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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 가족이잖아요
기르다가 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2013-01-19 10:37:39최종 업데이트 : 2013-01-19 10:37:39 작성자 : 시민기자   권정예
며칠전 서울에 사는 오빠 집에 갔다가 우연히 그동안 기르던 강아지를 잃어버려서 찾는 과정에 유기견 보호소라는데를 가게 되었다. 
TV에서 애완견 관련 프로그램이 나오거나, 애완견을 기르는 집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저 '저 개 팔자는 사람보다 좋네'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다. 심지어 어느 연예인이 미국 생활중 경제적으로 너무나 쪼들린 가운데 임신한 아내를 위해 고기를 먹이겠다고 사온 것이 개가 먹는 고기 통조림이었다는 고백을 하면서 눈물을 흘릴때 '역시 개 팔자가 사람보다 낫다니깐'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그 유기견 보호소에 와 있는 강아지들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고는 한동안 가슴 저릿한 마음을 지울수가 없었다. 
철로 만들어진 작은 보호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오갈때마다 '혹시나 나를 데릴러 온 주인님이 아닐까'하는 마음에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꼬리 치는 모습이 그랬고, 그게 과연 가족이라고 여기며 단 한시도 떨어지지 않은채 데리고 살던 애완견이 버려져 이젠 처량한 신세가 되어버린 유기견의 본 모습이려니 생각해 보니 내 눈으로 직접 보고도 그 안쓰러움을 그냥 쉽게 지울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기견 보호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유기견 발생은 늙고 병든 개를 주인이 버리거나, 중성화 안 된 수캉아지가 암캉아지의 발정냄새를 맡고 집을 나가거나 주인의 부주의로 잃어버리는 등의 이유에서 생긴다고 한다.
잃어버린거야 실수라 하지만 자신이 필요할 때 기르다가 귀찮아서, 혹은 키우기가 힘들어서 애완견을 길거리에 버리는 사람은 정말 무슨 생각을 가진 걸까. 물론 친 가족처럼 생각하고 아껴주며 사랑해 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애완동물을 쓰다 버리는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데 요즘 출근길 골목에는 항상 집 없는 강아지 세 마리가 함께 다니는게 보인다. 
처음엔 누런 강아지 한 마리였는데 어느 샌가 보니 검은 강아지와 흰 강아지가 합류했다. 누군가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다시 찾아오지 못하도록 멀리 이곳에 와 버리고 간 듯하다.

애완견, 가족이잖아요_1
애완견, 가족이잖아요_1

서로 버려진 강아지라는 걸 잘 아는지 결속감도 대단하다. 언제나 함께 다닌다. 음식점 뒷골목에 진을 치고 있다가 어떤 때는 세 마리가 함께 차가 다니는 대로를 건너 이웃동네에 다녀오기도 한다.
그들이 길을 건너는 모습을 몇 차례 지켜보았다. 누런 강아지가 리더인데 아무 곳이나 막 건너지 않는다. 꼭 횡단보도를 이용한다. 빨간불일 때 사람들이 서 있으면 자기들도 서 있다가 사람들이 길을 건너면 그때 함께 건넌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튀어나가는 아이들보다 그 부분은 더 마음 놓이게 했다.

이 강아지들을 보노라니 오빠네 집에 갔다가 유연히 들러서 본 그 곳의 유기견 보호소가 생각나 괜스레 걱정 아닌 걱정이 되었다.
저렇게 저희들끼리 돌아다니는것도 일종의 자유고, 그런 자유를 누리며 사는것도 좋긴 하지만 누군가 제때 끼니를 주지 않으면 굶거나, 남의 집 쓰레기통을 뒤질텐데.

언젠가 본 TV프로그램의 동물관련 내용중에는 주인에 의해 버려진 후 너무나 못 먹은 강아지 가족이 재개발 예정지의 폐건물 안에서 겨울을 나는 처참한 모습이 보인적도 있었다.
그런 나의 걱정을 안 것일까.
최근에 눈이 많이 내린 이후 어느날부턴가 이 강아지들이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의 신고로 유기견 보호소에 들어가 보호를 받고 있는걸까. 아니면 주인이 데려간걸까.

어쨌든 길가에서 홀로 노는 유기견들을 본 근 얼마동안은 우리네 사람들의 이기심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마음 때문에 안타까움만 커졌다.
버린 사람도 사정이 있었겠지만, 한때는 다들 집안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한 강아지들이었을 것이다. 

몇 년전 초겨울에는 눈이 하얗게 내린 날 메마른 잔디 위에 서로 몸을 의지하며 자고 일어나는 강아지 가족의 모습을 보았는데, 그 추운 겨울은 또 어떻게 보낼지 눈여겨 보니 그 중의 한 마리는 다리까지 절룩거리고 있었다. 당시의 그 모습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누군가에게 잡혀 유기견 보호소로 가게 될테고, 유기 동물수가 늘어나서 일정 보호기간이 지난 뒤 주인이 나타나거나 입양자가 없을 경우 안락사 된다는데....
사람들은 자신이 버린 동물들이 길에서 차갑고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유기견은 가족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서 버려지지만 정작 자신들을 버린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서 외출하고 항상 들어오는 주인들이니 자기들에게 반드시 언젠가 돌아 올 거라 믿는다.
애완동물 뿐만 아니라 동물을 생명체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배려와 사랑을 준다면 더 이상 우리 주변 길가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들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날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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