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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오른 관악산
토함산에 오르는 기분으로 인생의 상념을 날려 버리며
2012-12-26 02:16:31최종 업데이트 : 2012-12-26 02:16:31 작성자 : 시민기자   오선진

산에 오른다는 설레임 때문일까? 새벽 5시30분에 눈이 떠져서 살며시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어보니 아직도 어두컴컴.
하지만 더 이상 잠이 오질 않아 나만의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했다. 친구들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관악산에 - 송창식의 노래 토함산에 오르는 기분으로 - 오르기로 한 날.
눈 내린 성탄절 아침, 관악산 산행은 내게는 가슴이 뛰는 즐거운 나들이 계획이었다. 

아내와 함께 서둘러 오전 9시에 약속한 장소에서 다함께 모였다.  6가족 12명의 모임이었는데 시간이 되자 각자 꾸역꾸역 나타났다. 날씨가 워낙 추워서인지 다들 패딩 잠바에 목도리에 털장갑에 완전히 중무장이었다. 
간단한 얼굴 인사와 주의사항을 나눠 알려준 뒤 커피 한잔씩 뽑아 먹은 후 서울대 신공학관 뒤 자운암을 거쳐 오른쪽 계곡을 타고 등산을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관악산 정도는 엄청난 등산이라고까지 하기에는 대단한 코스는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같은 초심자들에게 휴일날 작심하고 오르내릴수 있기엔 수원 근교에 아주 적당한 산행 코스였다.
쾌청한 날씨, 그러나 예쁜 여자의 성격이 앙칼진 경우가 있듯이 산에 불어닥치는 바람은 아주 차갑고 매서웠다. 

오르던중 멀리 청계산 정상이 또렸하고 발아래로는 서울대학 전경이 한눈에 들어 온다. 자운암을 시발로 관악산 정상까지 끊임없는 괴암과 암능의 연속이다.
중간에서 잠깐 휴식 겸 간식을 먹기 위해 섰다. 통신소와 관측소가 손에 닿을듯 가깝게 보인다.

각자의 배낭을 뒤져 과일과 따끈하 차와 가벼운 쿠키, 바나나를 꺼내어 소박한 파티를 연다. 산 중턱에서 먹는 이런 간식도 꽤 흥미로운 맛이다. 땀에 젖은 등짝이 식으면 다시 추위가 몰려오기에 서둘러 요기를 마친후 다시 출발이다.
배낭을 지고 산에 오르다 보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만나고, 편안히 걸을 수 있는 탄탄대로가 나타난다. 지나는 길손과 다정히 인사를 나누고, 동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간다. 이름모를 겨울 들풀과 기암괴석, 황홀한 풍광에 젖으며 가노라면 천상의 세계가 바로 그 곳임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평소 체력관리를 잘해둔 사람 즉, 준비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고, 행운이다. 그래서 산은 인생의 도장이며, 축소판인 것이다.
신문에서 보는 한라산이나 설악산 같은 곳의 봄 가을철 등산객을 보면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거의 볼 수 없다. 등산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수학여행이나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이다. 

그러니 학생을 둔 부모들은 한 달에 한번쯤은 몸과 마음, 정신 건강을 위해서 산에 오르도록 권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틈틈이 대자연과 호흡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나갈 때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빠듯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자유를 만끽하면서 유유자적하는 가운데 어려운 난관에 부딪혀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헤쳐나갈 줄 아는 완성된 인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젊은이들이 호연지기를 기르는 첩경은 등산이 최고라 여겨진다.

한참을 걷던중 주변 설화에 정신 뺏긴 다른 회원이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전문 사사작가의 수준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등산로 아래쪽으로 자꾸만 내려간다. 슬그머니 염려되어 눈길을 뗄수 없다. 바로 밑에 바위가 있고 낭떠러지가 꽤 높아서 10여미터는 족히 돼보인다.
숨을 헐떡이며 오르고 또 오르다 보니 연주암 위로 솟아 오른 죽순 같은 불꽃바위가 연주암을 태우듯 솟아 있다. 그 오른 모습을 따 설치한 전망대가 불꽃바위 전망대라 이름 붙여졌다.

성탄절에 오른 관악산_1
성탄절에 오른 관악산_1

눈을 업은 산사 연주사의 모습이 꿈과 같이 자리하고 천길 단애에 걸친 연주암은 눈 덮인 관악산을 묵묵히 걸어 오른 산행객의 노고를 모르는듯 한가하다.
산행을 시작해 선유천약수터에서 식수도 준비하고, 관음사코스의 첫 번째 봉우리인 국기봉을 오른 후, 낙성대역에서 오르는 코스와 합류하는 능선삼거리와 정비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인 걷기 좋은 오솔길을 따라 마당바위도 거치고 관악산의 정상 연주대까지 다들 지친 가운데 우린 건강한 두 다리로 정상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다시 간식을 꺼내어 늦은 점심을 하고 성탄절날 산에 오른 기분을 만끽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런 산행을 자주 하자는 한명의 의견에 모든 부인들이 손뼉을 치며 대 환영의 목소리를 낸다.
남편들이 술 마시는 것을 줄일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모두가 성심껏 참여하자는 의견일치를 보고 하산 길에 올랐다. 

사노라면 주체하지 못할 만큼의 기쁘거나 슬픈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럴 때면 내딛는 발자국마다 인생의 무게를 느껴 보는 등산을 떠올려 보자. 모든 상념들이 한없이 작은 조각 파편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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