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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꽃을 보자
2013-01-17 12:54:38최종 업데이트 : 2013-01-17 12:54:38 작성자 : 시민기자   오선진

집안에 행사가 있어서 옆 좌석에 형님과 뒷좌석에 형수님과 조카들을 태우고 차를 운전하고 지나갈 때였다. 매교동 주택가 골목에서 갑자기 검정색 중형 승용차 한대가 급작스레 좌회전을 하면서 튀어 나왔다.

 "야. 야...!!"
너무나 급작스럽고 놀라운 상황이었기에 옆자리에 탄 형님이 더 놀래 운전 중이던 내 팔을 잡았다. 대개 이런 경우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운전을 할 줄 안다면 자신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형님도 너무 놀라 브레이크를 밟는 반사적 행동 대신 내 팔을 확 잡은 것이다. 어쨌거나 급브레이크를 밟아 다행히 충돌은 피했고 차도 안전하게 빼기는 했지만 순간적으로 식은땀이 날 상황이었다. 마음을 진정시킨 후 일단 차가 빠져 나와야 하기에 차를 약간 후진시켜 주었고, 공간을 확보한 그 차도 서서히 차를 빼서 나갔다. 

엄밀히 말하면 직진 차 우선이고, 반드시 직진 차만 먼저라는 고집은 피우지 않는다 해도 좌회전을(우회전도 마찬가지) 하는 차량이 측방에서 다른 차가 올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무작정 회전을 한 것은 전적으로 그쪽에 문제가 있었다. 

특히 신호등이 없는 조그만 골목길의 교차로의 경우엔 서행을 해야 하는데 이 차는 뭐가 급했는지 직진중이던 내 차보다 속도가 훨씬 빨랐다.

차를 후진시켜 주는 동안 왼쪽으로 틀어 돌아 나가던 그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내게 미안하다는 표시나, 혹은 직진차임에도 불구하고 차를 후진까지 시켜 주며 먼저 가라고 양보를 한 내게 깜빡이 정도는 넣어서 운전자끼리의 인사표시는 하고 가는 게 옳은 상황이었다. 그렇게만 했어도 그냥 있을 수 있는 일이려니 하면서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나도 참 순진한 사람이라는 걸 안건 그 직후였다.

갑자기 상대방 차의 운전석 차창이 열리는가 싶더니 창밖으로 운전자의 팔이 나오고 하늘을 향해 감자바위 욕설 표시(주먹을 쥔 상태에서 가운데 장지 손가락만 펼치는 서양식 욕설. 서양에서는 결투를 불사할 만큼 아주 나쁜 욕설이라 함)를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이내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아 "뿌아~앙"하고 달려 나갔다.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꽃을 보자_1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꽃을 보자_1

조수석에서 곧바로 상황을 파악한 형님.
순간적으로 움찔하며 내 얼굴 표정을 보더니 역시 운전 중이던 내 오른팔을 살짝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
"야. 그냥 가자. 저런 인간들 건드리면 뭐하냐. "
형님은 내가 성질을 못 이겨 그대로 차를 몰아 감자바위 욕설을 던지고 간 차를 쫓아갈까봐 염려되어 말린 것이다.

차를 쫓아가 응징하고픈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으나 형님의 만류로 어쩔 수 없이 참고 말았다. 더구나 뒷좌석에는 형수님과 조카들까지 타고 있었기에. 그 대신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래 소형차 몰고 다닌다고 업신여기는 거냐?  내가 직진이고 너는 골목에서 조심도 없이 튀어 나왔는데 말이야! 그리고 너 싸움꾼이냐 조폭이냐. 무조건 욕설 하고 치고 박는 게 직업이야? 너 지금 나한테 죽는다!!" 

이 말은 즉시 나온 것이 아니라 형님의 만류로 추적을 포기하고 벌름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주택가 담벼락 아래에 차를 세운 뒤 마음속에서만 내뱉은 욕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곳이 주택가도 아니고, 옆자리에 형님에 가족만 타고 있지 않았어도 나는 차를 몰아 그 사람을 뒤쫓아 갔을지 모른다. "쫓아가서 가만두지 않을 테다"라며.

또한 한편으로는 형님이 옆에 계셨더라도 창문을 열고 함께 욕설이라도 실컷 퍼붓지 못한 게 화가 날 정도였다. '옆에 조카들만 안타고 있었어도'라는 후회마저 들 정도로 그 사람의 감자바위 욕설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모욕감을 주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그 후 몇 시간이 지나 그날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도 낮 시간의 일이 떠올라 너무나 분하고 억울하고 기분이 언짢았으며 불쾌했다. 

이렇듯 화를 내야 할 때 여의치 못한 주변 여건 때문에 화를 터트려 버리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자기 가슴속에 분노를 쌓아 둘 때가 많다. 그렇다면 정말 화를 참아야만 하는가? 아니면 분출해야 하는 것일까? 

상류사회에서 자비심이 깊은 부인으로 알려진 한 귀족 미망인이 성실하고 부지런한 하녀를 데리고 있었다. 어느 날 이 하녀는 여주인이 천성이 선량한 것인지, 아니면 부유한 상류사회에 들어내 보이기 위해 짐짓 자비심이 있는 양 가장하고 있는 것인지 호기심이 생겨 그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하녀는 한 낮이 다되도록 늦잠을 잤다, 여주인은 늦잠을 잔 하녀를 꾸짖었으나 다음 날도 역시 하녀는 늦잠 자기를 반복했다. 화가 난 여 주인은 하녀에게 욕설을 퍼붓고 막대기로 매질을 하여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다. 이 사건은 이웃에 소문으로 퍼져 이 부유한 미망인은 명성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성실한 하녀마저 잃고 말았다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이처럼 주위 사정이 자기에게 좋고 만족하면 친절하고 겸손하지만, 반대로 사정이 변하여 마음에 맞지 않을 때는 민감해져서 화를 낸다. 

그러나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참고만 있을 수도 없다. 또한 나를 화나게 한 사람은 공공적인 도덕을 무시하거나 질서를 깨트린 경우도 있고, 상식의 범위를 넘어선 비매너를 보이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경우 그냥 참고만 있다면 이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나 잘못 자체를 깨닫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는 파괴적인 감정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모든 사람들은 생활을 하다 보면 시시때때로 화가 나게 되어 있다. 분노는 항상 잠복하고 있어 여건이 되면 불길이 타올라 사람을 지배하는 감정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분노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요소들이 생기는 것이다.

그날 나도 온종일 화가 나기는 했지만, 그로부터 또 며칠이 흐른 뒤 마음을 진정시키고 생각해 보니 옆자리의 형님이 만류해 주신 게 차라리 고마웠다. 안 그랬으면 나도 어떤 식으로든 분노를 표출했을 것이고, 그 결과가 좋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분노를 억제하는 방법 중에 가까이 있는 꽃을 오랫동안 바라보기,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거나, 거울을 보고 의식적으로 웃어보기, 잠깐 산책하며 바람을 쐬는 방법,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신의 부족한 면들도 생각해 보는 방법들이 있다고 한다.

정말 참을 수 없이 화가 날 때, 이런 방법으로 분노를 다스려 보자. 분노를 터트렸을 때보다 정신건강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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