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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는 축구에 쌈박질이나 하고 다닌다고요?
2012-12-21 14:42:54최종 업데이트 : 2012-12-21 14:42:54 작성자 : 시민기자   박나영
아이들이 방에서 노는 소리가 왁짜왁짜 시끌벅쩍 하다. 혹시나 놀다가 다치기라도 할까봐 매사가 조심스럽다.
금년 봄에는 어른들은 아무도 없는 좁은 집에서 저희들끼리 뛰며 난리치다가 한 아이가 책상 밑에 들어갔다 고개를 쳐 드는 순간 책상 발 아래쪽 모서리에 눈 주위를 찍혀 가슴을 쓸어 내린적이 있었다. 1cm만 더 위쪽으로 찍혔으면 실명할뻔한 아찔한 일이었다.

그렇다 해도 아이들이 늘 밝게 개구쟁이처럼 놀아주고 친구들끼리 서로 마음을 터 놓고 노는 모습이 고맙고 다행이다. 요즘처럼 아이들끼리 문제도 많고 못갈게 굴고 학교폭력에 오아따가 발생하는 시절에는 서로간에 함께 뛰노는 친구가 많은 것도 나쁠게 없다.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오는 아이 친구들은 대체로 서너명이 고정돼 있다. 아이와 아주 친한 사이이다. 
그중에서도 더 자주 보는 두 아이는 그 표정이나 노는 품새가 또렷이 기억난다. 한 아이는 나를 보면 항상 명랑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한다. 
아이들이 대개 어른을 보면 슬그머니 피하거나 굳이 인사를 하는 것을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반드시 고개를 꾸벅 숙이며 그것도 커다란 목소리로 인사를 하니 기특하고 예쁠수밖에 없다. 가정교육이 정말 잘 된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아이는 그와는 약간 반대다. 인사를 안해서 가정교육에 문제라는 뜻이 아니라 아이의 성격 부분에 우려스러운 점이 있어 보이길래...
이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슬그머니 피하는 자세를 취하며 가급적 나와 눈을 마주치려 들지 않아 오히려 내가 다가가서 "왔니?"라거나 "재미있게 놀거라"라며 먼저 말을 붙인다.

물론 나는 단 한번도 아이들에게 노는게 시끄럽다고 혼을 내거나 나가 놀으라며 윽박지르지도 않았고, 오히려 실컷 놀다 가라며 과일도 깎아주고 과자도 사다 준다. 모든 부모들이 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방긋방긋 웃으며 활기차게 인사하고 명랑하게 노는 아이와 달리 이 아이는 얼굴 표정이 항상 뭔가에 쫓기는 듯,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어른을 피하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런 행동을 몇차례 계속해서 보면서 내가 먼저 다가가 인사도 나눠 보고 말도 걸어 봤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혹시나 하여 우리 아이에게 그 아이에 대해 물어봤더니 내가 보이지 않는 곳, 즉 문을 닫아 놓고 자기들끼리 놀때는 정말 잘 노는 보통 아이라며 내게 오히려 아이가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아이를 찾는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남의 집에서 놀고 있는 아이에게 걸려온 엄마의 전화 목소리 치고는 약간 긴장돼 있었고 말소리도 상당히 거칠었다. 전화 너머로 들리는 소리중 "너, 거기서 뭐하고 있니? 당장 돌아와. 이 녀석이 지금 학원 숙제도 하나도 안해 놓고 뭐하는 거야?" 

아이가 엄마 목소리를 듣고 바짝 긴장했음은 물론, 어깨가 상당히 움츠러 드는 모습을 본 뒤 아이가 민망해 할까봐 아이들 노는 방 문을 닫고 나왔다.
이 엄마는 아이를 지나치게 꾸중과 질책만 하고 있었던 것이고, 아이가 그래서 항상 주눅들어 있었던 것이다. 집에서 지나치게 많은 꾸중과 부모에게서 질책만 받는 아이.

대개 관용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인사도 잘하고 밝고 명랑하다. 칭찬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들이 그런 모습이다. 그러나 무서운 부모 밑에서 훈계를 받으며 자란 아이는 인사를 해도 무표정하거나 눈치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줄 때가 많다.
관용과 칭찬을 많이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질책과 훈계로 지도하는 일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가 더 바람직한 이유는 아이의 자발성, 자존감, 행복감, 창의성 등 긍정적인 품성을 계발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때는 어땠나. 항상 규칙과 규율에 순종하며 지시받은 일만 수동적으로 해내다 보니 엄격하고 냉정한 훈육방식 속에서 크지 않았나. 그러나 그건 창의적이고 지도력 있는 인격적 성장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 방식이다. 
누구가 다 아는 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것도 그 한 예이다. 

아이를 대견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면 칭찬할 것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매일의 일상을 큰 잘못 없이 꼬박꼬박 해내는 것만 해도 칭찬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실수에 흠 잡고 야단치는 일은 빼먹지 않으면서, 칭찬에는 너무도 인색한 것이 우리네 부모들이다. 설령 아이가 큰 잘못을 저질러서 꾸지람을 해야 하는 경우라도 칭찬할 거리를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못하는 축구에 쌈박질이나 하고 다닌다고요?_1
못하는 축구에 쌈박질이나 하고 다닌다고요?_1

"어쩌다가 아이와 싸움을 하게 되었니?"
"축구 하다가 헛발질 했다고 놀리잖아요."
"저런 그래서 화가 난 게로구나?"
"처음에는 참으려 했었는데"
"그래? 훌륭한 생각을 했었구나! 처음에 참으려고 노력한건 아주 잘한거야" 하는 식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얘! 너는 할줄도 모르는 축구는 왜 한다고 끼어들어서 쌈박질이나 하고 맞고 다니니? 바보같이!"하는 식의 대화는 현명하지 못하다. 그건 아이에게 조롱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부모들이 늘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하는 것 한가지.
아이가 칭찬받을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야박한 것은 아닌지 늘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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