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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대물림, 아이들 위화감부터 없애야
2013-01-07 01:42:30최종 업데이트 : 2013-01-07 01:42:30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애

남학생들은 하얀 플라스틱 칼라에 단정하게 채운 호크와 단추와 날이 선 바지, 여학생들은 검정색 세라복에 검정색 코트. 이는 1970년대 학생 교복의 전형이었다. 남학생들은 가끔 모자를 삐딱하게 쓰거나, 여학생들 역시 운동화 뒷굽을 구겨 신기도 했지만 학창시절의 멋이려니 하고 선생님들은 귀엽게 봐주곤 했다.

질풍노도의 시절엔 누구나 그렇듯 감정의 기복이 심하게 일 때 교복을 입으면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파릇파릇한 소년, 소녀가 장래의 꿈을 꿀때도 교복은 항상 옆에 걸려 있었다. 공부 잘하는 선배의 교복을 물려받고 그 옷만 입으면 왠지 공부를 잘할 것 같은 뿌듯함이 있었다.

그게 우리 70년대와 80년대 초반까지 중고등학교를 다닌 기성 세대의 모습이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데 그러면 중고생은 학교를 떠나면서 무엇을 남길까? 교복을 남긴다. 교복 물려주기가 그것이다. 

교복 대물림, 아이들 위화감부터 없애야_1
교복 대물림, 아이들 위화감부터 없애야_1

아이들은 이미 방학에 들어갔고 이제 빠르면 2월 초순부터 졸업식이 시작된다. 초중고 모두 졸업식이 거행되겠지만 그중애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교복값 때문에 속을 끓인다. 그게 웬만큼 비싼게 아니기 때문이다.

교복을 싸게 하려고 한다지만 싼것도 한계가 있고, 어차피 얻어 입히지 않는 한 새로 구입하려면 적잖은 돈이 들어갈수밖에 없기에 학부모들의 이런 고민을 덜어줄 방법은 교복 물려주기가 아닐까 싶다.
나도 현재 중학생 딸 둘의 교복을 대물림 해서 입혔고, 그중 금년에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에게도 교복을 얻어서 입힐 생각을 하고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아이도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교복 물려 주기는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고 선·후배간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하나의 촉매제가 된다는 점에서 어느모로 보나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칫 마음에 상처를 안겨주는 일이 생길수도 있다. 그런 부분 때문에 늘 노심초사 했던게 사실이지만 다행히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런 일은 없었다.
만약 그런 상처가 자꾸만 문제가 되면 교복 물려주기 자체가 완전히 사라질수도 있기에 수원시내 학부모님들이 한번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미리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작년에 이웃집에서는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에게 교복을 물려받아 입히려고 아이 엄마가 한 벌을 받아 왔었다. 하지만 정작 당서자인 고교 입학생 딸이 끝까지 얻어 온 교복을 입지 않겠다고 버텨서 결국에는 교복을 비싼 돈 주고 사서 입힐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대물림 해서 얻어 온 교복을 굳이 입지 않으려 한 이유는 대물림 교복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입는 옷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이가 중학교때 주변에서 대물림으로 교복을 입은 다르 친구가 그런 눈치를 받자 이 아이는 그게 싫어서 끝까지 새걸 사 달라고 고집을 피운 것이다.
어린 학생들 마음에 그런 심정도 충분히 이해는 되었다. 

우리가 좋은 뜻으로 교복 대물림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그게 자칫 가난의 상징으로 비춰져서 본래의 취지에 상처를 주고 그 때문에 결국 교복대물림의 문화가 정착되지 못할수도 있다. 그러므로 각 가정은 물론이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복 대물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아이들을 지도해야 한다.

즉 교복물려주기 운동은 물질만능 주의에 젖어 사는 요즘 학생들에게 한정된 자원을 절약하고,  돈의 경제적 가치를 알게 해 주면서 선후배 간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줘 하는 것이다. 
모두에게 이런 공감대가 있지 않는다면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에게는 교복 대물림이 오로지 가난한 학생들의 전유물로만 비쳐지고 굳어질 것이다.

아이 키워 본 부모들은 다 알겠지만 교복 정장과 셔츠에, 바지도 한두 벌 더 사면 후딱 30만 원이 넘는다. 학부모들은 새 옷을 사주자니 가격이 만만치 않고, 교복 물려 입기 등을 통해 헌옷을 입히자니 아이들이 기가 죽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부모들의 이런 고민은 결국 알게 모르게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에 퍼져있는 그런 마인드 때문이다.

학부모와 학생들 모두의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물려준 옷을 부끄러워할게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전통을 나눈 모습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하는 일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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