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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일기는 훗날 역사가 된다
2013-01-24 10:37:06최종 업데이트 : 2013-01-24 10:37:06 작성자 : 시민기자   오새리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아이의 일기 쓰기를 참 열심히 지도한다. 
큰 아이는 중학생이기에 일기를 써라 마라 할 나이는 지났지만 이 아이도 초등학교때는 일기 쓰기를 잘 시켰던 덕분에 문장력이나 문장 이해력 같은 그런 분야에는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 둘째도 마찬가지로 일기쓰기에 유난히 신경을 쓴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일기쓰기를 싫어한다. 노는데 바쁘다 보니 집에 돌아와 또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데 부담을 느끼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딱히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고민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었다. 엄마가 국을 끓여 주셨다. 그리고 학교 가서 4교시까지 하고 점심을 먹었다. 5교시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일기를 쓰고 잠을 잤다." 
이게 전부인 날도 있다.  그저 일기를 하나의 숙제를 생각해서 한시라도 빨리 해치워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다.

아이의 일기는 훗날 역사가 된다_1
아이의 일기는 훗날 역사가 된다_1

하지만 이런 귀찮아 하는 생각도 어느 어린이들이나 늘 갖는 것이기에 항상 아이와 대화하며 함께 일기쓰기를 한다.
아이에게 과일을 깎아 주면서 "이 사과 색깔이 뭐야? 빨강이지. 엄마 티셔츠 색깔은 뭐야? 노랑이네. 어느게 더 예쁘니? 노랑? 그러면 일기에 그렇게 써봐"라며 이야기를 유도한다.
"엄마가 오늘 사과를 깎아 주셨는데 색깔이 빨강색이었다. 엄마는 노랑색 티셔츠를 입고 계셨는데 나는 엄마의 노랑색이 티셔츠가 참 예쁘다고 생각 되었다" 이렇게 써 보라는 식으로 아이와 대화하며 유도한다.

엉뚱한 이야기일수 있지만, 일기에 대한 나의 경험은 참 독특했다.
요즘 서울대와 연고대 등 소위 SKY를 비롯해 의대생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중에 가장 바보 같은 말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나는 학교 다닐때 1등을 놓쳐본 적이 없어"라는 말이라니 그 학력 수준이 대강 짐작이 간다.

SKY같은 명문대학은 아니지만 학창시절, 그것도 초등학교때 1등 안해본 사람 있으랴. 지금처럼 유치원때부터 엄청난 사교육을 시키던 시절이 아닌 그 때에 초등학교 성적이래야 대부분 오십보 백보이기 때문에 조금만 해도 1등 할수 있고, 또한 조금만 게을러로 꼴찌도 할수 있었다.
그런 어릴적 초등학교 - 과거에는 국민학교라고 불렀음 - 시절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정말 1등 한번 해본적이 없는 평범한 아이였다.

내성적이라든가 혹은 외향적이라든가 하는 성격상의 특징은 그렇다 해도 어쨌거나 그때 당시에는 1등, 혹은 공부에 대한 강한 집념도 없었고 눈에 띌만한 특징적 특기도 없었던것 같다.
물론 초등학교때부터 축구, 야구, 골프 같은 특기를 내보이기는 어려운 시절이기는 했다. 또한 공부라 해도 초등학생 시절에 억세게 잘해서 눈에 확 띄었다 해도 그게 중고등학교와 대학까지 그대로 연결되어 사회생활까지 우등생에 잘나가는건 아니기 때문에 초등학교 당시에 공부를 못하고 평범했던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해야 할까. 내가 유난히 잘한것은 아니지만 게으름 피우지 않고 한것이 있다면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매일 써 간 일기였다.
최근 몇 년전에 어느 학부모의 청원에 의해 어린이들의 일기를 검사한다는 이유로 학교 선생님이 아이 일기를 보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것을 청원했고,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그게 맞다며 아이들 일기를 보지 말라고 권고한 적이 있었다.

국가기관에서 한 결정이니 따르는게 좋겠지만 과연 그게 옳은지 개인적 생각으로는 반드시 그런것만은 아닌것 같다.
내 학창시절 당시에는 선생님이 일기를 매일같이 검사해 주었다. 그리고 일기를 잘 썼으면 빨간색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크게 5개 그려주셨고, 조금 부실하면 4개도 주셨는데 나는 거의 매일 5개를 받았고, 5개를 받은것과 상관없이 일기를 빠진적이 없다.

그걸 자랑이라거나 장점이라고는 할수 없으나 공부 잘하는 아이들조차 귀찮아서 쓰다 말다 하고 해찰을 피우는 것과 달리 거의 신앙에 가까운 마음으로 일기를 써서 제출하자 선생님은 나를 참 좋게 보셨다.
누구나 경험해 봤겠지만 학창시절에 선생님 눈에 들어 선생님이 나를 유난히 좋은 눈빛으로 봐주시는걸 경험한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선생님은 나의 유일한 장점을 부지런함으로 여기셨고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다. 그리고 우리 반에서 제일 일기 잘 쓰는 아이가 되었고, 응당 문장력도 좋아졌다.  선생님이 나를 눈여겨보자 친구들도 나를 보는 눈도 달라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핸가는 일기를 잘 썼다고 해서 어떤 이름이 붙여진 상도 받았다. 상이라는 것은 공부를 무척 잘하거나 아니면 거기에 걸맞는 어떤게 있는 사람만이 받는건줄 알았는데 그런 상을 일기 덕분에 받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일기의 장점은 이루 다 헤아릴수가 없다. 아이들의 사고력과 표현력을 길러주는 데 일기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다들 인정할 것이다. 하루의 일을 쭉 열거해놓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담아내는, 일종의 낙서장이 되어주는 것이 일기다. 

또한 일기는 개인의 역사이기도 하다.
내가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은 그때 당시의 그 많은 일기장들을 보관하지 않은 점이다. 그때만해도 기록이라든가 보관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서였을것 같다.
어쨌든 일기를 쓰다 보면 항상 낯설지만 익숙한 또 다른 나를 찾을 수 있고, 또 다른 내일을 기약하며 과거의 추억과, 오늘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내일의 희망을 늘 노래할수 있다.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를 더욱 잘 지도한다면 그 아이는 먼 미래에 항상 밝은 웃음을 짓는 삶을 살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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