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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선물
장노년층 시민들께 드리는, 꼭 읽어보셨으면 싶은 고언
2013-01-20 22:48:04최종 업데이트 : 2013-01-20 22:48:04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석원

"선배, 나이를 먹을수록 설레임이 줄어드는것 같지 않아요?"
점심식사 시간, 등산을 갔다가 내려온 후 두부나 좀 먹자며 들른 식당에서 후배가 불쑥 던진 말이 가슴에 팍 꽂힌다. 그렇잖아도 기쁜 일, 좋은 일, 웃을 일 많지 않은 나이여서 가끔씩 살짝살짝 우울할 때도 있는데 이 후배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밥 숟가락이 멈칫했다.

후배라고 해 봤자 나보다 겨우 두 살 적으니 '계급이 깡패'라는 말처럼 대학에 겨우 2년 먼저 들어왔기에 선배일 뿐이지, 사실상 친구에 가까운 대학교 후배였다. 
후배도 이미 두 아이를 대학에 보내 다 자랐고, 나 역시 아이들 다 키웠으니 이젠 자식농사도 웬만큼 다 지은듯 하고, 할 일도 많지 않아서인지 '설레임'이라는게 줄어든다는게 틀린 말이 아니었다.

후배의 푸념 섞인 이어지는 말.
"설레임과 기쁨은 다르잖아요. 우리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는 기쁜 일이었지만, 입학을 하루 앞둔 전날 밤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기쁨이 아니라 설레임이었죠. 선배도 그랬죠? 그런데 나이 먹으니까 그런 설레임이 줄어들어요. 아이들 덕분에 기쁜 일은 가끔씩 생기는데, 가슴을 울리는 설레임은 찾기 어려우니... 아니, 그건 찾는다고 되는게 아니잖아요. 뭔가 생겨서 가슴을 스스로 울리게 해야 하는거니까. 그런데 그게 없단 말이죠. 안그래요 형?"
"야, 야 그만해. 자꾸 우울해 진다 야. 밥이나 먹자"

그의 우울함 때문에서일까. 이 친구가 선배와 형이라는 말을 번갈아 쓰며 내게 제 의견에 대한 동의를 구하려는 폼새가 너무나 진지해 "그래, 맞아"하며 맞장구라도 쳐 줬다가는 이 친구의 증세가 더 깊어질까봐 말을 끊었다.
밥이나 먹자고 채근을 했으나 솔직히 후배 말이 하나도 틀림이 없었다. 오히려 내가 먼저 똑같은 '증상'을 느끼고 있었지만 말을 안하고 있었을 뿐이고, 이 후배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기분을 어디 딱히 말할 곳을 찾지 못하다다 뒤늦게 내게 말했을수도 있는 일이었다.

2013년 새해가 되었지만 후배의 말처럼 별다른 설렘이 없는것부터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스스로 느낀다.
한창 나이인 30대 중반에서부터 50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상에 안되는 것 없고, 다 내것 같고, 그래서 무언가 이룰때마다 가쁨 뒤에 반드시 찾아 오는 설레임을 만끽하는 행복이 있었는데.
그래서 해마다 새해에는 또 다른 뭔가를 기약하며 설레였는데, 이제는 왜 이렇게 새해를 맞은 기분이 무덤덤한건지.

스무살 시절, 서른살 시절, 마흔살 시절엔 어땠나. 
그때 새해는 마치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눈밭이나 아직 연필 선 하나 닿지 않은 깨끗한 흰 도화지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새해를 설레는 마음으로 맞았던 것은, 그렇게 깨끗하고 하얀 도화지 위에 마음껏 무언가를 그릴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늘 새로운 희망을 품고 옹골찬 다짐을 새기곤 했다. 새해가 좋은 까닭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환갑이 넘은 나이가 들면서 새해가 예전처럼 설레지 않는 까닭은, 이 희망과 다짐의 가능성보다는 그것이 지닌 역설의 의미가 좀 더 각별해진 때문인것 같다.
희망과 다짐은 처음에는 사람을 활기차고 충만하게 만들지만, 나같이 의지박약한 보통의 중생에게는 성취보다는 실패로 될까봐 갖는 두려움과 방어적 자세가 더 커지는듯 하다. 거기다가 이제는 이뤄야 할 무언가도 거의 사라진 상태고.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희망이나 다짐을 포기할수는 없지 않는가. 
후배에게 "힘 내자"고 한마디 한 후 뒤돌아 오면서 무진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의 내가 있는건 그동안 끈질기에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살아 온 '나'가 있기 때문 아닌가. 지금 설레임이 줄어든다 하여 소심해지고 우울해 진다면 그건 그동안 참으로 성심껏 살아온 나를 부정하는 일밖에 안되는 것이다.

"나는 결국 이것밖에 안되는 인간이었던가" 하는 자책을 갖는 것이야말로 바보스러운 장년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희망과 다짐은 '가능성'이라는 한쪽 면만 보면 언제나 신선하고 좋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인생살이를 가능성만 보고 사는건 너무나 회피적이고 도전정신도 없는 꼴이다. 자식들에게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잖는가.
 60대를 넘긴 장년층들께 조언드리고 싶다.

나이가 몇 살이든 우리는 오늘 이 시간, 더욱 소중하게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자.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 부인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수수께기이지만 오늘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선물"
 

'오늘'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선물_1
'오늘'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선물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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