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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안떨어졌냐? 부쳐주까?
다 큰 아들 걱정하시는 고향의 부모님 마음
2012-11-18 09:32:28최종 업데이트 : 2012-11-18 09:32:28 작성자 : 시민기자   장영환

"쌀 안떨어졌냐? 햅쌀 나왔는디... 부쳐주까?"
부쳐주까...
수삼일전 걸려 온 어머니의 전화 끝머리에 '부쳐주까'라고 하신 말씀에 죄송한 마음부터 앞선다. 아들 며느리 고향집 왔다갔다 하면서 자동차 기름 쓰고, 시간 뺏고, 돈 버릴까봐 방금 방아를 찧은 쌀을 택배로 부쳐주시겠다는 말씀. 

마음이야 너무 고맙고 감사하지만 그럴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쳐 주시긴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에미랑 내려갈께요. 어머니."
"먼디 뭣하러 또 내려오냐? 그냥 부치는게 낫지 안겄어?"
그래도 꼭 부쳐줄테니까 절대 내려 오지 말라고는 못하신다. 아들 며느리 손주가 보고싶으신게다. 그게 부모의 마음일테니까.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가면 쌀만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어머니는 미리미리 가을 농사를 마친 들깨, 서리태 콩, 고구마, 잘 띄운 청국장에 감까지 바리바리 싸주실게 뻔하다.
언제까지 얻어먹을수 있을까, 당신이 언제까지 건강하신 몸으로 이렇게 아들 딸들에게 농사 지어서 나눠주실수 있을까.

쌀 안떨어졌냐? 부쳐주까?_1
쌀 안떨어졌냐? 부쳐주까?_1

평생 더 늙지 않고 돌아가시지 않는다면야 그보다 좋은일 없겠지만,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할때마다 우선은 건강하게 움직이시는 당신께 너무 감사하다.
그 덕분에 내가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고향에 언제든지 내려갈수 있으니까.

곧 고향에 내려갈 생각을 하니 이미 마음은 고향이다. 고향의 하늘,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 냇가, 뒷동산, 소꼽친구들, 그리고 덩그렇게 고향을 지키는 정든 고향 집.
이렇게 시골집에 내려갈 생각은 언제나 도시인에게 그동안 잊고 살았던 고향의 소중함을 생각나게 한다. 그래서 고향은 늘 그리움이고 따뜻한 어머니의 치마폭 같다.

인자하신 어머니, 준엄했지만 마음 속은 항상 따스하신 아버지. 온 가족이 오순도순 이야기꽃이 피우던 사랑방까지.
지금이야 저마다 가지고 있는 승용차에, 도로 역시 고속도로 같은 왕복 4차선 국도에, 시골길 마저도 콘크리트로 미끈하게 포장이 돼 있지만 옛날에는 고향 가는 길이 군대의 행군길 수준으로 어려웠다.

그 시절 고향은 대체로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그게 명절때는 특히 고속버사나 시외버스터미널에 길게 늘어선 구불구불한 고향 행렬은 뱀 꼬리처럼 길었다. 
주말에 고향에 가는 아들딸들 덕분에 손에 선물 꾸러미를 들고 버스를 기다리던 버스터미널의 분주함도 늘 생기 있었고, 마음은 물 만난 고기처럼 팔딱거렸다. 
또한 시외버스 안은 콩나물같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승용차가 많지 않아 너도나도 시외 고속버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차를 타고 고향이 가까워지면 토요일 저녁나절 고향집의 굴뚝에는 하얀 연기가 마중을 나왔다.
지금 기억으로는 어머니는 내가 첫 직장을 잡았을때, 직장을 마치고 한달에 한번 정도 고향에 가는 날 저녁만 되면 가마솥에 돼지고기를 푹 익혀서 따뜻한 국물과 함께 내놓으셨다. 그 국물에 소금을 넣어 후루룩 마시면 고향을 마시는 것 같았다.

요즘은 개인 승용차가 있어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선물 보따리를 들고 서성이는 사람들을  구경하기 어려워졌고, 터미널의 생선처럼 팔딱거리는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다.
어쩌다 어머님이 올라 오시는 터미널에 마중을 나가 보면 거의 노인들과 운전을 안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이고, 사람도 많지 않아 터미널이 예전같은 정겨움은 덜하다.

그대신 설이든 추석이든 명절때 승용차로 꽉 막혀 있는 고향 가는 길을 보노라면 회귀본능이 강한 연어 떼가 생각난다. 연어는 산란기가 되면 예민한 후각이 있어 태어났던 모으로 돌아오는 연어떼. 수천 수만 리 바다에서 살다가 정확하게 고향을 찾아와 알을 낳고 일생을 마치는 생명의 신비함은 우리네가 고향을 찾는것과 비슷한건가? 

그래서 나는 오늘도 비록 아스팔트로 둘러싸인 도시에 살고 있지만, 과거 현재 미래라는 삶의 여정속에서 늘 고향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다. 언제나 돌아갈 마음의 고향이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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