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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줄이는 여유로운 마음
2012-12-04 14:49:53최종 업데이트 : 2012-12-04 14:49:53 작성자 : 시민기자   오선진
엊그제는 아주 황당하면서도 놀라운 뉴스가 나왔다.
중국의 한 건설 회사가 838m 높이의 220층 짜리 빌딩을 단 90일 만에 완공하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이게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TV에서 그 회사 관계자가 인터뷰 하는 내용이 나오는 것을 보니 그 빌딩이 계획대로 완공되면 두바이에 있는 세계 최고의 828m짜리 빌딩보다 높을거라며 자랑을 했다.
그쪽 말로는 미리 만들어진 건물을 레고처럼 조립해 건물을 올리기 때문이라 한다. 그리고 이미 그 회사는 과거에 실제로 15일 만에 30층 짜리 건물을 완공한 바 있다며 그 자료화면까지 공개되었다. 

TV에서 눈을 떼며 그냥 '중국 답네'라는 생각만 했다. 세계 최고의 높이가 뭐가 중요하며, 그 엄청나게 큰 빌딩을 90일만에 짓는다고 하는게 뭐가 그리 자랑거리인가 싶었다.
물론 잘 되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렇게 서두르다가 그 큰 건물이 언젠가 삐꺽 해서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괜히 과거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생각이 나서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졌다.

우리도 한때는 빨리빨리 증후군 때문에 고역을 치렀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 국민들은 빨리빨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중국이 우리의 그런 문화를 답습하는거 아닌가 생각되어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부자도 바지를 벗을 때는 한 다리씩 빼는 법'이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는 한 번에 한 입을 베어 먹고, 한 번에 한 노래를 듣고, 한 번에 한 신문을 읽고, 한 번에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빨리빨리를 외치고 서두르면서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어떤 일을 이루려면 거기에 합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씨를 뿌리고 난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싹이 트고 성장하고 야무진 열매를 맺는다.
내가 TV에서 본 중국이나, 혹은 우리도 아직 여전히 그런 속도전을 외치고 그게 당연한 것인양, 느리면 무슨 큰 일이라도 벌어질것 같은 강박관념에 빠져 있다.

내 어릴 적 별명은 '곰투가리'였다. 투가리는 원래 표준어인 뚝배기를 시골에서 방언으로 그렇게 부른 것이다. 묵직하고 되직하고도 우직하게 생긴 질그릇이다보니 느긋하고 굼뜨게 행동했던 나의 외적 스타일과 맞아떨어졌나 보다.
집에서 워낙 느리게 행동을 하다 보니 언젠가 엄마가 한번은 참다 못해 "어이구 이 곰투가리야"라고 하신건데 그 때마침 우리 집에 놀러 온 다른 친구가 듣고 나가서 학교에 퍼트리면서 어릴적 내내 나는 곰투가리가 되었다. 그후 집에서도 나를 곰투가리라고 불렀다. 

한번은 아버지 심부름으로 다른 마을 어떤 집에 갔는데, 도무지 그날 아버지가 시키신 심부름의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저 그 댁 집 앞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왔다. 나는 아버지의 심부름을 제대로 이행치 않은 것으로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그날 심부름의 내용은, "아저씨, 아버지가 내일 장날 호미좀 두자루만 사다 달라고 하십니다"라는 말이었다. 
이 말을 까먹고 우물쭈물 하다가 그냥 돌아올 정도로 나는 어려서부터 행동이 굼뜨고 어리버리했다. 걸음을 걸어도 천천히 걸었고 도무지 빠른 구석이 없었다. 부모님 눈에는 참 답답하고 한심했을 것 같았다. 

스트레스 줄이는 여유로운 마음_1
스트레스 줄이는 여유로운 마음_1

그러나 청소년 시절을 지나면서 그런 성격도 변했다.  밥을 먹거나 옷을 입는 시간도 빨라졌고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도 빨리빨리라는 말이 흘러나오게 되었다.
다행히 군대까지 무사히 마치고 결혼 해서 사는 지금은 외출을 하는데 아내가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하면 "뭘 하는데 그렇게 늑장을 부리냐?"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성격도 급하게 바뀌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하여 삭이지 못하고 벌컥 역정을 내기도 했다. 

최근에 나는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았다. 너무 느린것도 문제지만, 지금 나는 너무 빠르게 가려고 재촉하고 독촉하며 다른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느릿느릿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미련 곰투가리처럼 살겠다는건 아니고 여유와 마음의 정리정돈은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한번 돌이켜 보자. 우리는 지금 빨리빨리가 미덕이 되어 버린 사회를 당연한듯 살아가고 있다. 이러면서 바빠지는 것은 비단 생활만이 아니다. 마음도 분주하고 쉼이 없다. 이렇게 바쁜 시대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쁘니까 시간을 절약하는 더 좋은 기술이 필요한 것일까? 좀 더 진화된 휴대전화와 첨단 기술이 있으면 바쁘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반대일 것이다. 

최근에 느리게 살면서 느낀 몇가지...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조급하지 않게 되고, 주위를 더 많이 둘러 보게 되고, 실수가 줄어들고, 머리가 복잡해지지 않게 되고,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창밖을 쳐다볼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다른 사람이 나를 좀 더 진중한 사람으로 봐 주고, 생각도 깊어지면서 하루하루 긴장감이 사라져서 몸과 마음이 릴렉스 해졌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는 스트레스가 확 줄어들었다.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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