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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 외모에 대한 나쁜 편견
2013-01-23 16:21:29최종 업데이트 : 2013-01-23 16:21:29 작성자 : 시민기자   좌혜경
"우와, 저 아줌마들 봐, 대단하네. 참 당당해. 그치?"
남편이 날더러 저것좀 보라며 가리킨건 TV에서 지금 한겨울인 우리와 달리 여름철을 맞이한 호주의 한 해변에서 한적하게 거니는 여성들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놀란 것은 그냥 여성들의 비키니 차림 해변 활보 모습이 아니라 비키니를 입은 뚱뚱한 여성 거인들을 가리킨 것이다. 

우리 같으면 소위 뚱뚱한 여성은 창피해서 그런 곳에서 절대 비키니 입고 걷지 않을법 한데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내가 봐도 그 여성들은 실제로 거인에 가까운 체구들이었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산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만약 우리나라 해수욕장에서 그런 모습으로 거닐고 있었다면 주위 사람들이 어떤 시선을 주었을까. 
아마도 방금 TV를 보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는 표정을 지은 우리 남편 같았을 것이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 나라 사람들 보다 훨씬 더 뚱뚱한데도 불구하고 수영장에 가면 당당하게 비키니 수영복을 입는데, 한국 사람들은 특히 여성들은 그 외국 사람들에 비해 날씬한데도 살이 쪘다고 창피해서 수영복을 못입고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는다고 한다.

그게 우리의 인식의 현주소라고 보면 맞을것 같다.
심지어 살이 별로 찌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너무 말랐음에도 조금만 체중이 늘어났다는 생각이 들면 수영복을 입지 않는다.
그럼 왜 외국 사람들은 뚱뚱해도 그렇게 당당하게 비키니를 입고 다니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데도 수영복을 입을 엄두조차 못내는 것일까?

 비만과 외모에 대한 나쁜 편견   _1
비만과 외모에 대한 나쁜 편견 _1

그것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자신감을 잃은 때문이라고 한다.
뚱뚱해도 낙관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날씬하다 못해 너무 말랐음에도 창피하게 여기는 것은 자기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변에서들 따가운 눈총을 준 탓 아닐까 싶다.  결국 스스로 비관적으로 생각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의 차이 때문에 우리나라 여성들, 특히 중고생들은 옆에서 보기에도 비쩍 말랐을정도로 날씬한데 "나는 살이 많이 쪘어"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항상 스트레스 받는다는 설문조사도 본적 있다.
안 먹고 살 빼려 하고 입시에 시달리니 건강에도 좋을리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옷을 입어도, 아무리 예쁘고 맵시 나는 옷을 입어도 입는 사람이 자신감이 없다면 그 옷은 가치를 나타내지 못한다. 반면 싼 옷을 입어도 자신 있고 당당하다면 그 옷은 값어치의 몇 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여성들의 자기 몸매에 대한 생각이며, 당사자인 여성들 뿐만 아니라 주변의 의식과 시선 또한 대체로 다 그렇다. 

언젠가 드라마에서 모처럼 뚱뚱한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온적 있다. 진짜 드문 일이었다. 극중에서 주인공의 엄마가 "니가 맛없는 게 뭐가 있니?"라고 얘기하는데 옆에 있던 신랑이 "당신이랑 똑같네."그러는 대사가 나왔다. 
사람들은 살좀 약간 찐 걸 가지고 이토록 거칠게 말을 던진다.
그리고 겉으로는 건강 생각해서 비만은 안좋다고 말한다. 물론 아주 큰 비만은 여러가지 질병을 유발할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게 맞기는 하다. 그러나 그 정도가 아닌, 누가 봐도 약간 찐, 혹은 약간 살집이 있어 보인다 해도 건강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노골적으로 "뚱뚱해서 싫다"거나 "살 좀 빼야 한다"고 압력을 넣는다. 

하지만 여성들은 억울하다. 아이 둘 셋씩 낳고, 곧바로 몸 추슬러 직장 나가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남편은 TV보고 있는 와중에 빨래 하고 밥 짓고 청소하고 다 하면서 팔뚝이 날로 굵어지고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우리 아이가 대학에서 방학때 영어캠프를 진행했을때 거기에 입소해서 한달간 합숙을 한적 있다. 그 기간동안 아이들은 대학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영어 집중교육을 받기 때문에 일체의 부모님 면회나 외출 외박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한달이 다 끝나서 아이를 데리러 갔을때였다. 나는 차를 가지고 가서 아이가 한달동안 생활했던 짐을 실어오기 위해 간 것이다. 아이들 퇴소식이 끝나고 난 후 아이가 기거했던 대학내 기숙사 앞에 서서 딸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가 나타났다.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기어이 자기 방으로 가자고 졸랐다. 하지만 혹시 아이가 약간 살집 있는 엄마를 창피하게 느낄까봐 주저했는데 아이는 기어코 나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가 "얘들아, 우리 엄마야"라며 인사를 시켜 주는게 아닌가.
무엇보다도 사람의 외모를 가지고 부끄러워하거나 어떤 편견을 갖지 않고 있는것 같아서 우리 딸아이가 대견했다. 물론 제 엄마라서 그랬을수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제가 창피하면 부모든 형제든 가리지 않는걸로 보면 우리 딸 아이는 당시에 참 예뻐 보였다.

세태의 변화를 무작정 무시할수만은 없으니 나도 새해에는 남들이 보기에 날씬해졌다고 놀랄만큼 좀 뺄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야 그까짓거 별거 아니라고 생각은 든다. 
다만 그렇거나 저렇거나 간에 조금 통통하다는 정도에까지 뚱뚱하다는 잣대를 들이대며 노골적으로 안좋은 시선을 보내는 우리의 풍토는 좀 고쳐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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