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를 더듬어가며 쓰다가 문득 든 생각
충효인애를 바탕으로 하는 큰 가치를 잊고 살아온 것은 아닐런지
2012-11-15 14:41:47최종 업데이트 : 2012-11-15 14:41:47 작성자 : 시민기자 정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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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웠다. 아니 놀라는게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내가 한자를 이렇게 못쓰다니, 이런 기본 한자조차 더듬적거리느라 진땀을 흘려야 하다니. 한자를 더듬어가며 쓰다가 문득 든 생각_1 사실 학창시절에는 한자를 재미있게 썼고 한문시간이 즐거운 수업 시간일 정도로 한문과 친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 가면서 한문이 우리 일상 생활에 절대적인 것도 아니고, 굳이 쓰지 않아도 큰 불편이 있는 것도 아니길래 그냥 무신경한채 지내 왔다. 하지만 한자를 모른다고 해서 생활에 불편이 없는 것과 반대로, 또한 한자가 갖는 나름대로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랄까 하는 그 특유의 정서적인 부분은 또 다른 면이 있다. 한자와 한문을 배운 세대들에게는 특히 더욱 그럴 것이다. 이 한자는 그런 부분에서 영어와는 차원이 다르다. 생각해 보니 한자를 직접 써본 게 언젠지 아득하다. 대부분 글을 컴퓨터로 작성하기 때문에 한글을 먼저 치고 한자 키를 눌러 선택만 하면 된다. 그래서 읽는 데는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지만, 한자를 직접 쓰려면 그리고 있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경우는 한자뿐만이 아니다. 내비게이션을 2~3년 사용하면 어느새 길치가 된다고 한다. 휴대폰을 사용하면서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자는 그 특유의 풍류가 있다. 한자의 사자성어가 갖는 매력이 또한 그중에 가장 큰것 아닌가 생각한다. 한자의 한획 한획이 주는 정중동의 느낌은 우리의 심성에 정갈함과 여유와 반듯함을 강조하며 바르고 정직하게 살도록 하는 가르침도 크다. 그렇다고 시민기자가 느닷없이 한자 사대주의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한자는 기본적으로 유교 경전에서 말하듯 효와 함께 공자가 논어에서 강조 한 남을 사랑하고 돕는 마음(愛仁如己)의 근본인 인(仁)을 가르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신과 근본이 바른 사람이 되 고 건전한 사회가 이뤄진다면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음은 당연한 이치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윤리가 있고 전통이 있는데 이런 기본 가르침과 원리가 한자에 녹아 있기 때문에 그래서 생각있는 부모들이 어린아이들에게 어렵더라도 한자를 조금이나마 가르치려 하는 것이다. 그런 한자를 까먹고 살다 보니 아이들도 더 거칠어지고 어른들도 메말라 가는건 아닌지 싶다. 우리가 컴퓨터나 휴대폰을 들고 이런 문명을 즐기며 편리하게 사용한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반대로 이런 물건들이 우리를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만들어간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야 한다. 휴대폰은 숫자 기억력이 떨어지는 엄지 족을 등장시켰고, 내비게이션은 약속장소를 기가 막히게 잘 찾아가는 길치들을 양산했다. 컴퓨터는 또한 졸필을 만들어냈고, 시민기자 같은 한자맹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이런 문명은 엄지나 기억력, 필체 정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작고 소박하고 친근한 생활양식, 그리고 소중한 정신적 가치를 너무 사그라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나 역시 신문이나 기타 한자를 볼때 읽는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길래 무신경하게 살아 왔고, 화혼(華婚)이든 상가에 갈 때 봉투에 쓰는 부의(賻儀)든 그저 업소에서 파는 '전용봉투'를 들고 다닐 정도로 문명에 너무 맡기며 살아왔는데, 앞으로는 종말 나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직접 필기체 한자를 써가며 살아야겠다. 한획 한획 그어가면서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도 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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