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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화목, 자녀들에겐 최고의 선물
2013-01-24 21:53:32최종 업데이트 : 2013-01-24 21:53:32 작성자 : 시민기자   김기봉

부부싸움에는 계급도 없고 체급도 없고, 때도 없고, 심지어 어떤 부부들은 장소의 제한(?)조차 없다. 부부싸움에서 이겼다고 상금이나 챔피언벨트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도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정말 부부싸움 심하게 하는 사람들 적잖다.

어릴적에 가끔 친구들과 싸우면 어른들은 옆에서 "그래, 싸워라. 싸우면서 크는 거지. 싸워야 키 큰다"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자주 하시곤 했다.
그 말의 뜻은 적당한 긴장과, 한창 자랄 나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적절히 발산 한다는 차원에서 그렇게 말씀 하셨던것 같다.

내가 처음 결혼했을 때도 다른 사람도 아닌 처형이 제부인 내게 "제부, 부부사움 실컷해요. 신혼 초에 부부싸움 실컷 해야 나중에 나이 들어서 안하게 되는거예요. 신혼때 부부싸움을 해야 진짜 속궁합을 맞출수 있거든. 성격 차이 말야"라며 부부싸움을 부추겼을(?) 정도였다.
처형의 인생경험에서 우러 나오는 조언 덕분이었을까. 정말 우리 부부는 신혼초에 적잖은 부부싸움을 했다. 누구나 있는 성격차이 탓이었다.

하지만 어떤 기계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한참 돌리고 조이고 다뤄 봐야 모든 부품들이 제 위치에서 적절하게 자리를 잡아 제 기능을 다 하듯이 우리 부부도 부부싸움을 하면서 서서히 서로의 성격과 가치관, 장단점을 파악하면서 비온 뒤에 땅이 굳듯 웬만한 시간이 흐른 뒤 부터는 부부싸움을 안하게 되었다.

가족화목, 자녀들에겐 최고의 선물_2
가족화목, 자녀들에겐 최고의 선물_2

며칠전 주말 한낮에 아내와 함께 영화관에 가던 길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수원역 AK플라자에 있는 CGV영화관으로 가기 위해 지하도 입구로 들어서려다 아내가 편의점으로 음료수를 사러 들어갔고 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바로 옆 대로에서 멈춰 선 버스에서 내리던 40대 중후반의 남녀 부부가 갑자기 길 한가운데서 소리를 치며 싸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륜관계이거나 서로 모르는 남녀인줄 알았는데 편의점에 들어간 아내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쌈박질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부부임을 알수있는 말들이 오갔다. 
무슨 일인지 아이들 이름을 대며 거칠게 소리를 치며 서로 싸웠다. 한참동안 티격태격 하다가 화가 난 여자분이 마침 다가 온 택시를 집아 타고 가려하자 남자가 여자의 팔을 확 잡아 챘고 그것을 여자분이 뿌리치려 하자 남자분이 한 대 때릴 듯한 기세로 오른손을 번쩍 치켜 들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어?"하며 놀랐다. 정말 남자분이 아내를 때리는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길 한복판에서.
그러나 다행히 남자분은 기세 오른 감정을 억누르며 참았고, 여자분은 택시를 타고 휭하니 사라졌다. 내 일은 아니었지만 정말 남자분이 아내를 한 대 패는줄 알고 깜짝 놀랐다가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었다.

언젠가 지인이 자신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때 우연히 딸의 그림 일기를 보게 되었는데 그때 일기 내용중에 상당히 충격적인 부분이 있었다며 그 후로 다신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다는 실토를 한적이 있었다.
그림 일기 내용은 이랬다.
덩치 큰 남자가 식탁 의자를 들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림 밑에는 서툴고 삐뚤삐뚤한 글씨로 서너 줄의 일기가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아빠와 엄마가 싸웠다. 아빠가 의자를 던졌다. 의자가 부서졌다. 엄마는 울었다. 엄마가 불쌍하다"
순간 커다란 쇠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간에 폭력을 써서는 안된다. 이 사람도 그럴 사람은 아니었는데 부부싸움중에 아내에게 직접 의자를 집어 던진게 아니라 부부사움이 끝난 후 그냥 혼자 홧김에 의자를 발로 뻥 찼던 모양이었다. 
그 소리가 의외로 컸고 방 안에 있던 아이들이 놀라서 밖으로 나와 보니 이미 부부싸움 끝에 분이 안 풀린 엄마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다. 의자도 부서진게 아니라 의자의 발이 하늘을 향한채 넘어져 있으니 아이들 눈에는 아빠가 의자로 엄마를 내리친걸로 보았던 모양이라 했다.

어쨌거나 그는 그 일기를 보고는 다시는 부부싸움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백번도 더 했다며 한마디 더붙였다.
"그 일기장 밑에 뭐라 써 있었는지 알아요?"
"뭐라 돼 있었는데요?"
"담임 선생님이 일기 검사하잖아요. 빨간 검사 도장이 꾹 찍혀 있었는데 그 내용이 '참 잘 썼어요' 더라구요"
얼굴이 다 화끈거려 혼났다며 아이 선생님이 자신의 가정을 어떻게 보았겠느냐며 아주 쑥쓰러워 했다.

어른의 눈은 흑백 사진기라면 어린이의 눈은 천연색 사진기다.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필요에 따라 멋대로 수정을 가하는 어른과 달리 어린이의 눈은 그럴 줄을 모른다. 보태거나 빼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본다. 
그런 아이들에게 거칠게 부부싸움을 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 아이가 정서적으로도 심각한 부적응증을 앓게 한다고 한다.
부부 본인에게도 큰 상처를 주고, 아이들에게는 더 말할것도 없이 아픔과 고통만 주는 부부싸움이다.

TV에 출연한 어느 소년원의 한 청소년이 한 말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부모님의 부부싸움 때문에 나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이 되었어요. 행복, 기쁨 그런거가 사라지게 되었고, 고독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이젠 한마디로 난 혼자인 게 좋아요"
이 청소년의 슬픈 독백은 부모 역할의 막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은 부부간의 화목이라 하니까. 

가족화목, 자녀들에겐 최고의 선물_1
가족화목, 자녀들에겐 최고의 선물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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