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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기 보통 일이 아니던데요
어머님의 수고를 알게된 올해 김장하기
2012-11-29 14:51:11최종 업데이트 : 2012-11-29 14:51:1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매년 찬바람이 불어대는 이맘때쯤 매스컴에서 김장에 대한 보도기사로 4인 가족 김장값이 얼마이며 작년에 비해서 몇 프로가 인상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도 솔직히 피부에 와서 닿지도 실감이 나지도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누구네 집에서 김장을 한다는 소식이 들릴 때쯤 어김없이 택배기사님이 우리 집을 방문 했었다. 
문을 열고 나가보면 시골 어머님께서 보내주신 김장김치 두 상자가 떡하니 버티고 있고 현관문 입구에 놓아두고 택배기사가 가고나면 무거운 김치상자를 낑낑 끌다시피 하면서 뒤 베란다로 옮겨서 통에 담아서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면 올해 김장은 '끝' 이랬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매번 김장을 해주시던 어머님께서 오른쪽 어깨가 너무 불편해져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어서 그냥 앉아서 받을 수도 어머님 몫까지 해서 드린다고 큰 소리 칠 수 있는 형편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솜씨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한다. "어머님! 제가 담근 김장김치입니다. 올해는 둘째 며느리 표 김치 한번 맛보세요."이렇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이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매번 어머님이 해주시는 바람에 부끄럽지만 나이만 먹었지 제대로 김치 한 번 담그지 못하니 말이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자식들이 하루 시간을 내어 시골에 모여서 김장김치를 어머님 감독 하에 해보기로 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절여놓은 배추를 세 번 정도 씻어 물기 빠지게 평상에 올려놓았다. 130포기 배추를 쪼개어 절여놓았으니 그 양이 만만치 않다. 
시작부터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어깨야' 배추 씻기부터도 수월한 것이 없다.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오셔서 양념 버무리는 것을 해주어서 그나마 덜 고생을 할 수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니 많은 양의 양념을 섞고 버무리는 것에 팔 힘이 많이 요구됨을 알 수가 있었다. 이 작업 또한 보통일이 아니다. 

김장하기 보통 일이 아니던데요  _1
김장하기 보통 일이 아니던데요 _1

김장하기 보통 일이 아니던데요  _2
김장하기 보통 일이 아니던데요 _2

양념준비가 끝나고 마당 한 가운데 자리를 잡고 물이 빠진 절여놓은 배추에 양념을 발라서 각자 가지고 온 통에 가지런히 담기 시작했다. 양이 많기는 많은가 보다 배추가 줄어들 생각을 안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장을 버무리다 보니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서인지 슬슬 새참생각이 난다. 고무장갑에 양념이 잔뜩 묻혀있고 일하는 표를 내는 것인지 얼굴이고 옷이고 온통 빨간 양념이 묻혀 버렸다. 유일하게 고무장갑을 끼지 않은 아주버님을 발견하고 맛있는 새참을 요구했다. 

얼른 부엌으로 들어가셔서 형님이 만들어 온 보쌈을 따뜻하게 데워서 가지고 나오셨다. 노란 속 배추 잎을 따 양념을 묻혀 고기를 싸서 입에 넣으니 '바로 이 맛이야' 하는 소리가 절로 난다. 이웃집 아저씨들이 한 분 두 분 오셔서 소주 한 잔에 보쌈김치로 안주를 대신한다. 어쩜 배추가 그리 달고 맛있던지....

어머님의 정성으로 키운 배추여서일까? 아침 일찍 시작한 김장이 점심때쯤 되어서 끝이 났다. 
힘은 좀 들었지만 뿌듯하고 가뿐하니 기분은 최고로 좋다. 내년에도 어머님 얼굴 한 번 뵌다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오늘의 김장동지들이 뭉쳐볼까 하는 자신감도 생겨난다. 

그동안은 앉아서만 해주시던 김장김치를 완전 공짜로 받아서 어머님의 수고와 고생을 그냥 머리로만 생각하고 "잘 먹겠습니다."라는 한 마디 전화로 때우고 말았는데 직접 가서 보고 적은 힘이나마 보태고 나니 정말 김장이야말로 노동과 수고가 많이 필요한 큰 행사였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다. 
십 몇 년을 소리 소문 없이 해주신 어머님의 노고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자식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주시는 어머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아픈 어깨에도 불구하고 자식들 입에 들어갈 김장 김치를 맛있게 해주기 위해서 애써 주신 어머님께 어깨 치료에 도움이 되는 찜질기 하나 장만해서 보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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