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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을 위한 위로
2013-01-09 11:44:52최종 업데이트 : 2013-01-09 11:44:52 작성자 : 시민기자   정진혁
최근 4일정도 회사의 신년 업무 때문에 밤잠을 설치며 일을 했다. 어떤 날은 하루에 서너시간만 잠을 잔적도 있고, 찜질방에서 새우잠을 자고 난 뒤 새벽녘에 일어나 출장을 간적도 있었다.
그렇게 정말 쉬지도 못한채 '오줌 누고 그것 털 시간도 없이' 일하던 프로젝트가 대충 끝난 엊그제 오후에 퇴근해 집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졌던 모양이다.

아내는 친정에 볼일이 있어서 내려갔고, 방학한 아이들도 밖에 나갔는지 집안에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안방에서 그대로 잠이 들었던것 같다. 얼마나 잤을까.
설핏 뭔가 인기척이 느껴져 잠이 깨어 슬그머니 눈을 떠 보니 아들놈이 장 안에서 뭔가를 뒤적거리는게 보였다.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잠자던 내 주변을 둘러 보니 얼마나 피곤했는지 바로 옆에 침대를 놔두고 그 아래 방바닥에서 가방을 베개삼아 누워 있었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제 방 놔두고 아빠가 퇴근해서 주무시는 안방에 와서 장롱을 열어가며 부시럭 거리는 뜻은?
아들은 장 안에서 이불을 꺼내고 있었다. '저녀석이 뭐하려고 그러는거지?' 싶어서 눈을 감고 계속 잠을 자는 척 하면서 상황을 지켜 봤다.
아들은 장롱에서 두툼한 이불을 꺼내고 있었다. 이불을 꺼내기엔 제녀석 키가 좀 작아 장의 높이가 잘 안맞았는지 까치발을 서서 낑낑대며 이불을 꺼내더니만 그걸로 방바닥에 누워 자고 있는 내게 다가오더니 덮어주는게 아닌가. 

아버지들을 위한 위로_1
아버지들을 위한 위로_1

그리고는 발 밑으로 가서 양말까지 벗겼다. 그러고 보니 퇴근해서 그냥 쓰러져 자느라 미처 풀지 못한 넥타이도 누군가가 풀어서 옆에 놔뒀다. 인기척이 느껴졌던것도 아들녀석이 내 넥타이를 푸느라 그런것 같았다. 
이어서 침대에 올려져 있는 베개를 가져다가 내가 베고 있던 가방을 빼낸 후 머리에 베어 주는게 아닌가.

그리고는 잠시후. 안방 화장실로 들어가 뭔가 부시럭 거리더니 다시 내게로 왔다. 아들이 눈치를 챌까봐 나는 눈을 감고 자는척 하고 있었는데. 
얼굴이 뜨뜻했다. 아.... 수건이었다. 따스한 물로 축축하게 적셔진 물수건이었다. 아들은 그걸로 내 얼굴을 닦아주고 있었다.
'이놈 봐라'
아빠가 피곤해서 씻지도 못한채 방바닥에서 잠든것을 발견하고 침대에 뉘우려니 체중 때문에 엄두가 안나자 나를 그대로 방바닥에 둔채 이불을 덮어주고 베개를 베어 준 뒤 얼굴까지 씻겨준단 말이지?

이놈이 정말 철이 든건가? 어쨌거나 잠시동안 아들이 아빠인 내게 보인 행동은 그동안 크게 느끼지 못했던 아들에 대한 감동의 물결이 파도처럼 느껴졌다. 정말 뜨뜻한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줄때는 눈물을 흘릴뻔 했다. 그걸 참으려고 슬그머니 돌아 눕기까지 해야 했으니까.

아이가 방을 나선 뒤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만약 중병에 걸려서 병석에 누워 있어도 이놈이 이런 효도를 다 할까? 또한 그게 아니면 결혼을 한 뒤에도 제 마누라 눈치 안보면서 아빠를 이렇게 위해줄까?
아이가 애써 깔아준 이불에 감격을 한 나머지 나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할때까지 일부러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로 옮기지 않고 끝까지 방바닥에서 잠을 잤다.

다음날 아이들더러 모르는척 하고 "어제 누가 아빠 이불 깔아줬니?"라며 지나가는 말처럼 묻자 아들놈이 "아빠는 침대 놔두고 왜 거기서 주무세요? 추울거 같던데"라며 역시 제 아빠 걱정을 해준다. 고맙고 기특한 놈.

요즘같은 불황에다 구조조정에다 실업자가 넘쳐나는 세상에 아버지들의 입지가 날로 줄어들고 있다는데 나도 어쩔수 없는 그런 아버지중의 하나이며 그래서 가족간의 조그만 일에도 애틋하고 정이 더 가는 것 같다.
이런 세상에 어깨가 움츠러든 가장들에게 힘을 실어주거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강조하는 광고도 많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아버지를 위로하는 식으로 나온 광고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부자가 함께 대중목욕탕에서 목욕하는 장면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현재를 연결시킨 장면이었는데 아주 가슴이 뭉클했다.

우리 사회가 아무리 각박하고 물질화돼 가고 첨단화로 치닫는다 해도 가정에서 아버지는 기둥이고 중심이며 힘의 원천이다. 가족이 살아가는 에너지를 주는 원동력이 바로 아버지이다.
그런 가정을 잘 지켜내는 아버지가 있어야 사회도 올바로 서고 그 사회를 바탕으로 국가도 온전히 유지되는 것이다.

어려운 시절에도 우리의 아버지들께서는 꿋꿋이 가정을 지켜내셨고 오늘날의 우리를 키워주셨다. 
요즘 부쩍 힘들고 어려운 사회생활을 하며 가정을 지켜내는 아버지들이 적잖게 계시다. 가정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그렇게 세상살이가 어려울수록 아버지의 어깨가 처지지 않게 위로해 드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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