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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며느리들도 친정에 편하게 가고싶다
2013-01-23 14:11:30최종 업데이트 : 2013-01-23 14:11:30 작성자 : 시민기자   정순예

"설날 언제 오냐?"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리고 대뜸 묻는 첫마디가 "설날 언제 오냐?" 그거였다.
설날? 왜 벌써 설날 여동생이 친정 가는 시간을 묻는거지? 때 되면 가지 싶어서 "차례 지내고 성묘 마치고... 음 시댁에 손님들 오시는거 봐서"라 했다.

"좀 일찍 올수 없냐?"
이번엔 부탁이었다. 그제서야 오빠의 전화 의도를 대강 알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명절에 친정에 한번도 안간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이렇게 채근하는 이유가 뭘까.
이유는 오빠와 남동생 모두 처갓집에 가야 하는데, 오빠는 회사 업무 때문에 처가에 빨리 갔다가 인사만 하고 곧바로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고, 남동생 역시 처가가 워낙 먼곳에 있어서 차례만 지내고 서둘러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라 했다.

친정 집에는 그러면 아들 며느리 손주 모두 다 빠져 나가니 부모님들이 명절날 얼마나 썰렁하겠냐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다고 오빠나 남동생 역시 처가에는 안갈수도 없으니.
결국 아들들이 빠져 나간 자리에, 즉 며느리 입장에서 보면 모두 다 친정으로 간 자리에 이제는 딸인 우리가 친정에 가야만 자연스레 바톤 터치가 되는 거라며 내게 친정에 갈 타이밍을 물으며 서둘러 와 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설 명절 며느리들도 친정에 편하게 가고싶다_1
설 명절 며느리들도 친정에 편하게 가고싶다_1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닌듯 하여 시댁에 큰 손님 치를 일만 없으면 그렇게 하겠노라 약속했다. 고모네가 항상 명절때 일찍 내려오니 우리도 시댁에서 떠나는게 큰 부담은 없을듯 했다.
그렇다면 정말 명절 연휴때 가장 합리적이고 고민 스러울 일 하나도 없이 처가와 친정에 오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명절 연휴가 3일이다.
그러니까 연휴 첫날 아들 며느리들이 본가에 가서 차례 준비를 하고 명절날 오후에 처갓집에 간다고 가정을 해보자. 이 일을 전국의 아들 며느리들이 동시에 똑같이 한다면 그야말로 말썽(?) 생길 일 하나도 없다.
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들과 며느리를 사돈댁에 보내드렸으니 내 딸도 마땅히 친정에 오는게 맞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고, 역으로는 내 딸이 친정에 오기를 바라는 만큼 며느리도 사돈댁에 보내줘야 맞는다. 그게 이치이다.

만약 시부모가 이런 합리적인 생각을 갖지 않고 계시다면 이것은 전적으로 남편들 책임이다. 내 딸은 친정에 오기를 바라면서 며느리는 친정에 안보내려 하신다면 이건 참 요즘 세대에 너무나 뒤처지는 시부모이다.
그런데 옛날 시어른들 생각이니 그럴수는 있으나, 그 생각을 옳게 바꿔 드리지 못하는건 남편 책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나도 물론 거의 빠짐없이 설이든 추석이든 명절날 꼬박꼬박 친정에 가기는 했지만 그게 오빠와 남동생이 빠져 나간 자리를 제때 메꾸지는 못했다.
그래서 어느핸가는 친정에 명절 당일날 엄마 아버지 두분만 덩그러니 남아 왼종일 텔레비전만 보다 주무셨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었다. 당시에 나도 신혼초였기에 시댁에 손님들이 밤 늦게 당도하시고, 또한 명절 밤에 시댁에서 중요한 가족 회의가 있기에 친정에 가기가 여의치 않았다.

그런 와중에 오빠와 남동생은 처갓집으로 갔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 것이다. 얼마나 썰렁하시고 을씨년스러우셨을까.
그후로는 이렇게 서로간에 연락을 해서 두분만 덩그러니 남아 계시는 날이 없도록 조심하고 미리미리 챙기기는 한다.

친정 아버지는 가부장제의 관념이 강하셨다. 옛날 어르신들은 사실 다 그러셨다. 여성의 역할로 가족 돌봄의 중요성을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셨고, 명절 친정에 온 나에게 항상 시부모님 안부부터 물으셨고, 명절날 굳이 친정에 오려고 하지 말고 시댁에서 일 보라시며 친정에는 명절이 지난 후에 한번 들르라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그래도 나는 친정에 가고 싶어 명절마다 내려가면 아버지는 조금만 시간이 지체되면 "어서 가라"며 등 떠밀어 보내고는 하였다. 난 "딸자식은 자식 아니냐"라며 서운한 마음에 툴툴거리기도 하였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그런 가풍을 배우면서 지냈건만,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도 딸들이 친정에 오는 것을 반기셨다.
언젠가는 전화를 하셔서 언제쯤 집에 올수 있느냐고 묻기도 하셨다.
"아, 이젠 아버지도 늙으셨구나"
전화를 끊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런 친정이니 안갈수 있나. 

예전에 방송된 설날 어느 드라마에서 결혼한 딸을 시댁으로 보내고 아버지 혼자 차례를 지내며 눈물짓고, "시댁은 차례 준비할 시숙과 동서들이 있지만 딸만 둘인 친정은 큰딸인 내가 차례를 지내겠다. 매년 그렇게 해왔는데 결혼을 했다고 왜 달라져야 하는가"라고 딸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시댁어른들은 결혼을 하였으니 당연하게 설날 함께 있기를 바라고, 그렇지 않은 며느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음식준비로 지친 동서는 홀로 계신 친정어머니 생각에 속이 상하는 내용이 나온적 있다.

우리 친정에는 오빠들도 있고 올케들과 엄마도 계시기는 하지만 친정 생각을 하는 딸들의 마음은 다 똑같지 않을까.
명절날 양성평등 뭐 이런 거창한 말 되새기지 않아도, 서로가 조금씩만 이해하고 양보하면 모두 다 행복하고 설레는 명절 맞을수 있다. 우리 다같이 그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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