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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한번 해볼만한 진짜 휴식, 땡땡이
2012-12-27 14:13:18최종 업데이트 : 2012-12-27 14:13:18 작성자 : 시민기자   유남규
어제 우리 사무실에서는 대박 이벤트가 있었다. '땡땡이 이벤트'라는 것이었는데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짜릿한 땡땡이였다.
어제 이야기를 하기전에 옛날 이야기부터 좀 하고 싶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것 같아서.

학교 다닐때 땡땡이 한두번 안쳐본 사람 없을 것이다. 또한 땡땡이의 짜릿한 쾌감, 그리고 땡땡이는 가끔씩 아주 졸릴때 딱 10분 시원하게 단잠을 자고 났을때의 단맛처럼 하루 일과에 확실한 스트레스 해소의 보약이라는거... 이거 안느껴본 사람은 잘 모르는 것이다.
입시준비 때문에 피가 튀기는 공부열기를 내뿜던 고딩 3학년때 땡땡이 쳐본 기억, 그리고 성인이 되어 직장인으로써 바로 어제 느껴본 땡땡이의 짜릿함은 정말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잘난 마누라는 성적과 비례한다'는 살벌한 우리반 급훈을 떠올리며 쥐죽은듯 야자(야간자습)를 하던 고교 3학년 그때, 정말 딱 1시간만 그 무겁도록 고요한 공간을 벗어나고 싶었다. 오로지 숨소리와 볼펜 딸깍거리는 소리만이 들리는 야자 타이밍에서 벗어나 시원한 바깥공기를 마시고 싶었던 것이다.
"야, 우리 1시간만 까자"
까자?그건 땡땡이 치자는 우리의 은어였다. 짝꿍인 성식이한테 급제안을 걸자 마치 울고 싶은데 뺨 맞은 녀석처럼 정색을 하며 나보다 더 좋아 했다. 왜냐면 그때 땡땡이 치다가 걸리면 정말 끝장이었기 때문이다. 고3이 야자 도중 그러는건 곧 자살행위에 학급 분위기를 망치는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감행했다. 담임선생님이 늦은 저녁식사를 하러 가신 시간을 이용해 우리는 마치 연인처럼 학교 뒷산에 올라가 산책을 했다. 학교 뒷동산에는 소나무 숲이 있었는데 숨막힐듯한 전쟁터를 나와서 평화의 땅에서 호흡을 하니 정말 날아갈듯 했다.
1시간 땡땡이를 친 우리 둘은 흡족한 마음으로 내려왔다. 

앗, 그런데...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했던가? 저만치 보이는 교실을 향해 걷던중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시던 담임선생님한테 딱 걸렸다.
"이리와!"
선생님의 표정은 무시무시했고 우리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선생님 뒤를 따랐다. 그런데 교무실로 가는게 아니라 학교 뒷편 음악실 건물쪽으로 데려가셨다.

"어디 갔다 왔냐?"
하지만 선생님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하셨다.
"저기... 너무 갑갑해서 소나무 숲에 갔다 왔어요"
"선생님, 숨막혀 죽을거 같았어요"

우리 둘은 저마다의 심정을 솔직하게 말했다.
"갑갑해서? 숨막혀 죽을거 같아?"
선생님은 한동안 별빛이 쏟아지는 여름 밤하늘을 올려다 보시다가 "오늘 일, 나는 못본거다" 라며 우리 둘을 그냥 들여보내셨다. 입시 중압감에 힘들어 하는 우리를 이해하신 것이다. 고마운 선생님.... 
그후 우리는 선생님의 뜻에 부응했다. 좋은 대학 진학하고 지금은 성실한 직장인이 됐다. 땡땡이 한번 효과적으로 친 것이었다.

그리고, 어제 일이다. 
"우리 팀이 이번 2012년 사내 경영평가 결산에서 1등했어요."
부장님의 말씀에 우리는 책상을 두들기며 환호성을 쳤다. 회사 경영평가에서 1등을 하면 승진과 호봉에서 가산점을 받는 특혜가 따르기 때문에 1년에 한번 하는 이 평가에 직원들 모두다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런데 거기서 1등을 했다니 이만한 기쁨이 어딨나?

"학교 다닐때 다들 땡땡이 한두번씩 쳐봤죠? 오늘 모두 땡땡이 치세요"
"땡땡이요?"
부장님의 급 제안에 모두 놀랬다.
"오늘 오후 1시에 전원 일시 퇴근. 그리고 낮술 한잔씩 걸치든지 영화를 보든지 길거리를 배회하든지 쇼핑을 하든지 맘대로 하고 5시30분까지 복귀. 30분동안 일과 정리하고 6시 퇴근하세요""예? 1시에 일시 퇴근요? 거기다 낮술까지요? 복귀해서는 눈도장 찍고 곧바로 퇴근요?"

가끔씩 한번 해볼만한 진짜 휴식, 땡땡이_1
가끔씩 한번 해볼만한 진짜 휴식, 땡땡이_1

부장님의 폭탄발언에 우리는 모두 어리둥절 했다. 세상에.... 
우리 부장님은 땡땡이의 맛을 아는 분이셨다. 남들 코피 터지게 일하는 근무시간에 나가서 영화 보고 낮술까지 한잔 걸치고 놀다 오라니? 이 놀라운 발상에 우리팀 직원 6명은 발을 굴러가며 박수를 치고 '파이팅'을 외쳤다. 이게 직장생활의 맛, 진정한 땡땡이의 맛인거다.

회사의 근무 규정상 이건 정말 어려운 결단인게 분명했다. 그러나 규정은 규정이고,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충성을 다하게 만드는 원동력, 그리고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게 무엇인지 아는 부장님은 정말 멋쟁이셨다.  땡땡이의 마력을 아시는 것이다.
오늘도 열심히 직장에서 일하는 우리나라의 모든 근로자 직장인들, 늘 말 못할 애환과 인내를 바탕으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분들 가끔은 우리 부장님같은 땡땡이의 마력을 가끔씩 활용해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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