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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 본드로 구두 땜빵해서 신는 남편
2012-12-16 15:55:43최종 업데이트 : 2012-12-16 15:55:43 작성자 : 시민기자   박나영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갔더니 방 바닥 한쪽에 하얗고 투명한 작은 프라스틱 병이 보였다. 이게 뭐야? 하며 집어 들어보니 무슨 일본말이 잔뜩 쓰여져 있고 그밑에 한글로 써 붙여 놓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초강력 순간 접착제'
이걸 왜 사왔지? 하는 궁금증에 마침 나보다 먼저 집에 들어와 설거지를 해주고 있던 남편에게 물었더니 "그냥, 애들 공작숙제때 뭐좀 만들어 줄려고" 라며 신경쓸거 없다고 말했다.

강력 본드로 구두 땜빵해서 신는 남편_1
강력 본드로 구두 땜빵해서 신는 남편_1

우리 남편. 성격 느긋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 별로 할줄 모르는 스타일인 남편은 아내가 직장 다니느라 힘들거라며 설거지도 해주고 밤이면 1등 안마사가 되어 아내의 어깨와 다리도 주물러 주는 자상한 사람이다. 
거기다가 직장 다니느라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 쌀집 아저씨처럼 푸근하고 '배둘레햄'인  아저씨이지만 인정도 넘쳐 가끔씩 나를 감동의 도가니에 넣을 정도인데...

그날도 방바닥에 나를 뉘워놓고 뼈가 녹아내리도록 부드럽게 안마를 해주며 잘 자라고 나를 꼭 안아 주더니만... 그날 밤 새벽 2시쯤 되었을까. 갑자기 갈증이 생겨 물을 먹기 위해 일어났는데... 어? 옆에 있어야 할 남편이 보이질 않았다. 어디 갔지?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물을 먹기 위해 거실로 나가보니 남편이 현관쪽에 붙어 있는 화장실 불을 켜 놓고 앉아 뭔가를 열심히 만지며 낑낑 대고 있었다.

"뭐하는 거예요, 여보? 잠 안자구?"
"어? 어... 으...응.. 이것좀 고치느라구"
남편은 마치 어렸을때 찬장에 놓여져 있던 설탕 훔쳐먹다가 들킨 어린애처럼 화들짝 놀랐다. 그러나 놀라야 하는 이유를 감추기에는 이미 늦은 터. 바짝 다가가 보니 글쎄....

이미 3년은 넘게 신어 낡을대로 낡아빠진 그이의 구두. 벌써 굽을 3번이나 갈았지만 발의 양 볼이 있는 부분이 터졌던 모양이다. 거기에 밤중에 일어나 강력 본드를 떡칠하며 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저녁에 본 초강력 순간접착제는  남편이 구두를 수선하기 위해 사온 것이었다. 

"여보 이제 하나 사지 그래요. 너무 낡았잖아요. 요번에 나 보너스 받으면 내가 하나 사줄께. 그거 이젠 그만 신어요, 여보"
"아냐. 이거 아직도 3년은 넉끈해. 어떤 사람들, 자동차도 20년씩 타는거 봤잖아"
잠시후 다 됐다며 손을 탈탈 털고 일어난 그이는 고물 구두를 정성스레 신발장에 넣어두며 "내일은 새 구두 신고 가겠네"라며 웃었다. 참으로 알뜰한 남편, 세상에 둘도 없는 짠돌이 절약파다.

그리고 다시 열흘쯤 지났을까.
회사에서 컴퓨터를 많이 하다 보니 어깨도 결리고 허리도 아프고 저리다.  그날도 지친 몸을 이끌고 왔는데 아이들이 "엄마, 택배 왔는데. 이게 뭐야?"라며 커다란 박스를 가르켰다.
나도 첨 보는 물건. 보낸 사람을 보니 남편이었다. 뭔가 하고 택배를 뜯어본 나는 아이들 보는 앞에서 눈물을 흘릴수는 없고. 참 내, 나를 또 다시 감동하게 만들었다. 

그건 어깨와 다리와 발을 맛사지 해주어서 편하게 해주는 자동 안마기였다. 꽤나 비싸 보였다.  자기 구두는 본드로 땜빵까지 해 가면서 신는 사람이 아내가 힘들거라며 돈을 들여 안마기를 선뜻 사오다니. 
저녁때 남편이 퇴근해 돌아왔다. 나는 다짜고짜 "여보, 저거 반품해요. 저런거 없어도 돼요, 뭐하러 사왔어요? 돈 아깝게"라며 마음에 없는(?) 말을 했다. 

하지만 남편은 펄쩍 뛰었다. 그리고 하는 말.
"응 그거. 내가 우리 마누라 직장생활 오래오래 시켜먹을려고 그런거야. 하하하"라며 농담을 안겼다. 솔직히 매일 팔과 다리가 저린 나는 그 선물이 너무나 필요했고 좋긴 했다. 항상 마음과 보살핌으로 가족을 아껴주는 남편. 정말 열심히 일하고 아껴서 우리 가정 제대로 살림 꾸려 나가고픈 마음이 넘친다.
'여보,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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