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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보내며...
단풍잎 책갈피
2012-11-09 17:37:04최종 업데이트 : 2012-11-09 17:37:04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숙진

어린 아이와 집에 있다 보니 밖에 잘 나가지 못하고 창밖으로 가을을 만나 보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게 창밖으로 내다 본 가을은 참 아름답다. 가을 하늘은 높고 나무들은 알록 달록 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창문 밖으로만 바라다 보다 오늘 차가운 가을바람이 잠시 쉬는 동안 아이와 옷을 단단히 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창밖으로 보았던 가을과는 사뭇 달랐다.
아직 나뭇잎이 알록 달록 있어야 하는 나무에는 나뭇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이 남아있었다.

이렇게 가을을 보내야만 하는 것일까? 난 아직 단풍구경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우리 아들에게 있어 첫 단풍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는데......너무 아쉬웠다.

가을을 보내며..._1
가을을 보내며..._1

그렇게 아쉬워하며 걷다보니 예쁘게 물든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 중 이제 갓 떨어져 마르지 않은 나뭇잎들이 있었다. 길을 걸으며 예쁘게 물든 나뭇잎을 하나 둘 줍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줍다보니 사뭇 많은 나뭇잎들이 손에 잡혀있었다. 그래서 나뭇잎 중에 상하지 않고 예쁘게 물든 나뭇잎을 몇 개 추려내었다. 
그리고 집에 가져와서 보니 이걸 어떡하지? 예뻐서 주워오긴 했는데, 버리기에는 아깝고 그냥 두자니 마르고 나면 부스러질 것이고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데 그 옛날 학창시절이 생각났다.

점심시간이면 친구들과 운동장에 나갔다.
그리고는 삼삼오오 모여 나무그늘에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시간을 보냈었다.
이렇게 가을이 되면 그 나무그늘 밑에 떨어져 있는 예쁜 나뭇잎을 많이 모았었다. 

혹시나 떨어진 나뭇잎 중에 구멍나지 않고 곱게 물든 나뭇잎이 보이지 않으면 나무에 달려있는 나뭇잎을 따려고 했었다. 
하지만 나무에 달려 있는 나뭇잎을 따는 건 좋지 않은 일이라 하여 애써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들 중에 곱게 물든 예쁜 나뭇잎을 주웠었다. 빨간 단풍잎, 노란 은행잎, 빨갛게 되기 전 주황 나뭇잎등을 모았었다.

그 나뭇잎들을 모아 어떤 나뭇잎이 더 예쁜지 친구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했었다.
그리고는 나뭇잎들을 책갈피에 하나 하나 꽂아 예쁘게 말리기도 하고, 다 말리고 나면 예쁜 손글씨로 아름다운 글귀를 써 내려가기도 했다. 
그러고 나면 손코팅으로 코팅을 하여 오려서 책갈피로 쓰기도 하고 친구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었다. 선물로 받고 한참을 책갈피로 사용했었는데 잦은 이사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언젠가 책에 나뭇잎을 꽂아 둔 것을 잊어 버리고 어느날 읽으려고 꺼낸 책에 나뭇잎이 있으면 신기루를 발견한 것처럼 기쁘고 반가웠었다.

가을을 보내며..._2
가을을 보내며..._2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주워온 나뭇잎들을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꺼내서 하나 하나 꽂아 넣기 시작했다. 도톰해진 책을 보고 있자니 허전했던 마음 한켠이 가득 채워진 기분이다.
이 나뭇잎들이 다 마르고 나면 그 옛날처럼 예쁜 손글씨로 글귀를 써 넣어야겠다.

요즘엔 예쁜 책갈피가 가지각색 참 많다. 이제는 왠지 산 책갈피보다 이렇게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정성어린 책갈피가 그리울 때도 있다. 그런 마음이 통할는지 모르지만 예쁘게 말려 손글씨 쓴 나뭇잎 책갈피를 지인들께 선물로 드려볼까 한다. 그 옛날 향수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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