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아이에게 공부보다 책을 친구 삼게 해야
2012-08-31 16:17:59최종 업데이트 : 2012-08-31 16:17:59 작성자 : 시민기자   박나영
엄마들이 아이들의 모습중 가장 행복한 모습은? 당연히 공부하느라 책상에 얼굴 파묻고 있는 장면.
엄마들이 아이들로부터 가장 듣기 좋은 말은? 당연히 책 사 달라는 얘기.
물론 둘다 무척 속물적인 생각일수 있겠으나 대한민국 엄마들중에 이 두가지를 마다할 엄마 있으면 나와 보시라.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공부해라 염불처럼 외우고 다닐수는 없는 일이니 공부는 그렇다 해도 책을 읽겠다는거야 누구도 말릴 일이 아니다. 책 속에 길이 있고 대자연과 우주가 다 들어 있으니까.
며칠전 초등학교 3학년 아들가"엄마, 책 사게 돈좀 주세요"했다. 초등학교 1학년 딸 아이는 책에 그닥 흥미를 못 느끼고 있어서 걱정인데 이녀석은 그래도 마음에 든다.

아이가 책을 사러 가겠노라고 돈을 달라니 기쁜 마음에 지갑을 꺼내며 무슨 책을 읽을건지 물었다. 아이는 학교에서 준 권장도서 목록을 보여주며 우선 두가지를 지목했다. (혹시 책 광고가 될지 몰라서 제목은 생략합니다)
그 말을 듣는 엄마의 마음은 뛸듯이 기뻤다. 기분이 좋아 아이와 함께 갈 생각을 했다.  아이에게 돈만 쥐어줘도 될 일이지만 아이와 함께 걸으며 책 이야기, 아이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공부보다 책을 친구 삼게 해야_1
아이에게 공부보다 책을 친구 삼게 해야_1

서점까지 거리는 걸어서 15분 정도였다. 자전거 타고 휙하니 다녀오겠다는 아이 손을 잡고 같이 나섰다. 저만치 길가 가로수 아래에 파라솔을 펼쳐놓고 학습지 홍보를 하던 선생님들이 우리 모자를 보자 반갑게 다가왔다. 
"어머, 얘가 아주 똑똑해 뵈네요. 몇학년이세요?."
뭐, 똑똑해 뵌다는 말이 사탕발림인거 다 아는 일이지만 일단 친절하게 다가온 그분들을 나몰라라 할수도 없어서 잠깐 멈칫했다. 손해 날거 없는것 같아서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라는 사실까지 친절하게 답해 주면서.

걸음을 멈춘 우리에게 이 학습지 선생님들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며 "아이가 얼마나 아는지 보자"고 자리에 앉혔다.
얼떨결에 아들은 학습 능력을 테스트 받게 되었다. 시험이란 걸 알았는지 아들은 긴장한 얼굴로 교재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평소에는 잘도 재잘대던 아이가 문제집 비슷한 거기에 이런저런 것들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답도 잘 못적었다. 그 앞에서 은근히 벌벌 떠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는 그리고는 한시라도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파 하는 얼굴이었다.

귀엽고 딱한 모습에 결국 나는 슬쩍 웃음이 났다.  나의 아들은 '학습을 좀 더 필요로 함'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아이를 옆에 세워두고 학습지 선생님들이 여러 가지 설명을 했다. 왜 아이들에게 학교 외의 추가적인 공부가 필요한지, 요즘 누구나 다 하는 학습지가 큰 돈 들이지 않으면서 어떤 장점이 있는지, 주변의 어떤 아이들이 어떤 효과를 누리고 있는지와 이런 일종의 선행학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요즘 선행학습 안하면 다른 아이들 성적을 도저히 따라 갈수 없다는 은근한'협박'성 권유까지.
"네, 잘 알겠습니다"하면서 그 자리를 떴다.
영어 외에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는 나의 교육방식이 뭔가 잘못된걸까? 슬그머니 걱정도 되기는 했다.
선행학습이 동네 강아지 이름처럼 다 시키는 일이 되었지만 이제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에게 4학년, 5학년 과정을 미리 시킨다면 아이가 지금 읽고싶어 하는 책들은 언제 읽을수 있을까. 

사실 요즘 아이들은 이미 초등학교 들어가기 훨씬 이전부터 옛날처럼 형제들 어깨 너머로 한글을 깨치기 전에 방문학습지 선생님과 공부의 세계로 들어간다. 
요즘 젊은 엄마들의 극성을 곱지 않게 보기도 하지만 사실 그들의 교육열을 인정하지 않을수도 없다. 어릴적 아기들에게 처음에는 초점책을 보여주고 그 다음은 촉감책, 그림책, 생활동화, 과학동화, 영어동화 등등 성장 단계별로 영양분을 공급하듯 다양한 책을 보여준다.  그리고 학교에 가자마자 선행학습으로 죽죽 빠져 나간다.

그러니 나는 너무 느긋한걸까, 아니면 무관심한걸까. 
나는 그렇게 무리하게 아이들을 잡고 싶지 않을 뿐인데. 학습지 교사의 설명를 듣고 스멀스멀 기어 오르는 걱정.
그러나 나는 지금 아이에게 읽고 싶어하는 책을 읽게 해주는게 더 좋은 길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폭 넓은 독서를 통해 사고력과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여러 교육 지침서와 아이를 수재로 키운 부모들의 인터뷰를 보면 반드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지금은 어쨌거나 독서를 권장하고 싶은 것이다. 책이란 평생 곁에 둬야 할 친구인데, 그런 친구를 미리미리 만나 두는 것만큼 소중한게 더 있을까. 여든까지 간다는 세 살 버릇을 위해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싶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