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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의 돌직구 한방과 아빠의 서러움
그러나 인정해야 하는 세월의 흐름
2013-01-21 11:26:24최종 업데이트 : 2013-01-21 11:26:24 작성자 : 시민기자   최종훈

아빠들이 외롭다고 하고, 아버지의 권위는 이제 쌈 싸먹은지 오래 되었다며 다들 푸념과 걱정을 한다. 곳곳에서 한숨 소리도 곧잘 들린다.
실감하는 바, 시민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아빠들은 왼종일 밖에 나가 일하고, 아이들은 어릴때부터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아빠들보다 몇곱절 더 많으니 생리학적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을것 같기는 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나이가 들면서 자아가 형성되고 스스로 판단할 즈음에 이르자 권위적이고(실제로는 다정다감한데도 불구하고) 무게 잡고 근엄해 보이는 아빠는 싫어 한다.

한번은 딸내미의 옷 매무새가 엉성해 보여서 "넌 옷이 그게 뭐니? 단정하게좀 입지 못하구선?"라며 한마디 했더니 금세 돌아온 말.
"아빠는? 아빠도 일요일날은 세수도 안하고 머리도 안감고 그냥 집에 있잖아. 다른 애들 아빠는 댄디하던데. 흥"
돌직구였다. 

딸내미의 돌직구 한방과 아빠의 서러움_1
딸내미의 돌직구 한방과 아빠의 서러움_1

이런걸 요즘 유행하는 '돌직구'라고 하면 꼭 맞는 표현이 될것 같았다. 그거 한마디에 거침없이 돌아온 딸내미의 돌직구 한방에 나는 그냥 갔다. 
1주일간 직장에서 고생했기에 주말에는 그런 긴장감 안 느끼려고 일부러 세수도 안하고 편히 뒹구는게 나의 휴일 쉬는 방식인데, 딸내미는 그런 애비의 휴일에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서운했다.

용돈 주고 먹을거 맛있는거 챙겨주는 엄마를 더 좋아하다 보니 아빠는 집에서 밥먹고 잠자고 회사에 갔다가 다시 집에 돌아와 밥 먹고 잠자고 다시 회사로 가는 생활의 반복인 사람일뿐이고, 저희들 눈에 창피하지 않은 남자여야만 하나? 
그러니 아빠들은 외롭다. 하지만 그 틈새를 빠져 나가기 위한 아바들의 몸부림 또한 처절하다. 젊은 아바들의 눈물 겨운 노력이 그것이다.

그래서, 그런 아빠이기 싫어서, 아이들에게 그런 아빠로 비쳐지기 싫어서 요즘 아빠들은 과거에 비해 육아와 가사에 훨씬 적극적이다. 아이들 학교의 부모 참관일에 아빠가 선뜻 참여한다.
우리 회사에서도 젊은 아빠 직원들은 부인 대신 육아 휴직을 내고 아기를 돌보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아빠들이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아이들이 매사에 적응력이 뛰어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는 연구 결과도 본적 있다.
특히 아빠와 함께 집안일을 많이 하는 아이들이 사교성도 좋고 학교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적 아버지의 모습을 추억해 보면 근엄함, 권위주의, 단호함 등의 단어들이 떠오른다. 감히 '아빠'라는 호칭은 너무 가벼워 보여서 사용할 엄두도 못냈었고 내게는 늘 한 발짝 떨어져서 존재하시는 분처럼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혹시라도 형제들중 누구라도 약간의 실수가 있거나 어그러짐이 보였을때는 "도대체 집에서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하고 당당히 어머니를 몰아세우시곤 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다 그러셨다.

흔히들 지금의 40∼50대를 일컬어 '낀 세대'라고들 말한다. 자신들의 부모님은 부양해야 하는 의무는 가지고 있으면서, 반대로 현재의 자식들로부터는 부양에 대한 기대를 거의 안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님들로부터는 근엄하고 확고부동한 가정의 풍토 아래 자랐지만 현재의 자녀들에게는 그런게 전혀 통하지않는 세대. 덕분에 갈등하게 되고 고민하게 된다.

그건은 엄마들보다 아빠들이 훨씬 더 크다.
지금의 아버지들은 경제적인 면 외에도 자상하고 가정적이어야 하며 유머 감각까지 고루 갖추어야 집에서 환영받는게 현실이다.
집안에 고등학생이라도 있다면 감히 거실에서 TV도 크게 틀어놓지 못할 정도로 가정에서의 모든 일이 배려 차원을 넘어서 아이들 중심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몇 년씩이나 이산가족이 되는 것도 감수해야 하는, 그 수많은 기러기 아빠들도 있다.

그러나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또 다르다. 요즘 아이들은 딱할 정도로 시간에 쫓겨서 산다. 시험기간이 되면 2∼3주 전부터 공원에서 노는 초등학생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된다. 온 종일 일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갔을 때 아이들이 현관까지 뛰어나와 반기며 맞아주지 않는다고, 또 집에서 TV조차 맘놓고 볼 수 없다고 투덜거리기 전에 그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하는게 아버지들의 처량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세월이 변했다고 하여 아버지들이 우울해 하거나, 근엄하고 위엄 넘치는 우리의 아버지의 위상을 생각하며 섭섭해 하기에는 이미 벼내버린 세월을 빨리 인정할줄 알아야 한다. 그것도 일종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들을 대하자는 것이다. 아이들을 자주 안아주고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애정 표현도 자주 하고 스킨십도 나누자. 최소한 주말에만이라도 함께 집안일을 하면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가족과 함께 가벼운 등산 겸 나들이를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자연 속에서 한때를 보낸다면 가족의 따뜻한 정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 바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여유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으며,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세상을 거르지 않는 자연 속에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치관도 채워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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