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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산을 달린 아이의 성취감
2013-01-21 00:08:43최종 업데이트 : 2013-01-21 00:08:43 작성자 : 시민기자   임윤빈
남편과 아이가 방에서 뒹굴뒹굴, 일요일 아침부터 방콕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리모콘을 사수하고 있었고, 아들은 아빠 옆에 찰싹 붙어 방학의 여유로움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남편이야 1주일간 직장에서 애쓰느라 일요일엔 좀 쉬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거 이해 하지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내내 방콕했으면서도 주말까지 아빠 옆에 지남철처럼 붙어 덤으로 놀고먹자 판인 아들을 그냥 두고 볼수 없었다.

"너, 자전거 있지? 그거 요즘 녹스는거 같더라"
내 말뜻을 알아들었터인데 이녀석은 그다지 느낌이 없는듯 시큰둥 하다.
"그 자전거 더 이상 안 탈거면 중고 시장에 갖다 팔든가"
시장에 팔아버리겠다는 말에 이번에는 좀 아이가 미동을 했다. 제 생일날 사준 자전거인데 다른 것과 좀 달리 값이 나가는 자전거였다. 하도 조르길래 사 주었건만 며칠 씽씽 달리는듯 하더니 이내 흥미가 줄어들었는지 집에 모셔두는 날이 더 많아졌다. 그러던걸 팔아 치우겠다고 엄포를 놓자 그제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시늉을 한다.

 
자전거로 산을 달린 아이의 성취감_1
자전거로 산을 달린 아이의 성취감_1

"나가서 운동 좀 하고 그래. 죄다 학원에 가서 함께 놀 아이들이 없다는 말도 이젠 하면 안돼. 너. 자전거 있잖아. 가서 운동장도 돌고 오고 그래. 이젠 눈도 다 녹았잖아"
"알았어요 엄마"
그만큼 이르자 결국 아이가 장갑을 끼고 밖으로 나갔다. 
"차 조심하고, 알았지?"
"네~"

아이가 밖으로 나간지 3시간쯤 지났을까. 오전 10시쯤 나갔는데 2시간이 지났다면 오후 1시이고, 그 시각이면 배도 고플 시간인데 그때까지 아이가 안 들어왔다. 이제나 저제나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전화를 걸어 보았으나 벨은 울리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 녀석이 어디서 뭘 하길래 여태 안들어 오고 전화도 안받지? 내가 내쫓은게 마음을 상하게 한건가? 그렇다고 전화도 안받아? 괘씸한 녀석... 아니야, 그게 아니라 혹시 무슨 일이 난건 아닐까. 아직 덜 녹은 응달의 빙판길에 넘어지기라도 했으면 어쩌지?  에고고... 괜히 내보냈나?
별별 생각에 혼자 속을 끓이고 있는데 집을 나간지 무려 4시간만인 오후 2시가 다 되어 이녀석이 나타났다.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현관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다녀 왔습니다"라며 우렁차게 인사하는 녀석에게 달려가 꼭 안아주고 싶었다.

"뭐 하느라고 이제 오니? 적당히 타고 오지"
시치미 뚝 떼고 묻자 "응, 밖에 나갔다가 경준이 만났어. 걔도 자전거 타고 나왔는데... 엄마, 엄마 우리 어디 갔다 왔는지 알아?"
"어딜 갔었는데?"
"우리 말이지 광교산 갔다 왔어. 내 자전거 산악 자전거잖아. 경준이도 그런건데 둘이 광교산 갔다 왔다니까."
"자전거를 타고 그 광교산을 갔다 왔단 말야?"
"으응. 그랬다니까. 그런데 꼭대기를 갔다는게 아니라 근처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타고 돌았는데... 하여튼 엄청 재미있었어. 끝내줬다니까. 완전 짱이야. 짱"

아이들은 아이들이었다. 아무리 산악용 자전거를 타고 산에 간다고는 하지만 정말 자전거로 제 친구와 광교산에 올랐다니. 
"산에 올라 가다가 몇 번 넘어지기도 했는데 다치지는 않았어. 그리고 미끌어져서 밑으로 굴러 떨어질뻔 했다니까. 헤헤헤"
아이는 추울까봐 입고 나간 오리털 잠바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고, 이마 역시 땀이 흥건히 흘러 내렸다. 무려 3시간 동안 한숨도 안쉬고 페달을 밟았을게 뻔하다. 아이 성격도 그렇고 얼굴이 붉게 익어 있는걸 보면.

고마웠다. 엄마 말을 잘 듣고 이해해 주고 나가서 그렇게 실컷 뛰어 놀다 와 줘서.
그리고 아이는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산에까지 올라 갔다 온 것으로써 아주 큰 성취감까지 맛보았을 것이다. 평소에는 자신없어 하던 그곳까지... 하지만 이제는 친구와 함께 용기를 내어 자전거를 타고 거길 갔다 온 것이다.

성공이란 그것을 얻었을 때의 기쁨의 크기로 결정되는 것이지 결코 자리 높이나 부의 크기로 측정되는건 아니다. 얻고도 기쁘지 않다면 그건 얻은 것도 아니니까.
돈도 마찬가지다. 얼마냐가 아니고 어떻게 버느냐 하는 것이다. 어떻게 벌었느냐에 따라 그 기쁨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렵게 제 손으로 번 돈과 부모 유산으로 쉽게 얻은 돈은 그 의미가 아주 다르다. 순탄하게 길을 걸어온 사람이나 부정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감동이 있을 수 없다. 
감동적이고 감격적인 휴먼스토리는 하나같이 역경을 헤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수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다가 목숨마저 잃는 히말라야와 알프스 산정을 오르는데는 더 쉬운 방법도 있다. 헬리콥터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단숨에 오르는 길이 있는데도 세계의 젊은이는 굳이 그 모진 고난을 견디면서 제발로 오르고 있다. 

왜? 무엇 때문에? 문제는 정상 자체가 아니다. 어떻게 올랐느냐하는 그 과정이다. 온갖 악천후와 싸우며 힘겹게 오른 등정이라야 비로소 성취의 기쁨이, 그리고 환희가 온몸에 젖어들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내 아이도 광교산에 굳이 자전거를 타고 갔다 왔다. 자그마한 결과지만 아이에게는 성취감이라는 교육적 효과가 축적이 된 것이다.
"그래 잘했다. 그런데 산에 갈때는 조심해야 돼. 낭떠러지 같은데로 굴러 떨어지면 큰일나니까"
아이에게 이른후 점심밥을 챙겨주는 내내 아이의 이러한 모습이 나중에 더 클때 좋은 자양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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