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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의 존칭어 사용
2012-12-15 11:49:16최종 업데이트 : 2012-12-15 11:49:16 작성자 : 시민기자   정진혁

작년에 아주 놀라운 유물이 발견되어서 신문에 화제가 되었던 일이 있었다. 대전의 한 주민이 부모의 묘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땅을 파다가 그 안에서 나무 관을 발견했는데 그게 미이라로 남아 있는 500년전의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의 묘였고, 그 안에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는 한글로 씌여져 있었기에 그 묘가 만들어진 시기와 묘의 주인이 누구임을 알수 있었는데 편지 내용을 보면 남편이 아내에게 존칭어를 사용했음이 드러났다.
"논밭을 모두 다 소작(小作) 주고 농사짓지 마소."
이 편지의 주인은 당시 함경도 경성 군관으로 부임받아 가던 사람이었고 고향인 대전에 남아있는 부인에게 서찰을 보낸 것이다. 그 부인은 남편의 서찰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고 그가 죽은 뒤 함께 묻어주어 500년이 지난 오늘날 발견된 것이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이미 500여넌전에도(그보다도 훨씬 이전부터일수도 있음) 남편이 아내에게 존칭어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며칠전 지인들끼리 조촐한 망년회가 있었는데 옆의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아내였다. 
술잔을 주고 받다가 옆에서 듣노라니 집에는 몇시쯤 돌아 올건지, 다음날 다른 약속이 있는데 거기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술 적당히 먹고 오라는 당부의 말인듯 했고, 아이들중 하나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병원에도 갔다 왔다는 일반적인 집안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아내의 말투는 약간 거칠었고 짜증까지 섞여 있는듯 했다. 
거기에 더해 이 친구도 말끝마다 그의 아내에게 '야' '너'는 기본이었다. 처음에는 동생이나 어떤 아랫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온걸로 착각할 정도였다.
전화 내용상 아이들의 이야기기 나오고 그의 처갓집 이야기가 나올때에서야 그의 아내와 통화중이라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그게 부부간의 대화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두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듣기가 민망할 정도로 반말과 거친 대화가 이어졌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친구에게 마음 상하지 않도록 정중하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친구니까 이런 말 해줄수 있는거라며 아내에게 말하는 방식으로 '야' '너'는 적절치 않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더군다나 그런 말투는 아이들이 보고 듣기 때문에 교육상으로도 너무 안좋은것 아니냐며.
친구는 약간 놀라운 듯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금세 내 말뜻을 알아 들었노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까지 그런 지적을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부부간의 존칭어 사용_1
부부간의 존칭어 사용_1

친구와 이야기를 끝낸 후 생각해 보니 그의 아내의 말투가 거칠었던 이유도 대충 짐작은 갔다. 이쪽에서 존칭어를 쓰며 정중하게 대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야' '너'라 하며 말을 건네니 상대방도 거칠게 나올 수밖에 없었을것 같았다.
아내는 나에게 "시장하시죠 저녁 차려 드릴께요. 잠시만 기다려 주실래요?" 혹은 "당신이 하셨나요...?" 등 존칭어를 쓴다.

물론 이정도 존칭어는 듣기에 따라 거북할수도 있으나 나 역시 아내에게 적절한 존대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내도 자연스레 존칭어를 쓰는 것이다. 
결국 부부간의 이런 말투 덕분에 존댓말을 많이 듣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보다 우리 아이들은 존댓말사용에 좀 더 빨리 익숙해졌고, 습관이 되었다.

어떤 집에 가면 부모의 부름에 아이들이 "왜?"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있다. 너무 황당하다. 또한 아이들이 부모에게 반말로 하는 것 역시 아이들이니까 한두번은 귀엽게 봐주지만 점점 듣기가 불편하다. 
가정에서 존댓말을 충분히 배워서 나온다면 아이들 역시 성장과정에서 더 바르고 곧게 자랄 것이다. 가정에서 부부가 존칭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말조심, 행동조심을 한다는 것이니 당연히 아이에겐 좋은 영향을 끼치지 나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러니 남편이 아내를 동등하고 대등한 위치의 인격체로 보며 적절히 존칭어를 쓴다면 아내 역시 남편에게 존칭을 하게 되고 그것이 가정교육의 올바른 길로 자리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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