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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을 샀을때 축하해 주는 마음
2012-10-25 11:17:55최종 업데이트 : 2012-10-25 11:17:55 작성자 : 시민기자   박나영
가을 단풍도 예쁘게 들고, 나들이 하기에 적당한 계절인지라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토요일에 서해 쪽에 펜션을 빌려 가을 여행을 떠났다.
원래 여행이란 홀연히 혼자 떠나 고독을 즐기는 여행도 있고, 연인과 데이트 하는 기분으로 하는 여행도 있지만, 역시 결혼해서 살다 보니 가족과 함께 웃으며 떠나는 여행이 가장 행복한듯 싶다.

사실, 직장과 집에만 시계추 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생활하는 시민들,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이 있겠는가. 특히 우리 수원은 아주 가까이 서해를 끼고 있어서 차도 안막히고 하루 이틀 다녀 오기에 너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여행이 주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은 우리를 늘 설레이게 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여행을 꿈꾸고 갈망하는 것이다.
여행은 익숙했던 모든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끊임없이 낯설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여행을 떠나는 모든 자는 이방인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여행을 통해 얻는 이 특별한 느낌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경험들을 일시에 가능하게 만들기도 하고, 가족간에 사랑도 재확인하게 하고, 요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로 그 '소통'이라는 것도 가장 쉽게 하는 매개체 역할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서해로 가니 작은 포구에는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죽 늘어선 조개구이집, 횟집, 바지락 칼국수집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얻어 먹으려고 모여든 갈매기가 수백마리씩 떼지어 날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펜션에 여장을 풀고 가족 모두 저녁을 먹기 위해 우선 어판장으로 들어가 보았다. 어시장 구경을 하기 위해서였다. 

사촌이 땅을 샀을때 축하해 주는 마음_1
사촌이 땅을 샀을때 축하해 주는 마음_1

싱싱한 대하, 바구니마다 푸짐하게 담가 놓은 조개, 펄떡이는 생선을 그대로 건져 올려 즉석에서 회를 치는 상인들.
그리고 어판장 밖에 죽 늘어서 있는 파라솔 밑에는 의자와 가스 불판이 함께 놓여져 그곳에 찾아온 사라들이 곳곳에서 조개구이를 해 먹고 있었다. 어판장내에서 일정량의 조개를 사다가 그곳에 돌아와 알아서 구워먹는 방시이었다. 어판장에서는 조개를 사면 그걸 구어서 까 먹을수 집게와 목장갑, 그리고 초장과 젓가락을 한꺼번에 내 주었다.

모두 다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삶의 현장이기도 했다.
우리 가족이 움직일때마다 여기저기서 "일루 들어오세요" "우리집 맛있어요"라는 호객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당장 무엇을 먹기보다 시장 구경을 더 하기 위해 천천히 구경하고 싶었지만 유난히 큰 소리로 호객을 하는 업소들의 영업방식에 여행의 기분이 살짝 흐트러졌다. 

그런데 우리를 자기 식당으로 끌어들이려고 호객을 하는 말중에 유난히 귀에 거슬리는 말이 섞여 있었다.
"그집 맛 없어요." "그집은 양을 적게 줘요" 혹은 "다른데 전부 가봤자인데"
이 말들은 어느 곳에서나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다 똑같이 쓰고 있었다. 아마도 그곳에서 오랫동안 장사하면서 입에 달고 사는 말인듯 했다.

하지만 내가 다른 곳을 가르켜 "그 집은 맛이 없어요"라고 한다면 다른 집도 내 집을 향해 똑같은 말을 할것이고, 이런 평가는 모든 곳에서 다같이 나눠 갖는 말이므로 결국에는 그게 전부다 내 집을 향해 욕하는 것이 되어 누워서 침뱉는 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학 다닐때 학과 MT를 가게 되었을때가 있었다. 
그때는 2개학과 80명이 동시에 움직이는 일정이어서 사전에 답사를 하고 미리 숙소와 식당 예약을 해야만 했다.
학과대표와 함께 현지에 가서 이야기를 하면서 그때도 느낀 점은 현지 여관 주인들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하나같이 자기네 여관의 장점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오히려 다른 여관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 지역을 찾아가는 관광객의 수를 늘려서 그 지역 모든 여관이 다 호황을 누리려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손님들 중에서 자기 여관에만 많이 오도록 다른 여관의 단점만을 꼬집어서 부각시키는 것이었다.

반면에 대학때 배낭여행을 하던중 영국의 한 관광지에 갔을때는 주변의 호텔업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없는 부러움과 더불어 우리의 의식을 바꾸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호수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인하여 자신들이 삶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자기네 지역에 찾아 오는 관광객의 수를 늘리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그곳의 문제점을 토론하고 개선해 나간다고 했다. 그래서 휴양객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을 해 주었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사라지고 함께 축하하며 같이 성장할수 있는 생각을 먼저 하는 마음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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