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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들은 왜 뛰어다녀요?
외국인들이 했다는 한 마디를 듣고
2012-10-04 19:10:49최종 업데이트 : 2012-10-04 19:10:49 작성자 : 시민기자   박보혜
기자만의 생각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 사람들의 '말'에 참 민감하게 반응하는 같다. 
이웃 일본이나 중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행여 한마디라도 비판의 말을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그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고 일부는 극단적인 원수 취급을 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일본이야 역사적으로 침략을 받은 아픈 과거가 아직 남아 있으니 그렇다쳐도 언젠가부터 우리는 해외 특히 서양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평가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들으면서 그것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온 면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지인들과 빵집에서 팥빙수를 먹다 나온 얘기의 한 토막이다. 나는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처음 관광을 와서 음식점에 갔는데 여러 식당에서 탁자에 두루마리 휴지가 놓여있는 걸 보고 '화장실용 휴지를 한국 사람들은 왜 음식 먹을 때 사용하나'라고 놀란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대뜸 반격을 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유럽에 가서 그 나라 홈스테이를 했는데 그 집 거실에 떡하니 한국 '요강'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골동품 엔티크샵에서 구입한 것인데 동양의 장식용품인 줄 알고 귀하게 다루고 있더라며 속으로 웃었다는데 문화란 다양성을 그들만의 잣대로 재단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거였다. 그 분의 말을 들으니 서양 사람들 문화도 다 우리보다 우월한 건 아닐 거라며 서로 위안을 했더랬다.

10여년전만 해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붙어 있는 지도 모르는 미국, 유럽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제는 드라마와 음악, 스포츠 속의 휼륭한 유명인들을 비롯해 꼭 그렇지 않아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한국이 서양에 알려진 것이 사실인 듯 하다. 
그래서 한국을 알려는 시도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우리 문화에 딴지를 거는 서양인들은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고, 최근 싸이 강남 스타일 열풍을 계기로 더더욱 한국의 문화가 그들에게 알려질 것이 예견되어 반갑다. 그럼에도 며칠 전에 들은 어떤 외국 사람이 했다는 한 마디 말이 내내 가슴에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어떤 것이었냐면, 왜 서울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하철을 이용할 때 승강장에서 내릴 때 많은 이들이 뛰면서 나가고 입구로 달려나가는지 의아하다는 궁금증이었다. 그 외국인은 처음에는 바깥이나 근방에서 무슨 큰 일이 일어난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동안 봤는데도 계속 그런 현상이 보이니까 참 이상하더라는 거였다. 
출퇴근 시간, 신도림역이나 서울역같은 대형 환승 통로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기자도 생각해보니 평일에 서울에서 낮에 지하철을 타도 사당, 교대, 시청 등에서 사람들은 어김없이 문이 열리자마자 튀어 나오면서 급기야 계단도 뛰며 올라들 간다는 걸 알았다. 

15년 전쯤 스무살 무렵 처음 서울 지하철을 이용했을 때는 나도 사람들의 속도전에 놀랐었지만 어느덧 당연한 듯 익숙하게 이용해 왔었다. 
그런데 서양인의 눈으로는 그런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위험해도 보이는데 사람들이 그것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어느 누구도 바꾸자고 하지도 않는 것이 이방인으로서 궁금한 거였다. 입장 바꿔 생각하니 어쩌면 당연한 시각이다. 

한국사람들은 왜 뛰어다녀요?_1
서울 지하철의 평상시 모습

헷갈리는 문화가 또 하나 있는데 대형쇼핑몰, 마트의 큰 화장실에서 줄을 설 때 문 바로 앞이 아니라 입구에 줄을 서야 하는 건지 아닌지 하는 것이다. 정확히 일일이 기억하진 않지만 주말에 어떨 때는 서양식으로 바깥에 줄을 한 줄로 서고, 어쩔 때는 기존의 방식으로 서고 하는게 엇갈리고 때로 사람들도 두리번거린다.

이제는 경제 선진국의 대열에 당당히 입성한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들이다. 불필요하게 선진국 사람들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에 이제는 일일이 신경쓰고 그것에 좌지우지될 필요는 없을 거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한가한 시간에도 모두 하나같이 급한 일이 있는 듯 뛰어다니는 우리의 문화를 지적하는 한 외국인의 날카로운 한마디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꼭 뛰어다니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성급하고 불안정한 생활의 태도가 그러한 집단적 문화로 표출된 예라는 생각도 든다. 

중국을 여행했을 때 가이드에게 들은 말 중에 대다수의 중국 운전자들은 차가 아무리 꽉 막혀도 '만만디'라고 한다. 그것은 매우 느긋한 마음을 말하는 거였는데 그건 또 우리 기준에서 보기엔 지나치게 호기로운 여유로 보였다. 중국의 지나친 여유와 우리의 지나친 조급함의 중간을 찾을 수 있다면 딱 좋을텐데. 

푸르른 하늘이 마음을 푸근하게 하는 가을엔 조금만 더 여유롭고 너그러운 마음을 배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도 나도 돈 벌고 살아가기에만도 바쁘고 각박한 것을 잘 알고 기자도 그 한가운데서 정신이 없긴 하지만 우리보다 선진문화를 먼저 경험한 이들의 따끔한 한 마디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하철문화, 외국인의시선, 박보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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