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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정감이 넘치는 폐지수집 할머니
2012-09-15 07:16:10최종 업데이트 : 2012-09-15 07:16:10 작성자 : 시민기자   임윤빈

마트에서 일 해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것저것 부산물들이 참 많이 나온다. 마트에서는 그게 처리곤란인 경우도 있고, 어찌 보면 쓰레기 같은것들이라 때론 처치곤란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든 처치곤란인게, 또 다른 곳에서는 무척 필요로 하는 물건인 경우도 많다.

예전엔 버리지 못해 고민하던 제재소의 톱밥도 이제는 돈 받고 파는 물건이 됐고, 닭집의 내장도 개를 키우는 집에 들어 가고, 채소집의 얼갈이 겉 줄기도 시레기 만들어 파는 아줌마들이 죄다 가져가듯이.
우리 마트의 빈 박스나 깡통도 예전에는 처치하기만 힘든 재활용 분리수거품이었는데 몇 년전부터 그것을 수집해 파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는 참으로 유용한 물건이 되었다.

우리야 남아서 버리는 것들이지만 그분들께는 그냥 유용한 정도가 아니라 생업의 중요한 입원이다. 
사실 그걸 죄다 모아서 팔아봤자 하루 몇천원꼴이지만 자신들을 부양할 자식이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하루 몇천원은 정말로 큰 돈일 것이다.
그것도 여기저기 가게들 옆에 버려진 한두개씩의 박스와 깡통을 왼종일 리어카 끌고 다니며 모으는 일은 너무 들지만 대형 마트들은 그래도 뭉텅이로 내어 놓으니 그런 수고로움도 덜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간적 정감이 넘치는 폐지수집 할머니_1
인간적 정감이 넘치는 폐지수집 할머니_1

오전 11시 쯤 되면 동네에서 폐지수집을 하시는 할머니가 마트에 들르신다. 가게 앞에 놓아둔 박스나 깡통들을 가져가시는데 항상 비닐은 분리해서 휴지통에 따로 버리고, 계산대에 와서 손녀뻘되는 나한테 "사모님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하고 가신다. 나도 멋쩍어서 할머님보다 더 큰 각도로 인사를 받곤 했다.

하루는 평소보다 늦은 시간인 정오 때 쯤 할머니께서 나타나셨다. 시장하셨는지 작은 컵라면을 하나 사시더니 밖에서 비바람이 치는데도 매장 안에서 드시지 않고 맞은편 건물 앞 계단에 앉아서 후루룩~ 잡수시는것이 아닌가?
안에서 의자에 앉아 편히 드실 것을 여러 번 권해드렸지만 할머님께서는 자기가 들어가면 냄새가 나서 손님들이 싫어할 거라며 연신 손사래를 치셨다. 
거기까지는 할머니가 편하신대로 하시는것이니 그럴수 있으려니 했다.

그런데, 라면을 다 드신 할머니는 잘 먹었다면서 몸빼 바지 주머니를 뒤적뒤적 하시더니 꼬깃한 천원짜리 지폐 하나를 쑥 꺼내 그걸 반듯하게 펴서 한번 예쁘게 접으신 후 계산대 앞 불우이웃 성금함에 넣으시는게 아닌가. 
돈을 아끼느라 컵라면도 큰 컵이 아닌 작은 컵라면을 드시면서 이렇듯 베풀기까지 하시니 옆에서 지켜보는 내 마음이 감동이 일었고 부끄러워졌다. 

"할머니, 이거 이따가 점심때 드세요"
그런 할머니를 옆에서 보는 내 마음이 더 행복해져 나는 잽싸게 상품 진열대로 달려가 5개들이 커다란 단팥빵 봉지와 맛살 봉지 두 개를 집어들고 와서 할머니 손에 쥐어 드렸다.
물론 내가 따로 계산할 생각으로.

"이게 다 뭐여? 왜 그라요?"
할머니는 눈이 휘둥그래진다.
"비도 오고 날씨가 쌀쌀해요 할머니. 드시는거라도 두둑하게 드셔야 힘도 덜 들고 덜 추우시죠. 점심때 끼니 거르지 말고 꼭 드세요"

내 말과 마음의 뜻을 알아차리셨는지 할머니는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시고 되돌아서셨다. 그 뒷모습이 오찌나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던지.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갖고 계신 할머니를 보며 사는 게 힘들어 남을 도울 여력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부족해도 나눌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야말로 값어치로 따질 수 없는 미덕이 아닐까. 하루 종일 폐지수집을 하시는 탓에 할머니에게서 풍겨나오는 먼지 냄새야말로 인간의 정감이 물씬 담긴 향기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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