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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교동 사거리의 아름다운 벽화
2012-08-25 10:17:02최종 업데이트 : 2012-08-25 10:17:02 작성자 : 시민기자   박나영
얼마 전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매교동 쪽으로 가는데 딸아이가 "엄마, 저것 좀 봐. 너무 예뻐요." 하고 말했다.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거대한 벽 그림이 수십 미터에 걸쳐 길다랗게 그려져 있었다.
"어? 정말이네. 참 예쁘다. 보기 좋구나."
딸의 놀라움에 나의 놀라움이 겹쳐 벽화를 보는 순간 마음이 한결 푸근해 졌다. 

그동안은 그저 딱딱하고 묵직한 콘크리드 담장이었는데 그 파랗게 채색된 그림을 보노라니 재색빛 구름 사이로 하염없이 비 내리던 오후, 은은한 감성으로 추억과 그리움에까지 젖어들게 했다. 
물 내음과 흙 내음에 빠져 튀기는 빗물을 맞으며 물장구 치던 어린시절, 이웃집 아이와 비닐을 쓰고 담벼락 굴뚝 옆에 쪼그리고 식식거리며 앉아 있던 옛 모습이 떠오른다.
친구의 들썩이는 어깨 위로 하얀 김이 모락모락 솟아 올랐는데 왠지 갑자기 삶은 감자가 먹고 싶어졌다. 그때는 그랬다.

그렇게 수십년이 흘러 도심 한가운데서 농촌의 그림이 그려진 벽화를 보니 순진 무구했던 어린 시절이 그리움으로 남아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매교동 4거리. 동편 수원시청 쪽에서 오다 보면 오른쪽 벽면이고, 남편 호산쪽에서 올라 오다 보면 거의 맞은편 벽면으로 보이는 이 매교동 4거리의 벽화. 

사실 그동안 이곳을 지나 다닐때는 그저 사거리 주택가의 길과 경계를 이루는 콘크리트 벽면일 뿐이었다. 
그리고 모든 벽면이라는게 아주 고급스럽게 치장을 하지 않으면 어둠침침하고 지저분하게 방치되기 일쑤인데 이 벽에는 최근 한달전쯤에 파란 하늘과, 태극기와 무궁화에 새까지 그려 넣어 너무나 화사 했다.
그뿐 아니라 시골의 산과 초가집, 나무를 함께 그려넣어 도시로 떠나온 농촌출신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추억과 감성을 넣어주기에 충분했다.

시내에서 흔히 보지 못했던 벽화를 본 딸이 너무 예쁘다며 탄성을 지른 것이다. 
그 벽은 한달전까지 수십년동안 아무 생명력 없이 회색 콘크리트 벽면이었을뿐으로 있다가 누군가의 생각과 누군가의 정성스런 손길에 의해 나무와 하늘과 태극기와 새와 산과 초가집이 어우러진 시원한 거리 풍경화로 변한 것이다. 작지만 상쾌한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매교동 사거리의 아름다운 벽화_1
매교동 사거리의 아름다운 벽화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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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교동 사거리의 아름다운 벽화_2
매교동 사거리의 아름다운 벽화_2

더군다나 우연의 일치 치고는 아주 절묘하게 요즘 일본이라는 나라가 천지 분간을 못한채 독도를 가지고 난리 치는 상황에서 커다랗게 그려진 태극기는 그걸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애국심을 절로 느끼게 하고,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나도 그곳을 오가면서 저 태극기가 마치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비록 그림이지만 바람에 의해 펄럭펄럭 움직이는 태극기. 

수원의 거리에 아주 드물게 보는 즐거운 변화라면 이런 종류의 벽화가 아닐까 한다. 서울을 비롯한 다른 도시들도 오래된 낡은 건물과 그 건물을 감싸고 있는 칙칙한 분위기를 일신해 보고자 이런 벽화그리기 사업을 한다고 들었다. 
이는 도심의 옥상을 정원화 하는 식으로 도심을 깨끗하고 보기 좋게 하는 사업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볼수 있을것 같다.

온 종일 차들이 오가며 매연을 뿜어 대는 삭막한 도심 한가운데 건물 벽에 이렇게 울긋불긋 그림이 그려지니, 주변의 전체가 숨통을 트이는 느낌을 받는건 당연지사다. 
벽화를 보는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벽을 벽으로 보지 않는다. 벽은 새와 나무, 꽃, 풀, 거리, 사람, 장승들이 뛰어 노는 거대한 자연속의 산과 들인 것이다. 벽이 사람과 자연을 만나게 해주는 매개체고 소통의 공간이 되어 주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이 것도 도시인들끼리 나누는 하나의 커뮤니티라고 본다.  아득한 그 먼 옛날 생산과 풍요를 간절히 바라며 선조들이 그려 놓았던 암각화, 팔만 가지도 넘는 인간의 번뇌를 벗어나고자 구원의 붓질을 해댔던 사찰의 벽화가 세월을 넘어 우리 곁에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지 않는가.

우리는 그런 문화유산을 지닌 민족이다. 그런 우리가 벽화를 통해 마음을 나눈다면 시민들에게는 여유와 삶의 향기를 조금이라도 더 부드럽게 해줄수 있지 않을까.
문화라는 것은 세월 속에 비로소 영특하게 되는 것이다. 일상의 거리를 소박하게 채운 매교동 사거리 벽화처럼 수원시내 곳곳의 담장과 콘크리트 건물 벽면이 참신하고 소박한, 때로는 아름답고 화려한 그림으로 치장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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