고...그러다가 똥으로 나오기도 하는건데. 

일단 그래도 사람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닌듯 해서 안심은 됐는데, 그날 집에 돌아가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놈의  똥고집이 화근이었다.
일이 터진 사연은 붕어빵 때문이었다.
아이가 유치원을 마치고 나오던중 길가에서 맛있게 굽고 있던 붕어빵 냄새가 아이의 코를 자극했던 모양이었다. 그 옆에서 1000원에 3개 주는 붕어빵을 산 형아들이 맛나게 먹는걸 보면서 군침을 흘리자 "뭘 보냐 임마. 너도 사먹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의 주머니에는 단돈 50원짜리 하나가 있었다고 한다. 100원도 아닌 그 50원이 왜 아들 주머니에 들어 있었는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다. 
어쨌거나 단돈 50원 가지고는 군침 넘어가는 단팥 붕어빵을 사먹을수 없다는 걸 아는 아들. 이 가련한 어린 양에게 동네 형아들이 아량을 베풀기는 커녕 "너는 이것 사먹을 돈도 없냐? 그럼 그 돈이나 먹어라!"라고 놀렸다는 것이다.

여기서 일이 터졌다. 한 고집 하는 아들, 그 성질머리에 확 불을 댕긴 동네 형아들의 한마디에 아들은 그 자리서 50원짜리 동전을 꿀꺽 삼켜버렸다.  욱 하는 성질에 형아들 보는 앞에서 동전을 확 먹어 치우자 그 포스에 놀란 형아들은 제녀석들이 동전을 먹으라고 윽박지른(?) 죄가 있으니 냅다 꽁무니를 빼버린 것이다.
그날 저녁. 식사를 하는데 아이가 눈만 꿈벅 거리며 밥을 안먹더라고 했다. 녀석이 저녁 식사를 할때까지 동전 먹어 치운 일을 얘기하지 않은 것이다.

끼니 때가 되어도 밥을 두고 눈만 굴리고 있었으니 먼저 퇴근한 남편이 이유를 묻자 그제서야 이녀석 하는 말.
"아빠, 쇳덩어리는 똥 나와?"
"뭐? 웬 뚱딴지 같은 쇳덩어리? 얘가 밥은 안먹고 웬 똥 얘기야?"
남편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제서야 자초지종을 설명한 아들. 남편은 순간 식탁 뒤로 나자빠질뻔 했다는 것이다. 동전을 먹어 치운것도 모자라 그때까지 말도 안하고 있다가 기껏 그게 똥으로 소화가 되냐고 묻는 태연함에 할말을 잊은채 119를 불러 병원으로 달린 것이다.

다음날에야 고것이 정말 '똥'으로 나오고서야 한숨을 돌릴수 있었다. 이 똥고집 아들놈, 성질머리는 아직도 그대로이긴 하지만... 그래도 인정은 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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