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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이 없어서 학교 급식을 걸렀다고?
2012-11-21 14:04:27최종 업데이트 : 2012-11-21 14:04:27 작성자 : 시민기자   이재령

아이가 저녁밥을 먹으면서 과식을 하는게 보였다. 아무리 밥이 맛있고 한창 크는 나이라 해도 저녁식사를 그렇게 과식하면 안된다고 걱정스러워 하자 아이는 "점심을 안먹었걸랑요"라며 여전히 먹는 일에 '매진' 했다.
"점심식사를 거르다니? 학교 급식인데, 왜? 그시간에 벌이라도 받았냐"고 묻자 아이는 거리낌 없이 "급식이 맛이 없어요"라며 투정을 했다.
"이 녀석들이 먹을게 넘치니까 그런 말 하지. 아니 임마, 전문 영양사 선생님과 자격증까지 갖춘 조리서님들이 다 알아서 해주는 식단인데 맛이 없기는... 늬들 맨날 과자 사먹고 군것지 해대니까 밥맛이 없는거야. 알어? 배고파 봐라 임마"

밥맛이 없어서 학교 급식을 걸렀다고?_1
밥맛이 없어서 학교 급식을 걸렀다고?_1

그렇잖아도 평소에 피자, 햄버거, 떡볶이, 콜라 같은 인스턴트 음식만 찾는 것이 마땅찮았는데 '옳거니 너 말 잘했다' 싶어 내가 이것저것 끌어 모아 녀석에게 꾸중을 주었다.
그러나 아이는 귀담아 듣지 않는 투다.

맛없다는 이유로 점심을 걸렀으니 제녀석이 해 달라는 대로 주문식 식단이 꾸려진 저녁에 배 터지게 먹는 모양새가 보기에 영 개운치 않았다.
아이가 점심이 맛없어서 학교에서 주는 급식마저 걸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참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먹을게 넘쳐서 밥맛이 없다? 이게 웬일인가. 

겨울철에 난롯가에 앉아 도시락을 '구워' 먹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가난했지만, 그래도 부자들과 비교했을때 가장 공평했던 때가 있었다. 바로 어린 시절, 뜨끈뜨끈한 난로 위에 도시락을 쌓아 놓고 침을 삼키며 점심시간만 기다리던 그 시절이다. 학교에 먼저 오는 사람이 난롯가 자리를 차지할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고, 2교시만 끝나면 그 위에 도시락을 얹어 놓을수 있는 특권. 이건 참 공평했다.

한기를 느끼다 못해 손과 발이 다 얼어 버려 교실에 앉아서도 동상이 걸릴까 싶을 만큼 벌벌 떨며 공부하던 그런 시절. 등교하면 아직 지피지도 않은 난로 가에 모여 상상만으로도 온기를 느껴보려 애쓰곤 했다.
연료가 부족해 가난하게 살던 나라에서 사실 난로를 피우는 날은 방학을 며칠 남겨 놓은 며칠 전, 아주 추울 때 그 며칠이 전부였지만 그 따뜻한 난롯가의 추억이 생생하다.

저학년이던 때는 장작을 피우던 난로가 교실 한가운데 버티고 있었는데 고학년에 올라갈 때 세상 형편이 나아졌는지 조개탄 난로가 교실 한가운데를 차지했다.
난로 위에 양은 도시락을 얹어서 밥을 데워 먹었는데 그때는 도시락을 벤또 라고 하였다. 그게 일본말이라는건 아주 나중에 머리가 커서야 알았다.

도시락의 반찬중 계란 프라이는 선택받은 아이들의 몫이였다.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 겨울의 벤또 반찬은 김치 외는 별다른 반찬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난로위에 데워서 먹었던 도시락 김치는 푹 익어 묵은지 처럼 되어 뚜껑덮어 흔들어서 먹으면 그 또한 기막힌 맛이었다. 

어디 도시락 뿐인가. 각자 집에서 싸 들고 온 고구마, 가래떡도 올려 놓고 다익은 군고구마 까먹으며 서로들 입가에 묻은 숯 검뎅이 쳐다보면서 까르르 뒤로 넘어가곤 했다.
그땐 너도나도 어려울때인지라 도시락을 제대로 싸 오지 못하던 친구도 있었고 분유를 끓여서 소주 됫병에 부어서 먹기도 했다.
어떤 친구는 처음 먹는 그 우유를 너무 많이 먹어서 설사를 하거나 배앓이를 하기도 했다.

난로의 연료는 무엇? 요즘같은 전기 히터? 혹은 기름 난로?
천만의 말씀이다. 운 좋으면 1주일에 한번이나 두 번정도 물에 잘 갠 석탄 또는 조개탄이었고 나머지 4, 5일은 나무가 주요 연료였다.
나무는 어디서 누가 구하나. 당연히 학생들인 우리가 선생님의 인솔하에 학교 뒷산으로 올라가 직접 구해다 땠다.
학교 뒷산에 솔방울을 따서, 책보에 담아 둘러 메고 왔다. 1~3학년 아이들은 산 밑에서 작업을 하고, 4~6학년 형아들은 산 중턱까지 올라가 솔방울을 줍는가 하면, 이미 죽어서 쓰러진 나무 밑둥을 캐다가 말려서 때기도 했다. 실로 눈물나는 연료확보 전쟁이었다.

가끔은 산세 깊은 골짜기에서 솔방울을 따러 갔다가 산토끼가 나타나서 솔방울 따다 말고 우와!~하면서 전학생들이 토기몰이 사냥도 했다. 
그렇게 살아온 날이 바로 엊그제 점심때 같은데, 지금 내 아이들은 먹을게 넘쳐 학교에서 맛나게 해주는 따스한 식사마저 싫다고?
에이, 이녀석들을 며칠 굶겨봐야 정신을 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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