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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이태리가서 사온 400만원짜리예요
살아가면서 주위에 정서적 반칙 하지 않기
2013-01-20 10:15:01최종 업데이트 : 2013-01-20 10:15:0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숙자
그동안 바빠서 자주 참석하지 못했던 모임에서 신년 모임을 한다길래 오랜만에 얼굴들이라도 볼 생각으로 참석을 했다.
다들 신년이기도 했고, 대학 간 아들 딸들 있고, 군대 간 아들들도 있기에 서로간에 할 이야기들도 많았다.
나도 막내딸이 이번에 대학에 들어 가기에 다른 주부들과 함께 학비 이야기, 등록금 반값 이야기에 관심이 쏠렸고, 또한 아이들 군대이야기에서는 군인 월급이 곱빼기로 오른다는 이야기도 화젯거리였다.

누군가 농담 삼아 "대통령 선거 자주 했으면 좋겠다 얘"라고 말해 좌중이 폭소를 자아냈다.
다들 아이들 다 키워 놓은 주부들이다 보니 세상사 알것 다 알고 거릴것 다 가릴줄 아는 그야말로 살림 9단들이 모였으니 시간 가는줄 모르고 수다를 떠느라 어수선 했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하던 중 내 귀에 꽂힌 두 사람의 대화가 있었다.
"어머 이 핸드백 좋아 보이네요"라며 칭찬을 했다.
그러자 "네, 이거 지난번 여름 휴가때 이태리 여행가서 사온 400만원짜리예요. 우리나라에서 사면 관세가 붙어서 엄청 비싼데 거기서는 싸두만."이라는 대답이 들렸다. 

이태리 여행이라는 말에는 '그렇지, 이 나이에는 유럽 여행 한번쯤 가볼만도 하겠지'라며 약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가방을 보여주며 400만원이라고 말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들고 있는 커피잔을 놓칠뻔 했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만약 그 상황에서 그런 대답보다는 "별 말씀을요. 그냥 무늬가 예뻐서요..."라며 굳이 시시콜콜 이태리 여행 이야기에 가방의 값이 비싸다는 설명까지 곁들이지 않는 겸손한 대답이었다면 어땠을까? 과연 어느 경우가 우리의 인간관계를 친밀하고 오래 가게 만들까? 

그 가방 이야기 때문에 그가 말한 이태리 여행 다녀왔다는 설명조차도 그저 여행 갔다 왔으려니 넘어갈 일 마저 괜히 뻐기려고 저러는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으니까.
결국 나는 그 대답을 한 주부에게 더 이상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이거 이태리가서 사온 400만원짜리예요_1
이거 이태리가서 사온 400만원짜리예요_1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어릴적 고향 마을 허름한 이발소의 액자에 본 문구다. 하지만 그때는 별거 아닌 상투적인 주문으로 생각했던 그게 이제 나이 들어 "옳아, 참 제대로 한 말이구나"하는 생각이 드는걸 보면 나도 참 철이 늦게 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말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보면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것은 어느 누구나 갖는 소망 아닌가 싶다.

모두가 행복해지려는 마음과 함께 내가 행복해지려는 만큼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거라는 배려가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반칙을 범하지 말아야 하고 겸양과 자신을 낮출줄 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 타인의 행복을 깨트리지 않을 것이다.

평화롭고 정의롭고 겸손이 넘치는 행동과 사고 방식은 우리 시민들이 갖는 서로에 대한 기대감을 담고 있다. 
워낙 복잡다단한 사회에서 이런걸 일일이 따지고 생각할 겨를이 없겠지만 다른 사람의 처지를 더 이해하고 경청하고 존중하는 것이 정의이며, 이것이 곧 좋은 삶 행복한 삶을 이루어갈 수 있는 기본적 소양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자. 혹시 나로 인해 남의 행복을 뺏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너무 많이 누림으로 인해 다른 이가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의 자랑으로 인해 상대적 빈곤감을 주거나 지나친 명품 일색으로 다른 사람의 기를 죽이고 있지는 않았는지 성찰해 보자는 것이다.

모임에서 이태리 여행과 400만원짜리 가방임을 과시한 그 주부도 따지고 보면 그저 있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고, 규칙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것도 아니다. 사회 규범상 반칙을 범한것도 아니고 정의롭지 못한것도 아니다. 
그러나 다만, 그 주부는 사회 규범상의 반칙을 범한게 아니라 일반 서민의 경제수준에서 느낄수 있는 정서에 반칙을 범한 것이다. 즉 보통 사람들의 서민적 감정의 평화를 깨트리는 말을 한 것이다.

좋은 인간관계는 타인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며 나와는 다른 남의 도덕과 가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상반되는 언행은 자제할줄 아는 것이다. 
만약 이 주부가 이태리 여행과 400만원짜리 가방 이야기를 강남의 타워팰리스 안에 사는 사람들끼리 모인 장소에서 그랬다면 그는 정서적 반칙을 범한게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날 우리가 만난 장소에 나온 대부분의 주부들은 그렇지 않은 보통의 서민층 주부들이었다.
나는 만나는 사람들 상호간에 정서적 이해와 존중을 나누는게 진정한 인간관계의 시작이며, 그런 가치가 곧 정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정의는 나에게서 다른 이에게로 마르지 않고 흘러 결국에는 나에게로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부부나 자녀 사이, 나와 이웃의 관계, 직장의 상하관계 모두 마찬가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통하는 정서라는게 있다. 그 정서 안에서 흐르는 묵시적인 감정에 맞춰 행동하는게 소위 말하는 '눈치 있는 행동'인 셈이다.
혹시 오늘 하루를 살면서 혹시 남들의 정서적 감정에 반칙을 가한적은 없는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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