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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마, 나 위암이란다
암과 긍정적으로 친구하기
2012-08-20 10:46:11최종 업데이트 : 2012-08-20 10:46:11 작성자 : 시민기자   정진혁
7개월전 일이다.
그동안 시시때때로 만나서 소주 한잔 기울이며 아이들 학교 얘기, 직장 얘기, 잘 사는 동창 녀석들 칭찬 얘기 나누던 오래된 친구로부터 밤 12시가 넘어 느닷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하는 말,
"얌마, 나 위암이란다"
"뭐? 암?"

자신의 질병, 그것도 암이라는걸 남에게 말하기는 참 어렵다. 가족한테조차 힘든 그 말.  망치로 '텅'하고 맞는 기분이었다. 이 사실이 꿈 이거나, 소설이라면, 드라마라면? 딱 그말이 맞다. 결정적 타이밍에 주인공이 암에 걸리는... 

그 일로 친구네 가족은 초상집 분위기라 했다.
그 누구도 너무 건강했던 친구가 암이라는 것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럴만도 했던게 친구는 술 담배도 안하고, 운동은 열심히 한 정말 이 시대의 표준이자 모범 성인이었기 충격이 너무나 컸다. 이를테면 지금까지의 상황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 같은것.
친구이자 제3자인 내가 받아들이기에도 너무나 표현이 안될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얌마, 나 위암이란다_1
얌마, 나 위암이란다_1

녀석은 그래도 친구인 내가 미더웠고, 맘 터놓고 말할 인간이라고 생각해 털어 놓은 말이기는 했지만 나는 순간 무슨말을 해야할지 뜨악했다. 
그냥 서둘러 주워들은 말로 "얌마, 요즘 위암은 암도 아니랜다, 수술은 언제하냐?"라며 애써 태연한척 안심은 시켜 줬으나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다음날, 커피 한잔 하자며 만난 나는 녀석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근에 내가 겪었던 가족 이야기를 해줬다.  긍정의 힘이 뭔지에 대해... 

재작년 말, 크리스마스 캐롤이 막 울려대던 무렵에 캐나다로 이민 간 사촌형님 댁에서  잠깐 와 달라는 기별과 함께 비행기표까지 끊어서 보내 왔다. 형님은 이곳에서 장손이었기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날 때 종친들의 반대와 아쉬움 같은게 겹쳐 한국에 남은 정이 많았었다.

먼데서 동생을 보자고 하니 기쁜 마음 반, 설레임과 궁금증 반을 가지고 열일 제껴놓고 비행기를 타고 캐나다까지 날아갔다.
그런데 아, 하필이면 나쁜 예감이 맞아떨어졌다. 형님은 좋은 일로 부른게 아니었다. 암이라고 했다. 대장암.... 수술 날짜를 잡아 놓고 만약을 대비해 집안 종친 일을 좀 아는 나를 꼭 보고 수술대에 올라야겠기에 불렀다는 것이다. 
만약 형님이 수술이 잘못될 경우 종친의 땅 문제, 제사 문제와 선산, 납골당 등 처리해야 할 일을 나와 상의하기 위해 불렀다는 것이다.

마음은 편치 않았으나 형님으로부터 필요한 전언은 죄다 듣고 기록을 했다. 그리고 며칠 후. 
형님과 함께 그곳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형님에게 하는 말이 놀라웠다. "친구가 하나 늘으니까 지낼만 하시나요? 암세포 이녀석과 잘 사귀어 보도록 노력하십시오."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형수님이 통역을 해줘서 알게 된 말이지만 그네들 의사는 환자가 암이라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돕는다고 한다. 즉 암과 같은 난치질환을 보는 유럽인들의 시각은 확실히 우리와 달랐다. 암과 친구하라고 표현할 정도로 긍정의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반면 우리는 지나치게 비관적인 경우가 많다.
우리 의사들은 표정부터 가라앉힌 뒤 "열어봐야 알겠지만, 이미 전이가 시작됐습니다."라며 비관을 전제한다. 또한 환자 대신 보호자부터 조용히 불러 심각하게 말한다.

癌(암)을 파자해서 풀이하면 기가 막힌다. 질병 안에 입구(口) 셋에다 메산(山)이다. 왜 입구를 셋이나 썼을까. 예나 지금이나 암에 걸리면 "이런 치료가 좋다."는 둥 "저런 치료가 좋다."는 둥 치료가 어려운 만큼 치료법에 대한 각양각색의 말과 우여곡절이 많다. 환자와 보호자는 갈팡질팡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치료를 못해 사망하고 산(山)에 묻히고 만다. 그래서 癌이라는 한자풀이가 이렇게 나온것 같다. 

캐나다의 형님은 결국 수술이 잘 끝나 지금도 건강하게 살고 계셔서 다행이긴 한데 나는 그날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비교해서 많은 생각을 해봤다.
서양인들은 자기를 죽이려고 찾아온 암과도 "친하게 지내라"고 말할 정도로 삶이란 때론 인정하고 때론 받아들이며 순응하는 무대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절망적 상황에 직면했을때 지레 겁먹고 포기하고 낙담만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게 놀라웁게도 질병으로 죽는게 아니라, 그 질병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마음이 암보다 더 무서운 병일수 있다고 한다.
세상살이는 실패도 있고 2등을 할때도 있으며 탈락도 하고, 패배도 하고 좌절과 시련도 있는게 당연하다. 질병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내게 찾아올수 있는 그걸 인정할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친하게' 지내 보자는 여유와 긍정의 힘을 스스로 길러보자는 것이다.

친구에 어깨를 두들기며 "새겨 듣고 힘내라" 했다.
그리고 한달후, 수술대에 오른 친구. 수술은 잘 끝났고 녀석은 정말 열심히 투병생활을 했다. 떼어낸 암덩어리 자국과 벗하며 '열심히 친하게' 지낸 덕분에 6개월이 지난 지금은 다시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이다. 앞으로도 몸 관리 잘하고 섭생하면서 지내면 별탈 없을거라고 한다.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한다. 
"축하한다. 암 일찍 발견해서 하하하. 그리고 너 잘 치료한거 내 덕분이다 임마"
친구의 건강에 나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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