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역전의 용사, 아버지들이여 힘내자!
2013-01-24 11:29:23최종 업데이트 : 2013-01-24 11:29:2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석원

TV에서는 지금 미국의 경제도 말이 아니라고 하고, 우리나라도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죄다 죽을맛이라는 뉴스를 쏟아낸다.
밥을 먹다가 "저런 뉴스좀 안들을수 없나"하는 심통이 생겨 밥맛이 싹 가셨다.

식사를 마친 후 전화가 걸려왔다. 고등학교 동창 절친이었다.
"야, OO대학 국문학과 졸업했는데 어디 취직 자리좀 없냐?"
쓱 되짚어 보니 이 친구 아들이 대학 졸업할 때가 되었다. 그 아들 이야기 하는것 같았다.
"늬네 애 졸업했냐?"
"응... 이번 2월에 졸업이거든. 그런데 취직이 영 어렵네. 그나마 이공계는 자리 찾기가 쉽다는데... 인문계도 경영학과나 이런데를 나왔으면 좀 수월하겠건만, 이건 뭐 국문과니 참 내..."

학문을 연마한다는 대학에 가면서 4년후 취업자리까지 생각해서 거기에 맞춰 가는게 옳은건지는 모르지만 그런 생각은 이미 1990년대에 사라졌을 것이다.
지금은 고등학교때부터 장차 무엇을 할지에 맞춰 인문계고냐 실업계고냐, 혹은 특목고냐 유학이냐를 결정한다는 세상이니 더욱 그렇다.
그러니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에 취업이 안되자 그때 왜 아이의 고집을 꺾어 장래 취업이 유망한 곳에 보내지 못했을까 하는 부모의 후회가 드는것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친구는 국문학과를 졸업하는 아이의 적성에 맞는 언론사나 출판사, 기획사, 사보 편집실 같은데를 찾아 봤지만 웬만한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계획이 없고, 신문사나 방송사 같은 곳은 워낙 진입장벽이 높아 그쪽으로 따로 몇 년간 입사 준비를 해온 사람들과 경쟁 자체가 안된다며 낙담을 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게 남의 일이 아니었다. 나도 그다지 뾰족한 수가 있는게 아니어서 답답한 마음에 밤중에까지 전화를 걸어 SOS를 친 친구에게 속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한채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마음이 편치 못했다.

역전의 용사, 아버지들이여 힘내자!_1
역전의 용사, 아버지들이여 힘내자!_1

기존 직장인들조차도 있는 자리 뺏기고 쫓겨날까봐 하루하루 파리 목숨처럼 위태위태 지내는게 요즘 실정이다. 이런 마당에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는 취업자들의 일자리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길거리에 나가면 실업자들이 넘쳐나는데.
이미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실직 가장들은 찬바람이 부는 길거리로 내몰린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정규직, 비정규직은 물론 자영업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시련과 고통의 시간인게 요즘이다. 

얼마전에는 편의점에 커피 한통 사러 들어가서 거스름돈을 받으며 넌지시 "요즘 손님들 많아요?"라며 묻자 계산을 하려던 손을 휘휘 저었다. 
그분은 전에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서 카운터를 맡겼는데 점장인 자신이 직접 카운터를 맡은지 1년이 넘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생 월급줄 돈 조차 벌기 어렵다며 그대로 있다가는 편의점 문 닫아야 할것 같아서 자신이 잠 자는 시간만 빼고는 직접 카운터를 본다는 것이었다.

그게 편의점만의 일은 아닌듯 하다. 식당은 식당대로, 미용실은 미용실대로, 부동산은 또 부동산대로... 
동네 조그만 개인 의원조차 사람이 줄어들어서 평소에는 토요일마다 놀던 동네 내과 의원들이 죄다 토요일에도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을 정도이니.
세상사 돌고 돈다지만 IMF를 겪은 지 10년이 훌쩍 넘었는데 그때보다 더 심하다고들 말하니 똑같은 일을 당하는 서민들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러니 대학을 졸업하는 아들내미의 취직이 걱정되어 밤 늦게 취업자리좀 부탁하려고 전화하는 친구처럼, 우리 아버지들은 10여년전에 IMF를 겪고 이제 또 그때보다 더한 혹한기를 겪고 있다. 이번에는 나 뿐만 아닌 자식들 걱정까지 플러스 시켜서...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한없이 축 처진 어깨와 몇 올 남지 않은 머리카락, 그래서 그런 풍상을 겪는 우리 아버지들의 곧았던 척추는 구부정해졌고 넓고 단단했던 등은 왜소해졌다. 힘 빠진 아버지의 뒷모습을 또다시 보게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비록 자신감 있고 당당하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지만 세상의 거친 바람에 가족을 앞세우지 않으려는 가장으로서의 고독감과 책임감은 여전히 등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
아버지들도 사실은 꿈이 있다. 가난함 탓에 이루지 못한 학창시절의 꿈, 취직하고 결혼 한 뒤에 아이 기르고 집 장만 하느라 이루지 못한 꿈. 

하지만 아버지라는 이름 때문에 그 꿈을 가슴 속 깊이 숨겨두고 오랫동안 오로지 가정만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달랜 사람들이 아버지들이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고, 그 자식은 꼭 꿈을 이루기 바라며 기러기 아빠라는 이름을 선택한사람도 있다. 혼자 힘들지만 기러기 아빠보다는 펭귄 아빠, 독수리 아빠가 되고 싶어 처진 어깨를 추스려 올리며 오늘도 아버지는 일을 하고 있다.

힘들고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어두운 전망들을 들을때마다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지"하면서 몸부림이다.
그래서 오늘도 외쳐 보는 한마디는 "어쨌거나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이다.
아버지들이여, 지레 겁먹지 말자. 우린 IMF조차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해 낸 대한민국 역전의 아버지들 아닌가. 

아침 일찍 직장으로 나선 아버지들, 저녁때는 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피곤한 내색 한번 안하는 우리 아버지들의 등을 한번쯤 어루만지면서 "힘 내세요"라며  위로의 한마디는 전하는 건 어떨까.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