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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차용증을 받는 우리집
2012-08-15 12:54:12최종 업데이트 : 2012-08-15 12:54:12 작성자 : 시민기자   김만석
거실에 나가 아내가 보고 있던 TV를 보니 가정 상담 코너에서 두 아들의 모친이 아들들에게 돈을 빌려 줬다며 양육비를 청구했고 이와 관련해 며느리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장가갈때 아들에게 집을 사준것, 유학갔을때 대줬던 각종 비용등에 대해 월 100만원을 내 놓으라고 했다는 줄거리였다.

방송을 지켜보니 특히 큰 아들은 수입의 80%에 가까운 차용금(?)을 어머니한테 갚다보니 자신의 부인과 갈등을 겪다가 이혼신청에 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이날 방송내내 아내는 내가 요즈음 우리 아들에게 받고 있는 차용증과 그 동기가 비슷한것 같다면서 방송내내 박장대소를 멈추지를 않았다.

그래도 큰 놈은 우리 부부가 경제적으로 어려울때 경험을 간직하고 있는지 돈의 소중함을 어느정도 이해하는 듯 하다. 용돈을 주어도 잘 쓰지 않고 가능하면 아끼는 편이다. 이와 반해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 아들은 큰놈과 반대다.
일주일치 용돈을 주어도 한꺼번에 써버리는 등 경제관념이 조금 뒤떨어지는 것 같다. 이 아들의 경제관념을 바로잡아 준다고 몇차례 노력은 해보았지만 쉽지는 않은것 같다.

그러다가 기가막힌 아이디어(?)를 냈다. 둘째 아이에게 차용증을 받기로 한 것이다. 아이들 학비로 꽤 수월찮은 돈이 들어가는데 그 돈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게 된것이다.  
그동안은 학원비를 은행에서 학원통장으로 자동이체 해왔지만, 내가 일부러 현금을 찾아와 이를 아들에게 건네면 아들은 엄마에게 다시 이 돈을 건네줘 학원비를 납부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돈을 건네면서 차용증을 받는다. 몇월 며칠 얼마를 학원비 명목으로 아빠에게 빌렸다며 차용증을 써서 받았다.

아들에게 차용증을 받는 우리집_1
아들에게 차용증을 받는 우리집_1

둘째 아이는 처음에는 차용증의 의미도 모르고 내민 차용증에 이름을 쓰라고 하니까  배시시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지 나름으로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일이냐는 듯. 하지만 몇차례 그렇게 계속해서 차용증을 받았더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차용증에 서명을 한다. 

아이들 경제관념은 어릴때 부터 시켜야 한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때 부터 용돈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경제관념을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모들의 이런 관념이 자리잡으면서 아이들의 용돈 관리는 비교적 잘 이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신 몫으로 쓰게되는 각종 학원비에 대해서 아이들은 그 소중함을 잘 모르는듯해 나는 아들에게 차용증을 받는 고육지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내는 아들에게 차용증을 받는 것에 대해 좋은 기색은 아니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적극적으로 말리는 편이다. 아내의 만류에도 나는 학원비를 건네면서 꼬박꼬박 차용증을 받고 있다.
자기손에 건네져온 학원비의 무게를 헤아리면서, 자신의 일주일치 용돈과 비교해 그 만큼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으니 학원수업에 충실하라는 나만의 셈법이다.

과연 이 같은 내 방식이 교육적으로 현명한 것인지 아닌지는 확정적으로 말할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무것도 안하는 것 보다는 이런식으로라도 시도를 해보는 것이 아이에게 경제적인 개념을 심어주는 길이 아닌가 해 앞으로도 계속해 차용증을 받으려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제녀석도 뭔가 깨닫는 바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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