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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곳은 많은 데 성금은 줄어들고...
2013-01-11 01:22:01최종 업데이트 : 2013-01-11 01:22:01 작성자 : 시민기자   최순옥

동네 아줌마들끼리 신년 초에 같이 모여 만두 빚고 떡국이나 끓여 함께 먹자며 모인 얼마전이었다.  
여자들끼리 모여 앉아있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남편 흉 보기, 그와는 반대로 시부모님이 친딸 이상으로 잘 대해주시는 이야기, 공부 잘하는 아이 엄마에게는 부러움이 표시 되었고, 반대로 학문에(?) 뜻이 없어 고민이라는 이웃에게는 "애들이 늦게 철 나는 경우도 있어요"라든가 "공부가 아니라 다른 뭔가가 있을지 모르잖아요"라는 위로와 격려까지.
즐거운 시간, 덕담과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도 오갔고 진지한 삶에의 고민과 노후를 생각하는 이야기도 건네졌다. 

그러다가 연세가 좀 있으신 최고참 언니격의 한분이 좌중의 모든 주부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제까지 살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한두가지씩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 아주 감동적인 기억도 있을것 같은데"
신년에 아주 잘 어울리는 질문과 제안이었다.
"나는요, 음... 첫 아기를 낳았을 때예요"
"저는요, 아기를 낳기 전 병원에서 아기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어요. 남편이 회사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좋아서 난리를 쳤다는거 아니에요"
"저는 남편 위암 수술이 잘 돼서 퇴원하던 날 같아요. 병원 밖으로 나왔는데 햇살이 얼마나 따사롭고 포근했는지. 마치 내가 천국의 어느 정원으로 걸어 나오고 있는것 같더라니까요"

"저도 첫애 낳았을 때였던거 같아요. 두 번째는 어렵게 인공수정해서 낳았는데 그때 쌍둥이가 나왔잖아요. 제왕절개로 낳았는데... 낳고 보니까 얼마나 눈물이 나고 고맙고 감격스럽던지"
이야기하는 내내 다같이 숙연했다. 마치 아주 중요한 회의 시간에 엄숙하게 회의 진행을 하는듯한 느낌이었다.
 각자의 가장 기뻤던 순간을 말하는 모습이 너무나 진지했고 하나같이 공감 가는 생생한 경험담들이었는데 거기에 교집합이 있었다.

두세가지를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으로 나온 말은 아이에 관한 것이었다. 아기를 낳았을때,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첫애의 초음파 사진을 받아 들었을때 등.
정말 우리에게 생명의 귀중함과 그 소중한 경외감은 너무나 신비로우면서 우리 엄마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동의 순간을 준 것이었다. 
나 또한 첫애를 낳았을때의 감격이 가장 컸노라 말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보람되며 행복한지를 새삼 깨달은 자리였다. 모든 주부, 모든 엄마들이 다 비슷한 것이다.

한번 머릿속에 영화 화면의 영사기를 집어 넣고 서서히 되돌려 보자.
아이를 열 달 동안 몸에 품고 있는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한 생명을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10개월간 정성과 공을 들이는 과정 자체가 얼마나 인간적이며 아름다운 과정인지. 
또한 그 긴 10개월의 여정을 거쳐 아이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 주는 순간 어떤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인지 몸으로 체험하고 난 뒤에 느낀 가슴 벅찬 감동이란...

그렇다. 누구에게나 최고의 감동과 아름다움과 경외감으로 다가서는게 바로 생명의 탄생이고, 결국 따지고 보면 우리 인간사에 이보다 더 큰 것은 없다. 그래서 다 같은 인격체이고 소중하게 보호받고 삶을 누릴 자격이 있건만... 

지금 이 살벌한 추위에 밖에서 떨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 역시 어느 어머니에게선가 처음에 "으앙~"하고 세상 밖으로 내보내졌을 것이고, 그 어머니 역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감격에 겨웠을 것이다.
그런 생명이었건만 오늘도 수원역서 적잖은 노숙자들을 보고 왔다. 손은 검은 때가 끼어 있었고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얼굴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괜스레 내가 죄인인듯 하는 마음이 들었다.

쓸곳은 많은 데 성금은 줄어들고..._1
쓸곳은 많은 데 성금은 줄어들고..._1

2013년이 밝아온 1월이다. 
나와 엄마들이 아이를 갖고, 낳고, 기르면서 가졌던 맹목적인 사랑과 감동의 마음처럼,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바라보는 마음에 맹목성이 커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얼마전 회사에서 모 기관에 금년도 첫 이웃돕기 성금을 내고 왔다. 매월 중순께 정기적으로 돕는 곳에 낸 것이다.

성금을 전해 받은 그곳 관계자분의 말씀이 마음에 걸린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과 쓸 곳은 많은데 점점 성금이 줄어들어 걱정이네요"
사회복지모금이 줄고 불우이웃 시설들을 찾는 발길이 뜸해진 것은 물론 경기가 나빠졌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마다 턱없이 얇아진 주머니 사정과 치솟는 물가 때문에 먹고 살기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마당에 다른 사람을 돌볼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웃을 돕는 일은 내가 남아서 여유 있을때 하는게 아니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필요한 일이 기부이고, 넉넉할 때 남을 돕기란 쉽지만 자신도 빠듯할 때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야 말로 더 값지고 빛나는 일임에 틀림없다. 경제가 어렵고 사회적 시련이 있을수록 곳곳의 그늘진 구석을 보살피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려는 관심과 노력도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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