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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가져 다 준 지혜로움과 힐링의 효과
2013-01-28 12:18:39최종 업데이트 : 2013-01-28 12:18:39 작성자 : 시민기자   오선진
펜션이라는게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지만 그 전에는 좀 멀리 집 떠나 여행을 할라치면 응당 콘도미니엄으로 가는게 유행이었다. 
콘도가 아니면 고향집의 추억을 느낄만한 민박이거나, 혹은 날씨만 따스한 계절이라면 숙박비도 아낄겸 텐트를 짊어 메고 가서 야영을 하는것도 나름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러던 여행문화가 내 기억으로는 아마도 1990년대 말인가 2000년대 초반쯤 펜션이라는게 국내에 처음 등장하면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그후로 정말 그림같은 펜션들이 전국 각 유명 관광지에 들어서게 되었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제 펜션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한걸음에 달려가 몸과 마음을 편히 힐링할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인지 여름이나 겨울에 아이들 방학쯤이 되면 가족단위 휴가를 떠나는 게 관례가 되었고 못 가면 왠지 허전한 느낌이 되어 무조건 어디를 다녀와야 하는 걸로 생각하게 되었다. 일종의 의무감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으로 아이들 겨울방학과 동시에 눈구경 할수 있는 어느 유명한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동화같은 펜션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되어 오히려 내가 아이들보다 먼저 여행을 가자며 짐을 꾸리는 가장이 되었다.

아무래도 여행이란 가서 먹고 쉬는것도 좋을뿐더러 가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에다가, 오고 가며 수도권을 벗어나 한숨 돌릴수 있는 여유로움도 맛보고, 멀리 한적한 시골 풍경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게 해주는 마력이 있으니 여행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새해 들어 신년 업무계획 때문에 일에 쫓기다가 간신히 짬을 내어 엊그제 주말을 맞아 충남 금산 쪽으로 방향을 잡아 산속의 예쁘장한 펜션으로 다녀올수 있었다.
보통 펜션이라면 약간은 깊은 산 속이나 바닷가에 자리잡혀 공기 좋고 경관 좋고 요즘 말하는 웰빙코스가 될 것 같았기 때문에 꼭 한번 가서 쉬었다 오고 싶었는데 우리가 간 곳은 아는 분의 도움으로 산자락에 지어져 고즈넉하고 한적하면서 숲의 맑은 공기를 실컷 마실수 있는 곳을 잡아 출발한 것이다.

여행이 가져 다 준 지혜로움과 힐링의 효과_1
여행이 가져 다 준 지혜로움과 힐링의 효과_1

좁은 2차선 도로에 인접한 깊지 않은 산속에 나무들 사이로 예쁜 전원주택형 펜션 집들이 보이고 입구에서는 경사가 가파르기 때문에 가져온 짐들을 옮겨주는 서비스까지 받으며 마음이 한껏 부푼채 첫날이 시작되었다.
깨끗하게 청소된 방 2개짜리에 작은집 이름은 진달래, 백목련, 들국화, 해당화 이렇게 꽃 이름으로 지어져 듣고 말하기에도 정겹고 푸근했다. 쉬러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린 펜션 주인의 센스 넘치는 작명인것 같았다.

펜션 주변에는 비료포대를 가지고 놀수 있는 간이 눈썰매장도 있었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직접 따서 식사를 할수 있도록 꾸며진 푸성귀 밭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다음에 농사짓기가 가능한 시기에 오시면 진짜배기 웰빙 채소로 된장국을 끓여 드리겠습니다"하시던 주인장의 인사말을 기억하고 있다.

조금 내려가니 아이들이 계곡 끝에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진 곳도 있지만 지금은 얼음으로 얼어 있었고 약간의 물이 졸졸졸 흘렀다.
밤이 되니 주변에 보이는 것은 삭풍을 견뎌내는 나무와 금세라도 폭설을 쏟아낼것같은 검은 밤하늘. 옆에 있는 작은 집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아무것도 없다. 
조용해서 좋았다. 개 짖는 소리조차 없는 그곳에서 휴가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버리고 앞으로의 좋은 미래를 위해 생활 속에 재충전의 기회일 것이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겨울 숲에 몸을 맡겨 보는 일은 그 자체의 기쁨보다는 평소 지루해지고 피곤하기만 하던 내 심신에 새로운 산소를 주입시켜 주는 작업이다. 
한겨울에 잎을 다 떨어뜨린 후 묵묵히 봄을 기다리는 나무들. 그 긴 인고의 시간 또한 늘상 10분도 못 참아 안달복달 하는 우리네의 조급증을 치유해 주는 특효약이며, 만약 산자락에서 운 좋게 귀족나무라 불리는 자작나무 숲 같은 군락지라도 만난다면 더없는 행운일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가족들이 잠 자고 있는 사이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펜션 주변 산자락을 돌아 보았다. 아, 그토록 상쾌할수 있을까.
차가운 아침 공기가 콧등을 시큰하게 후벼 팠지만 그마저도 너무 행복하다. 도심 어느곳에서도 맡을수 없는 맑은 공기, 그건 축복이었다.

산책길에서 또는 여행길에서 숲에 들어 그 독특한 향기에 깊은 숨 들이쉴 수 있음은 얼마나 다행일까. 그때마다 속도 비워내고, 건강함에 다시금 감사하고, 그런 건강함 속에 내 소중한 가족들이 함께 있으니 신께도 감사한다.
도심에서 인공적으로 정원처럼 잘 가꿔진 숲이 아닌, 울퉁불퉁 태초부터 그렇게 신이 자연스레 우리에게 만들어 준 숲을 거닐며 자연과 하나가 되어 걷는다.

숲의 향기란 그렇듯 사람에게 전이되어 그 가슴 속속들이 씻어 준다. 그때 문득 나는 지혜로운 삶이 어떤건지 생각해 보았다. 명예도 아니고 돈에 대한 탐욕을 보여서도 안되고, 지위와 직책에 대한 욕심도 버려야 하는게 지혜로움일까. 이젠 그런 욕심들 다 비워낼줄 아는 지혜로움 속에 살 일이다. 그러고 보니 지혜로움이 너무나 가까이 있었다. 이 또한 여행이 가져다 준 힐링의 효과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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