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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시절이 간다
2012-08-22 23:59:11최종 업데이트 : 2012-08-22 23:59:1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승화

무더운 여름 낮잠을 잘 때면 시끄럽게 울어대는 곤충이 있다. 바로 매미이다. 잘 생각해보면 매매는 우리에게 가장 친근하며 거부감이 없고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는 곤충이다. 이와 같은 곤충이 또 없는 듯하다. 

올 여름에는 이 매미소리를 많이 듣지 못한 것 같은데 벌써 처서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주에 비가 와서 며칠 동안 매미의 울음 소리를 듣지 못했더니 맴맴 소리가 더 그리워진다. 나는 매미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동심으로 돌아가곤 한다. 

어렸을 적 평상에 누워 시원한 산들바람을 맞으며 쉴 때면 항상 자장가처럼 매미소리가 들려왔다. 친구들과 들로 산으로 뛰어 다닐 때도 매미 소리가 들리면 멈춰 나무 어딘가에 매달려 있을 매미를 찾아보곤 했다. 우리가 가까이 가면 어떻게 알았는지 소리를 딱 멈추는 매미가 신기하기도하고 소리가 안나면 찾기 힘들어 원망하며 그냥 지나쳐 갔던 기억이 난다. 

내가 초등학교때는 곤충채집이라는 숙제가 있었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나비와 매미를 잡았었다. 상자에 죽은 매미를 핀셋으로 꼿고 이름도 적어 개학날 고이 가지고 가느라 진땀을 뺀 기억도 난다. 이렇게 어렸을 때 매미와 관련된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어서 그런지 성인이 된 지금도 매미 소리가 반갑고 그리운 것이다. 

매미는 유충 때에는 땅 속 나무 뿌리에 바늘 같은 입을 박고 즙을 빨아먹고 자라고 허물 벗기를 계속하면서 성장한다. 나는 여름이 시작되기 전 매미의 허물을 본적이 있다. 나무 한그루에 매미가 벗은 허물 아주 많아서 놀랐었다. 아마도 그 나무의 뿌리에서 자란 유충이 마지막 허물을 나무에 매달려 벗었던 모양이었다.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기에 한참을 서서 허물의 개수를 세어보고 어디로 나왔는지 찢겨진 부분도 관찰했었다. 

매미의 시절이 간다_1
7월에 본 매미 허물

어떤 매미는 땅속에서 6년을 보내는 매미도 있다고 하니 정말 오랜 기간 동안 세상을 보기위해 준비하는 매미인 셈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하고 성장한 매미가 햇빛을 보고 살아가는 날은 고작 10일 정라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성장하고 여행하고 열심히 울어서 짝짓기를 하고 죽음을 맞이하고... 매미가 불쌍하다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매미의 일생은 날기 시작하면서 부터가 아니라 아주 작은 유충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며 세상 빛을 보는 10일에만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땅속에서 성장하는 6년의 세월도 의미 있는 삶인 것이라는 말을 했다. 

남편의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해보니 꿈을 펼지기 위해 20년 넘게 공부하고 준비하는 학생들처럼 매미는 6년이란 세월을 준비하며 웃고 울고 즐겼는지 모른다. 그리고 하늘을 날며 인생의 전성기를 맞고 10일 동안 오히려 죽음을 준비하는 인간처럼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미는 땅속의 삶부터 죽음까지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곤충임이 매미의 울음소리에서도 느껴지는 듯하다. 

이번주 비가 내리며 이 매미의 시절이 지나가는 것 같다. 이 비가 내리고 나면 처서가 오고 처서가 지나고 나면 가을이 성큼 올 것이다. 마지막까지 큰 소리로 울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매미처럼 살아야겠노라 나의 삶을 다짐해본다. 매미의 시절은 가지만 다시 찾아올 매미가 지금 땅속 어딘가에서 또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승화, 여름, 매미, 유충, 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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