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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들이여, 젊게 삽시다
2012-11-08 03:53:41최종 업데이트 : 2012-11-08 03:53:4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재령
저녁에 퇴근해 욕실로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가 기겁을 했다. 평소 아침에 세수를 할때 세면대 막힐까봐 욕조에 머리를 대고 감았는데 그동안 신경도 안쓰다가 욕조 물 빠지는 구멍을 봤더니... 
새까만 머리가 엉겨 한주먹은 되다시피 쌓여 있는게 아닌가.

이게 다 내 머리에서 빠져 나온 것들이란 말인가. 이렇게 빠지도록 왜 그냥 방치했지? 이러다가 하루 아침에 대머리 되는거 아냐? 벼라별 생각이 다 들면서 은근히 허탈했다. 나이 먹어 가는게 서러웠고 두렵기까지 했다. 저렇게나 많은 머리카락이 빠졌는데 아직 대머리가 안된걸 보면 머리카락이 많이 나기도 나는구나 싶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면 돌려놓을 수 없는 아쉬움이 계절에만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평생, 청년인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머리카락이 수북히 빠져 쌓인걸 보면서 허탈감마저 생기는걸 보면 가슴이 철렁하고 심지어 거울 앞에 서기가 두려워진다. 

아침 잠이 없으면 벌써 늙었나 싶고 몸이라도 찌뿌듯하면 바깥나들이도 부담스러워 지듯이 세월 뒤에는 항상 아쉬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하듯 시간과 계절과 세월은 같이 가는 것이지만 우리는 애써 구분하고 달리 이해를 하려 한다. 그것이 순리이고 자연의 법칙일 텐데 사람들이 순응하지 못하는 것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본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중년들이여, 젊게 삽시다_1
중년들이여, 젊게 삽시다_1

일찍 결혼한 친구는 애들이 대학에 갔네 어쩌네 하면서 소식을 날리는데 그럴때마다 이건 그저 남의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가까운 선배가 벌써 며느리, 사위를 봤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이제 곧 할아버지 소리 듣겠네요" 라고 하자 그 소리가 징그럽다며 손사레 치는 것도 또한 남의 일이려니 했다.

하지만 이제는 커 가는 자식들을 보면 남의 일만 같지 않으니 이걸 어쩌겠나. 
아침 저녁으로 제법 큰 엉덩이를 뒤둥뒤뚱거리며 학교 갈 채비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 나이가 이제 정말 한달반만 있으면 거스를수 없는 40대의 마지막 49이 되는구나" 싶어 슬그머니 두려움에 몸을 떨기도 한다.

그리고 1년후면 진짜 50이 되는건가? 헉....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너나 없이 "젊게 살자"는 말이 대유행이다. 그래서 나이 계산을 할 때 제나이를 곧이 곧대로 할게 아니라 지금의 나이에 0.7을 곱할 것을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 요즘은 이게 대세인듯 하다.

예를들어 지금 내 나이 50이면 거기에 0.7을 곱한 서른다섯 살로 보는 것이 적정하다는 것이다.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여든 살쯤은 돼야 노인 축에 들어갈 수 있다. 
얼마 전 TV에서 꾸준한 운동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아 병원으로부터 35세의 신체연령지수를 인정받은 52세의 남자를 보았다. 사람에 따라 쉰 살이더라도 서른다섯 살, 아니 더 젊은 신체적 나이로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서른다섯 살이더라도 어떻게 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성숙하지 않는 쉰 살, 예순 살의 인생을 살 수도 있다. 현재 노령의 기준이 되는 65세에 0.7을 곱하면 45.5세에 불과하다. 
나이가 45이면 못 할게 없다. 외국어를 새로 시작할 수도 있고, 에베레스트에 도전할 수도 있다. 취미로 악기를 배워도 되고, 직업을 바꿔도 두려울 게 별로 없는 '갓 중년'의 나이다. 

한번은 친구가 술을 한잔 마시고 이른바 부킹하는 바에 갔다고 한다. 그는 부킹장소에서 웨이터로부터 눈총을 받는 등 찬밥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꿋꿋이 앉아있었다며 술 한잔 걸치고 여유있게 나왔다는 것이다.
 이 친구가 부킹을 전문으로 하는 바에서 눈총을 받은 이유는? 그곳은 '중년 출입 금지'라고 씌여져 있었다고 한다. 이 친구는 그 팻말을 보자마자 울컥 하는 마음에 "늬들이 중년을 무시해?"라며 그냥 들어갔다는 것이다. 

친구는 그때까지만 해도 "마음만은 젊게 살자"고 다짐하며 그렇게 행동하고 살아왔기에 그 팻말이 못마땅 했다는 것이었다. 
친구의 무용담(?) 오늘 욕조에서 엄청 빠진 머리카락을 보며 적잖게 충격 받은 나에게 약간의 희망과 용기를 준다.
"이 중년, 나이를 의식하지 말고 더 젋게 살아야지"하는 자신감. 
우리의 중년 여러분, 그렇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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