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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과 소인의 마음은 종이 한장 차이
2013-01-19 16:24:47최종 업데이트 : 2013-01-19 16:24:47 작성자 : 시민기자   정순예

마트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노란색 유니폼에 흰 장갑을 낀 주차요원이 손을 길게 뻗어 이미 만차가 됐다는 수신호를 냈다. 
주말이라 차가 많은 모양이었다. 다시 주차요원의 수신호에 맞춰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데 그곳에서도 다른 주차요원이 내 차를 잠깐 막더니 안으로 들어가라는 수신호를 주었다. 그곳도 여의치 않은듯 했지만 그래도 한두자리 있을지 몰라 일단 안으로 들여보낸듯 했다. 

수신호에 따라 차를 몰고 들어가 좌우를 살폈으나 빈자리가 없었다. 이미 차가 가득 들어차 지하 3층으로 내려가야 할 상황이었다.
이미 내 앞에 들어와 자리를 잡지 못한 차에, 뒤늦게 들어와 우왕좌왕 하는 차들에, 이제 막 빈자리를 찾아 주차하는 차들까지 겹쳐 조금 혼잡했다.

위인과 소인의 마음은 종이 한장 차이_1
위인과 소인의 마음은 종이 한장 차이_1

결국 한참동안 주차장을 한바퀴 돈 끝에서야 가까스로 지하 3층으로 내려 가려는 찰나...
"거, 주차 안내 똑바로 못해? 썅! 차 두바퀴 돌았잖아!! 지랄하구 뭐하는거야?" 열린 차창 사이로 들린 거친 말. 
누군가 차를 대려고 돌다가 결국 빈 공간을 찾지 못해 지하 3층으로 나가려다가, 공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안쪽으로 들여 보낸 주차 요원에게 화가 나서 한 말이었다. 즉 주차 안내를 잘 못해 주차장을 두바퀴나 돌았다며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하지만 주차요원이 천리안을 가진것도 아니고, 주차장 안쪽까지 완전히 꿰고 있을수 없기 때문에 완벽한 안내는 애초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마트가 사람을 많이 고용해 안쪽에도 주차요원을 더 배치해 빈 공간이 있는지에 대한 상황을 무전기로 실시간 주고받는 시스템도 아닌데, 왼종일 추위와 먼지 뒤집어 쓰며 일하시는 직원에게 쌍소리 날리며 "지랄..." 표현까지 쓰는 운전자.
 만약 주차요원이 내 오빠나 동생이거나, 혹은 다른 가족이었다면 아마도 차에서 내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거예욧!!"하며 대들고 싶을 정도로 말이 너무 심했다. 

주차담당 아저씨는 미안하다며 머리만 숙이셨다. 
차라리 주차 요원에게 다가가 "안쪽이 꽉 찼으니 다른 차들은 지하 2층으로 보내셔야 할것 같네요."라고 알려주는 아량은 베풀수 없었을까.  그러면 주차요원도 미안해서 "네, 죄송합니다. 고객님. 고맙습니다"라고 사과하며 감사의 답례를 하지 않았을까.
정말 운전자에게 그런 험한 말을 들은 분은 왼종일 기분이 언짢았을 것을 생각하니 쇼핑하러 간 내가 더 미안했다.  왜 이리도 조급하고, 양보 없고, 이해와 배려가 부족할까.

몇 년전에 겪은 이런 일이 있었다.
시내 법원 근처에 나갔다가 공영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댔다. 법무사 사무실에서 볼일을 마친 뒤 집에 돌아올려고 주차장으로 나오던중 눈에 확 띄인 주차 요금판. 
거기에는 1000원짜리를 접은 지폐와 주차 영수증이 스카치 테잎으로 함께 붙어 있었다. 처음에는 이게 웬 횡재인가 싶어 약간의 '흑심'이 생겼지만 도데체 무슨 돈인지 궁금해 다가가 봤더니 영수증의 윗쪽엔 작은 글씨로 "기다리다 뒤에 요금 붙이고 갑니다" 라는 글씨가 씌여져 있었다. 1000원짜리 지폐는 석장. 누군가가 차를 댔는데 주차 요원이 잠깐 화장실이라도 갔는지 보이지 않자 돈과 영수증을 붙여 놓고 떠난 것이었다. 

그 주차장은 바리케이트가 없는 곳이라 차를 빼서 그냥 가도 되는 곳이었다.
"어머, 정말 역시 우리 수원은 믿음과 정직이 살아 있는 살만한 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멋지고 매너 있는 운전자였다.
이미 몇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워낙 인상깊은 경험이기에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일이다.
이런 운전자도 있는데 주차요원이 살수 아닌 실수좀 했기로서니 그렇게 모질게 험악한 소리를 퍼불건 뭐람...

간디에 얽힌 유명한 일화다. 간디가 하루는 대중연설을 마치고 서둘러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막 기차에 올랐을 때였다. 신발 한짝이 벗겨지며 플랫폼에 떨어졌다. 기차는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던 터라 손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자 간디는 다른한짝을 마저 벗어서 떨어진 신발 곁으로 던졌다. 한편의 드라마처럼 벌어진 상황을 지켜본 주변 사람들이 나머지 신발을 벗어 던진 연유를 물었다.

간디의 대답은 간단했다.
"신발은 두짝이 있어야 제대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그 신발 한짝을 주웠다고 생각해 봅시다. 거의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이제 다른 한짝마저 주웠으니 제대로 신고다닐 수있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게 바로 영국에 강점됐던 조국 인도를 독립시킨 마하트마 간디의 이웃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었다. 
이게 소인과 위인의 차이일까. 너무나 쉬운 종이 한 장 차이의 일인것 같은데. 이웃에 대한 배려, 알고 보면 참 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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