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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총리후보자의 인간승리를 보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친구가 겪었던 서글픈 과거사
2013-01-24 22:51:24최종 업데이트 : 2013-01-24 22:51:24 작성자 : 시민기자   홍명호

나의 어릴적 친구는 소아마비를 앓았다. 이 친구는 한쪽 다리만 불편했을뿐 나머지 한쪽은 큰 이상이 없었다. 그래서 걷는데만 약간 불편할뿐 일상 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고 특히 머리도 좋아서 공부도 잘했다.
친구는 유난히 문학을 좋아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는 시도 쓰고 수필도 쓰며 글 솜씨를 발휘하곤 했는데 학창시절에 연애편지도 곧잘 써주었다.

그런 적성을 살려 이 친구는 대학은 문예창작과를 갔다. 그리고 졸업후에는 취직을 하게 되었다.
전공을 살려 어느 유명한 대기업의 홍보실에서 사보 기자를 뽑는다 하여 지원했다.
사보는 취재를 하러 다니려면 걷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하지만 이 친구는 앉아서 하는 편집과 교열 같은 업무를 전담하는 사람을 뽑는다 해서 자신있게 지원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그냥 떨어진게 아니라 그 과정이 너무나 친구를 슬프게 만들었다.
서류 전형에 합격해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여 본사 면접장에 갔던 모양이다. 순서가 되어 이름을 호명하길래 면접실 문을 여는 순간 면접관 4명이 일제히 깜짝 놀라더라는 것이다.
모두 다 '아니, 왜 저런 사람을 서류전형에서 합격 시켰지?'하는 그런 표정. 순간 친구도 당혹스러웠고, 면접관들은 이미 자기네가 불러놓고 딴 소리 할 수는 없으니 짐짓 태연한척 면접은 했으나 '당신은 뽑을수 없어'라는 표정이 이마에 아예 대문짝 만하게 보이더라 했다.

면접 역시 대충 몇가지 묻고는 나가라 하더란다.
기분도 언짢고 황당한 마음이 들어 "저는 장애가 있어서 결격사유 인가요?"라고 묻자 결국 면접관이 솔직하게 말하더라 했다.
"미안합니다. 자기소개서상에는 소아마비 장애가 있으시고 그것 때문에 군대도 안간걸로 명확히 기록이 돼 있는데 서류전형 과정에서 미처 보지 못한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 잘못입니다. 장애 때문이라기 보다는..."
면접관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안뽑는건 아니라는 투로 말은 했지만 친구가 장애인이라는걸 알았다면 애초부터 면접장에 부르지도 않았을텐데 결국 헛걸음만 시킨게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그 때만해도 장애인 인권 같은거나 고용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그런 마인드나 법적인 장치가 부족해 친구는 그렇게 참담하게 첫 직장 시험에서 낙방을 하고 말았다.
그 후로 몇군데 더 냈다가 결국 뿌리 깊은 편견과 높기만 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을 넘지 못한채 한동안 취업을 못하다가 결국에는 이것저것 다 포기하고 아예 자격증을 따서 일하겠다며 법무사 자격증을 취득해 지금은 대구에서 법무사로 활동하고 있다.

친구에게는 참담한 추억이고, 친구로써 옆에서 지켜본 나의 기억속에서도 참으로 서글픈 추억이었던 이 일은 오늘 새로운 대한민국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새 정부 정권인수위원장이던 김용준 전 헌재소장이 새 총리로 지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회 청문회 같은 과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총리로 임명될거라고 믿는데, 이분이 무엇보다도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과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면접장에서 참담하게 돌아서야 했던 친구 생각이 떠올라 격세지감을 느낀다. 

뉴스를 들어 보니 김용준 지명자는 소아마비를 앓으셨고, 초등학교때는 어머니께서 업어서 학교에 데려다 주셨다고 하니 하나의 인간승리 같다.
그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사시에 수석 합격하고, 최연소 판사까지 되었는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분의 취미가 수영이어서 한강도 수영으로 건넌다고 한다. 여러모로 존경스러운 분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느분야에서든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넘어 이렇게 김용준 총리 후보자 처럼 모든 분야에서 아무런 제약없이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김용준 총리후보자의 인간승리를 보며 _1
김용준 총리후보자의 인간승리를 보며 _1

언젠가 회사 업무로 외부인을 만나서 명함을 교환하는데 그분의 명함을 받아 보니 점자가 찍혀 있었다.
순간 '아, 이분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명함에까지 이렇게 배려를 하는구나. 참 생각 있으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좋은 일 하시는군요"라고 말을 했다.
그러나 나는 존경스러움에 그런말을 한거지만 그분으로부터 나의 편견에 대한 지적을 받게 되었다.

그분은 점자가 찍힌 명함을 건넬때마다 다양한 반응을 경험 한다고 한다.
빈도를 보면 절반정도는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하고, 그 다음으로는 점자가 찍힌 명함을 보고 신기한 표정을 짓기도 하며, "명함에 점자가 새겨져 있으니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당연한 배려군요!"라는 공감의 말을 듣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점자가 찍힌 명함을 받아 든 일반 사람들의 그런 말과 의식 속에는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개입시켜 그들을 약간 동정 어린 시각으로 보는 부분이 있고, 특히 일부는 여전히 장애인을 불쌍한 존재로 보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무척 부끄러워졌다.

지금도 일반인들의 이런 편견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취업이 안되고, 또 다른 차별을 받는 장애인이 있을지 모른다. 우리 사회가 정말 이번 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보면서 모든 분야에서 그런 편견을 버리고 평등한 사회를 이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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