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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휴식처는 목욕탕, 풍경이 정겨워
서양인들이 한국의 대중 목욕탕을 부러워 하는 이유
2012-11-30 17:36:28최종 업데이트 : 2012-11-30 17:36:28 작성자 : 시민기자   이재령

목욕탕엘 갔더니 초등학교 3학년쯤 돼 보이는 아들과 그 아빠가 다정스레 앉아 있다. 아빠는 여리디 여린 어린 아들의 등에 비누칠을 해 주면서 마치 소중한 도자기 다루듯 조심스레 닦아 준다.

반대쪽에서 샤워를 하면서 어린 아들의 등을 닦아주는 아빠의 손길이 얼마나 정성스럽고 사랑의 느낌이 실려 있는지 내내 참 보기 좋았다. 아빠의 손길이 끝나자 이번에는 아들이 나선다. 아들 역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이태리 타월에 비누를 묻혀 아빠의 등을 살살 문지르자 

"아빠는 안 아프니까 벅벅 문질러도 돼"라며 때를 벗겨줄 것을 주문한다.
그래도 아들은 아빠가 아플까봐서인지 아빠 주문대로 세게 문지르지 못하고 어쨌거나 두 손으로 정성껏 밀어준다.

내 휴식처는 목욕탕, 풍경이 정겨워_1
내 휴식처는 목욕탕, 풍경이 정겨워_1

결혼 후 아들을 낳지 못하면 남자들이 가장 아쉬워 하는 것이 바로 같이 목욕 갈 녀석이 없다는 게 서운했다고 한다. 딸이나 아내와 함께는 대중목욕탕에 갈수 없으니. 그리고 목욕탕에서 함께 발가벗고 때를 밀어주며 부자지간에 돈독하고 애틋한 정을 나누는 묘미를 느낄 수 없는 안타까움이 커서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 동네 목욕탕에서도 외국인들이 가끔 눈에 띄는데 이들의 눈에 이러한 우리의 모습들은 한국의 자랑스러운 가족애로 비춰질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아들을 못 낳아도 "목욕탕에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서운하다"는 말은 별로 안한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이 집에서 PC게임과 스마트 폰에 빠져 있어서 아빠랑 목욕탕에 따라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아빠와 함께 목욕탕에 와서 등을 밀어주는 어린 아이를 보니 더욱 보기 좋았던 것이다.

목욕탕은 이렇게 부자지간의 정도 나눌 수 있고, 전날 밤에 과음을 했거나 야근으로 인해 피곤할 때 휴식을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대중목욕탕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무척 즐긴다. 따끈한 물에 몸을 푹 담그면 우주 삼라만상이 다 평화로워 보이고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야 몸매가 그다지 훌륭한 축에 들지 못하지만 요즘 운동들 열심히 해서 남 보여주기에 딱 좋게 균형 잡힌 근육질의 남자들 덕분에 그런 조각 같은 몸매를 보는 것도 목욕탕에서의 즐거움중 하나다. 내 몸이 안 되는 것을 다른 사람 몸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바로 목욕탕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목욕탕의 기능은 참 여러 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때는 가끔씩 같은 남자지만 몸매 좋은 건강한 나신을 보면 내 몸매와 비교되기도 하고 내심 부러움에 '우메 기죽어'란 넋두리도 하며 작심삼일의 다짐도 하기도 한다 
'나도 운동 좀 해야지' '몸짱이 돼볼까?'

그것이 결국 비록 작심3일일 뿐이라 해도 대중목욕탕은 우리 모두에게 역시 가장 편하고 아늑한 도심속의 휴식공간이며, 부자지간의 소통의 공간이고 사교의 장이기도 해서 좋다. 

참고로 서양 사람들은 우리 한국식 목욕탕 문화를 무척 부러워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서양식 목욕문화는 상대방에게 물 한 방울 튈까봐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데 그건 목욕을 하면서 휴식을 하는 게 아니라 목욕 자체가 스트레스일수가 있다고 한다. 물론 그네들은 그게 익숙할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런 목욕문화에 있던 서양인들이 어른과 아이가 함께 목욕을 하고 젊은이와 늙은이들이 서로 등을 밀어 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을 쌓아가는 한국식의 이 목욕탕 공간의 독특한 자유분방한 문화가 너무 부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즈니스 관계로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에게는 식당이나 술집으로 가기보다는 가까운 공중목욕탕에 가서 함께 때도 밀고 목욕을 하면서 사업 이야기도 한다는 것이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막힌 사업 이야기도 술술 풀릴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역시 한국적인 것이 최고여!"하는 말이 실감 난다.
부자지간의 정을 나누는 곳, 업무에 지친 아빠들이 마음 편하게 한두 시간 푹 쉴 수 있는 곳, 외국인들마저도 한국적 문화에 부러워하는 그곳 대중목욕탕. 이런 우리 문화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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