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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의 원인이 성격차이?
질병으로 말하자면 암과 당뇨병의 차이라고 본다
2012-12-26 12:03:23최종 업데이트 : 2012-12-26 12:03:23 작성자 : 시민기자   남준희
아침부터 직원이 죽을 상을 짓고 있었다.
"왜그래? 요즘 무슨 일 있어? 얼굴이 많이 아니네."
인상 벅벅 쓰며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는 부하 직원. 이제 아이들이 겨우 초등학교 1, 3학년인 젋은 직원이 사흘 굶은 시어미 상을 하고 있길래 이유를 물었다. 

어렵게 입을 뗀 그는 연 이틀 계속해서 부부싸움을 했는데, 어제 우연히 중학교 2학년인 아이의 일기장을 보고는 심히 걱정이 되노라 고민을 털어 놓았다.
부부싸움도 안하고 살수는 없으나 너무 잦아도 문제고, 또한 싸움 끝에 빨리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한채 장기 냉전으로 가는것도 문제라는거 부부들이 모르지도 않는다. 하긴,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 늘 우리 인간사에 갈등이라는게 존재하는거고.

부부싸움의 원인이 성격차이?_1
부부싸움의 원인이 성격차이?_1

헌데 이 직원의 이야기는 정작 부부가 아닌 아이들한테 불똥이 튄 걸로 심각했다.
"엄마 아빠는 맨날맨날 싸움을 한다. 아빠는 목소리가 너무 커서 나는 겁이 난다. 아빠가 때릴것 같아서 무섭다. 엄마가 어떤때는 밥도 않해준다. 엄마가 많이 화가 난것같다."
직원이 말해준 아이의 일기 내용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에게 손찌검을 해본적 있느냐고 물었더니 맹세코 그런 적은 없다고 했다. 물론 그의 아내에게도 그런적 없고.
그건 다행이었다.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기 어려운 일이니까.
그런데 어린 아이가 아빠가 자기를 때릴것만 같다고 일기를 쓴걸 보면 부부싸움때 화가 난 아빠의 격앙된 목소리에 기가 질려 일종의 공포감을 느끼는 것이기에 아이들의 교육과 정서에 아주 나쁠수밖에 없다. 

그런 일이 자꾸만 늘어나고 아이의 공포감이 커져 간다면 아이가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갔다.
내가 아는 바로는 부부싸움의 문제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중 부부싸움 끝에 부모가 아이들 자신을 버리고 나가버릴것 같아 두렵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부부싸움 중에 오가는 대화가 얼마나 극단적이면 아이들이 그런 공포심을 느끼겠는가. 
모르기는 해도 아이들이 다 듣고 있는 가운데 배우자중 한명이 상대방에게 "당장 나가버려!" 라든가 "내가 안 산다 안 살아!" 혹은 "애들을 지랄했다고 낳았어? 차라리 갈라서 버리자"라는 식의 극언을 나누지 않았을까.

하여튼 아이들의 고통스런 마음이 일기에 고스란히 남았으니 그것만 봐도 절망의 크기가 어느정도인지 알수 있다. 제3자인 내가 들어도 절망적이다.
그렇다고 직원에게 "이거 절망적인데"라며 재를 뿌릴수는 없는 일. 
부부 싸움의 이유를 물으니 아주 큰 어떤 사건이나 문제점이 있는게 아니었다. 약간의 성격차이 탓이라 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사실 이 약간의 성격차이라는 것은 별거 아닌듯 한데, 부부싸움의 문제로 보면 오히려 이게 어떤 큰 사건으로 인한 싸움보다 더 지속적이고 큰 문제를 가져온다. 
이 자그마한 성격차이 때문에 항상 사소한 일을 가지고도 티격태격 다투고, 다투다 보면 말이 길어지고, 말이 길어지다 보면 하지 말아야 하는 마을 하게 되고, 다시 그게 상처가 되고, 그게 계속해서 차곡차고 쌓이게 되고, 다시 싸울때는 지난번에 쌓아 뒀던 앙금이 터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 되는 것이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지만 부부싸움에 있어서 성격 차이라는 것은 질병으로 말하면 암이냐, 당뇨병이냐의 차이라고 본다.
암이라는 큰 질병이 생기면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 모두가 당장 느끼는 충격은 상상할수 없이 크지만 차라리 즉시 수술을 한다든가 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해결을 본다.
그러나 암과 달리 당뇨병에 걸렸다면 이것은 수술도 안되는 것이 죽을 때까지 사람을 괴롭히며 생활에 수많은 제약을 가하다가 까딱 실수하면 팔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고 가는 식으로 아주 고통스럽게 만든다. 한마디로 돌아버리게 만든다. 

그래서 부부간에도 사소한 성격차이가 사사건건 다투고 싸우게 만드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듯 한게 오히려 부부관계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성격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서 부부싸움을 막을까.

나는 직원에게 두가지를 이야기 해 주었다.
하나는 내가 상대방이 되어 보는 것과, 더 이상 그런 부부싸움을 계속할 경우 아이들을 망치게 되니 당장 싸움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상대방이 되어 보면 상대방이 한 말과 행동을 이해하게 되고, 그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데 절대적인 도움이 될것이다. 역지사지라는 말도 내가 상대방이 되자는 것이다. "내가 너라면" 혹은 "내가 네가 되어" 바라보자. 그러면 이 사소한 말다툼은 절반은 줄어들 것이다. 상대방에 의해 정말 화가 났을때 목에까지 올라오는 말을 일단 참고 상대방이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를 먼저 상대방이 되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직원에게 오늘부터 당장 실천해 보라 일렀더니 깊게 수긍하는 눈치였다.

두 번째는 아이들의 충격의 문제였다.
아이들은 성장기에 겪게 되는 스트레스중 부모의 부부싸움을 최악의 스트레스로 꼽는다고 한다. 
자녀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전혀 모른 채, 부부싸움을 일삼아 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내가 참아야지'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한 번 감정이 폭발해 버리면 흥분을 억제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부부싸움을 대판 벌리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분노가 폭발하여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격한 감정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허탈한 슬픔이 밀려오곤 한다.
그 때쯤,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들에게 뒤늦게라도 '미안하구나' 사과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부모 중 어느 한쪽이 대문을 박차고 집을 나가버리거나, 회사를 때려치울 거라고 엄포를 놓거나, 혹은 잘못된 인연이라 한탄하며 갈라서리라는 말을 쏟아 낼 경우 자녀들의 심정은 어떨까? 한술 더 떠 다같이 죽자는 식의 언어폭력을 아이들이 듣게 된다면 그 때 자녀들의 심정은 또 어떨까?

이 역시 내가 열 살, 열두살 아이가 되어 생각해 보면 정답이 나온다.
우리 아이가 밝고 건강하며 자존감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소중한 사람이라 여기는 마음과 행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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