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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셋방살이를 해보셨나요?
2012-11-27 14:32:22최종 업데이트 : 2012-11-27 14:32:22 작성자 : 시민기자   오선진
요즘 아파트나 주택이 전세는 좀 비싸지만 실제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아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부동산이 얼어버린 것은 몇 년이 되었는데 어제는 우리나라 집값을 항상 들썩이게 했던 서울의 유명한 강남과 양천구 쪽의 아파트 가격이 하릴 없이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가 또 나왔다.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는 참 반가운 일이다.

그중에서도 한강의 기적이라며 한강 라인을 따라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던 아파트들이 줄줄이 굴욕을 맛보고 있다는 뉴스는 덤으로 추가 되었다.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 날개 없는 추락을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 본다. 아파트 한 채 얻고자,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하고자 콩나물값 두부값 300원씩 깎으며 살아온게 우리 서민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반 지하 셋방.  원래 돈없는 서민들의 전유물이라는거 그곳에 살아본 사람들은 다 안다. 내가 그렇게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믿음만으로 만난 우리는 길가에 볕도 안드는 음습한 반지하 셋방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겨울엔 춥고, 여름엔 환기가 제대로 안돼 늘 눅눅하고 음습한 곳. 이 반지하에 살아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장마철엔 곰팡이 덕분에 벽지에 꽃이 피니 호흡기 질환 때문에 어린 아이들에게도 좋을리 만무다. 

반지하 셋방살이를 해보셨나요?_1
반지하 셋방살이를 해보셨나요?_1

그런 곳에서 우리 부부는 희망의 단꿈을 꾸며 시작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스스로의 위로와 함께. 
가난한 농삿꾼의 아들로 태어나 어렵게 학교 졸업하고 직장을 잡아 결혼하기에 이르렀으나 집에서는 단 한푼도 보태줄 형편이 못되었다.
결혼때까지 모은 아주 적은 돈으로 시작한 반지하 셋방 생활.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반지하 생활은 우리에게 매일 "열심히 살아라"는 계시를 주었던 곳이다. 이른 아침, 눅눅한 습기에 아내의 목에서 묽은 가래와 기침이 나올때마다 나는 각오하고 또 각오했다. "조금만 기다려 줘요, 당신과 내 아이들에겐 절대로 이런 가난 물려주지 않으리...."

짠돌이 소리 들어가며 직장에서 열심히 일했고,  아내 역시 직장을 다녔다. 그렇게 월세 전세를 전전하다가 드디어 우리 가족은 작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포근한 일반 주택 하나로 내집마련을 할 수 있었다. 그사이 우리 부부에게는 현재의 중1, 중3, 고2의 아이가 태어나 잘 자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나의 보물들. 그리고 아버님은 내가 취직을 한 얼마 뒤 작고 하셨고 지금 어머님을 모시고 산다.
누구에게나 시련과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오늘 내가 행복에 겨운 것은 홀로 되신 어머님을 모시고 살며 어머님이 건강하시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도 항상 건강하고 구김살 없이 웃으며 가정에 화목함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행복한 오늘이 있어 지난날의 고생들이 더욱 소중하게만 느껴진다. 
남들 틈만 나면 다니는 해외여행 같은것도 우리는 부럽지 않다. 주말에 엄마아빠 손잡고 도서관에 가는 것을 더 기뻐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책도 보고, 넓은 광장에 나와 롤러스케이트도 탄다.  싸가지고 간 김밥 도시락에 컵라면으로 외식을 대신하고 도서관 벤치에 앉아 편의점에서 사온 호빵을 먹으며 밝게 웃는 아이들. 다른 누구의 외식이나 여행보다 행복하다. 

지금도 생각하면 장마철이 되어 많은 장대비라도 쏟아지는 밤이면 행여 하수구가 막혀 우리집으로 빗물이 스며들까, 한겨울 혹한이 몰아치면 얼어죽을까봐 걱정하는 반지하이지만, 우리집 저녁메뉴로 육개장을 끓이던 날 골목길에 육개장 냄새로 진동하게 되어 작은 냄비에 육개장을 담아 이웃집들에게 나눠주며 함께 먹는 인심이 넘쳐나며 사람 사는 맛도 있던 반지하 셋방살이였다.

어렵사리 반지하 셋방에서 출발하는 신혼부부들, 혹은 나이가 들어서도 어쩔수 없이 그곳에서 사시는 분들 많으시다. 항상 건강 잃지 마시고 그 작은 공간일지언정 따스하게 가족을 감싸 안고 있는 보금자리이므로 희망과 의지를 더해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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