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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과 아이들이 받는 충격
2012-11-01 12:19:01최종 업데이트 : 2012-11-01 12:19:01 작성자 : 시민기자   박나영

토요일 오후에 친구네 집에 놀러 갔던 아이가 30분도 안돼서 돌아왔다. 가자마자 온 것이다.
"왜 벌써 왔어? 더 놀다 오지"
"그냥요...."
아이의 대답이 의외로 시큰둥 했다. 녀석이 혹시 싸웠나? 아니면 그 집에서는 갑자기 가족 모두 외출할 일이 생겼나? 저녁밥을 먹으려고 우리 아이를 돌려 보냈나? 저녁밥을 참 일찍 먹는 가정이구나 싶었다.

빨래를 접다가 아무래도 궁금하기도 하여 아이 방에 가서 이유를 물었더니 아이가 일찍 돌아온 이유는 그게 아니라 의외로 다소 충격적인 일이었다. 
우리 아이가 그 집에 놀러간지 30분도 채 안됐을때 부부간에 다툼이 있었던 모양이다. 부부싸움의 이유도 그집 아이가 밖에 놀러 나갔다가 잠바를 벗어 두고 온 일로 아빠가 엄마더러 "애를 그따위로 키우느냐"면서 싸움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잠바의 가격이야 얼마짜리인지 모르지만, 입고 있던 옷을 잃어버렸으니 화가 날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부부싸움으로 번지고 우리 애는 그 집 애와 처음에는 그냥 아이 방에서 놀았는데 부부싸움의 소리가 점점 커져서 결국 우리 애가 무서워서 도망 왔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니 그집 아이들은 부부싸움때 얼마나 무서울 것이며 공포감을 느낄까. 그리고 그 후유증과 스트레스는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갔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내가 그동안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 아이 집에서 엄마가 그집 아이를 대할 때 조금만 잘못해도 말로 하는 법이 없다고 한다. 컵의 물을 쏟는다거나 할 때 바로 손이 올라가고 아이의 등이나 어깻죽지를 때렸다는 것이다. 친구인 우리 아이가 옆에 있는데도. 
심지어 부모님 말을 안 듣는다고 '개가 고추 따먹게 한다'고 겁을 주면서 집 밖으로 쫓아냈던적도 있다는 것이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나는 앞으로 그 친구와 함께 노는건 뭐라 않겠지만 그 집에 놀러 가는건 가급적 자제시킬 생각을 했다. 
부모에게 매를 맞거나 심한 꾸지람을 들어서 서러움과 실망을 느낀 경험은 아이들에게 두고두고 상처로 남고, 심한 경우에는 자라면서 그게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부부싸움과 아이들이 받는 충격_1
부부싸움과 아이들이 받는 충격_1

그게 그나마 다행으로 아이가 스스로 이겨내고 성장에 방해가 크게 되지 않는다면 상관없겠으나 나중에 정신적으로 불안장애나 충동적이거나 혹은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으로 나타날수도 있기에 문제가 커질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의 경우 유치원이나 학교에 지각ㆍ결석하는 일이 잦거나, 너무 일찍 혹은 너무 늦게 귀가하는 아이, 계절에 맞지 않는 복장을 하거나 혼자 노는 아이, 극도의 수치심을 보이거나 지나치게 순종적인 아이, 항상 피곤해 하며 집중을 못하는 아이가 있다면 가정내에서 학대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언젠가 신문에서 한 교사가 쓴 글을 본적이 있는데 그중에 어린 학생이 쓴 일기 일부를 발췌해서 옮긴 내용이 있다.
"나는 부모님께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무척 실망했다. 어쩜 그 기억은 내 평생 가슴 속에 남을 것 같다. 아버지가 밥상을 엎고 엄마를 때리고 욕을 막 했다. 엄마는 도망가서 큰고모 집으로 가셨는데 내 기억으로는 이혼을 한다고 하셨던 것 같다."

아이가 느끼는 충격이 어느정도일지 짐작도 안간다. 특히 청소년기 어린아이들은 부모의ㅡ이혼 이야기가 나올때 상상할수 없는 충격에 휩싸인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이상 자녀를 두고 있는 40세 전후의 부부에게 부부싸움이 잦은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 자녀교육 문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인데다 새로울 것 없는 결혼 생활에 부부 사이의 애정이 예전 같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또한 아이가 성장, 발달하는 과정에서 이 시기에 부모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예민해지는 것도 한 요인일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부부싸움은 자녀에게 깊은 실망감과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사건이다. 이것이 부부의 싸움만으로 끝나는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부부싸움의 여파로 인해 아이들이 방치되거나 화풀이의 대상이 되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어린 자녀에게 오래도록 깊은 상처를 남기는 부부싸움. 그 어떤 부부라도 완전한 일치에 이르러 갈등이 없는 부부는 물론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차피 상대의 인격을 존중해야 할 의무가 서로에게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인격적으로 존중한다면 부부싸움이 생길리 없고, 덩달아 부부싸움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충격을 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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