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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팔 다리를 주물러 드린 시간은?
2012-10-21 09:49:27최종 업데이트 : 2012-10-21 09:49:27 작성자 : 시민기자   최희연

요즘 부부동반으로 산행을 즐기시느라 주말이 바쁘신 아빠 엄마가 오늘 아침에도 꼭두새벽 산을 타러 나가셨다. 등산복은 이미 구입완료를 했고 그 외 등산복에 필요한 가방이나 물품 등을 하나씩 구입 하시는 모습을 보시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예전엔 산행을 하신 경험이 거의 없으셨던 분들이시라, 급작스럽게 산을 타게 되면 무릎 관절 쪽에 무리가 올 것 같은 걱정이 들었다. 그나마 아버지가 엄마의 옆에 계셔서 엄마의 산행을 이끌어 주실 것이기 때문에 다행스런 일이지만, 그래도 뼈에 오는 압박은 피할 수 없으리라 생각 했다. 

그렇게 한 달에 4번씩 주말 마다 산을 오르다가 엄마의 무릎관절이 이상이 생기셨다. 안 그래도 친구의 어머니 되시는 분이 이틀 전에 무릎관절 파열로 수술을 받으셨다. 
이 분도 역시 등산을 굉장히 좋아 하시는 분이셨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산을 타시고 그 외 탁구도 하루에 두 시간씩 꾸준하게 하셔서 아마추어 대회까지 나가셨는데 결국에는 무릎 쪽에 근막이 파열 되어서 서울에서 수술을 받으신 것이다. 
부모님께 경각심을 일으켜 드리게 하기 위해서 이 사례를 말씀 드리니 걱정 하지 말라시며 나를 안심부터 시키셨던 분들인데, 무릎이 아프시다는 소리를 하기 시작 하셨다. 

무릎 근막 파열의 초기 증상은 무릎이 간헐적으로 아프다가도 이것이 반복 되면서 중증으로 되면 걷기도 힘들정도로 악화 되어서 수술을 한다고 하는데, 혹시 엄마의 무릎 통증이 근막 파열의 초기 증상이 아닐까 걱정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쇼파에 앉아서 야윈 엄마 다리가 보였는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다리 아프단 말씀은 하신 적이 없으신 분이 다리가 아프단 말을 하시니까 걱정이 됐다. 

엄마의 갸날픈 다리를 내 다리 위로 끌고 와서 주물러 드렸다. 한사코 사양 하시던 엄마는 나의 야무진 손길에 다리가 시원해지셨는지, 거절을 하시다가 10분만 주물러 달라고 하셨다. 주물러 드리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예전에 봤던 엄마의 통통한 다리는 어디 가고, 새 다리가 있었다. 

부모님의 팔 다리를 주물러 드린 시간은?_1
부모님의 팔 다리를 주물러 드린 시간은?_1

나의 튼실한 다리와 비교 해 보니 엄마 다리는 어린이의 다리 마냥 앙상한 뼈만 남아 있었다. 다리에 살이 다 빠지시니까 당연히 나의 큰 손에 다리가 모두 잡혔다. 뼈에 사람 손길이 닿으면 혈액순환 면에서 시원함을 느껴서 통증이 가셔지기 때문에 한번 주무르는 맛을 본 사람은 이 맛을 잊을 수가 없는데 엄마는 어느 순간 지시까지 하셨다. '그 밑에..그쪽 위에가 좀 아프구나..' 그러다가 엄마는 잠이 드셨다. 

자식이 부모의 팔 다리를 주무르는 것이 옛날에는 당연한 일이고 하루에 한 번씩은 행하는 일과와도 같았는데 요새 자식이 부모 팔 다리를 매일 주물러 드리는 사례는 드물 것이다. 나도 살아온 인생에서 부모님의 팔 다리를 주무르는데 과연 얼마의 시간이 소요 됐는지 계산 하면 총 5시간도 안 될 것이다. 

생각으로는 자주 주물러 드리면서 살갑게 굴고 싶지만 행동으로는 실천이 안 된다. 실제로 바쁜 것도 아닌데 부모님과 마주 앉아서 대화 하는 시간도 적다. 
엄마의 야윈 다리를 보니 더욱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었다. 자식을 한 둘이 아닌 대여섯 명을 낳는다고 해도 제 각자의 생활을 하느라 자주 대화도 못 나누는 외로움을 다른 곳으로 풀기 위해서 부모님들은 중년이 되어 운동을 시작 하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건강을 위해서라지만 내가 생각 하는 이유도 조금은 부합 될 것 같다. 
이제 엄마 아빠가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 하셨으니 무릎관절에 무리도 더 하실 것이다. 그 다음 주말 무리 없는 산행을 위해, 등산을 하고 오신 날 저녁에는 내가 무릎을 주물러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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