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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못한다고 휴대폰 뺏어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2013-01-28 15:46:59최종 업데이트 : 2013-01-28 15:46:59 작성자 : 시민기자   임윤빈

아이들이 빵을 먹고 싶다 해서 마침 저녁반찬거리도 여의치 않아 지갑을 들고 제과점으로 나선게 어제 밤 7시30분쯤이었다.
크로켓과 마늘바게뜨 빵 몇조각을 사 들고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뒤져 신용카드를 꺼내면서 무심코 창가를 보니 중학교 2-3학년쯤 돼 보이는 여학생이 혼자 앉아 있었다. 

빵은 달랑 조각으로 잘라 파는 치즈케익 한조각이 흰 접시위에 올려져 있은채 그것에는 손도 안댄채 물끄러미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여학생. 저녁 시간이 넘어 집에 들어가야 할 시간임에도 멍하니 앉아서 마치 세상의 모든 근심을 떠안은 듯 있는 모습을 보니 아이를 키워 본 엄마로써 묘한 궁금증이 발동했다.

이미 슬쩍 훔쳐 본 내 눈에 비친 그 여학생은 낯빛 또한 보통 분위기는 아니었다.
제과점 주인에게 물어보니 자리에 앉은지 30분이 조금 넘었다고 했다. 무심코 지나치려다 내 자식 같은 마음에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나도 그만한 나이에 그랬지 하고 생각하면서.

의외로 그 여학생은 그다지 경계의 눈빛 없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대하듯 날더러 대뜸  물었다.
"아줌마도 딸 있죠?"
"응, 있지"
"공부 잘해요?"
아주 단도직입적이었다.
"공부? 뭐 그저.... 잘 못해"
"그럼 아줌마네 아이들한테 공부 못한다고 휴대폰 뺏어요?"

아이의 날이 선 질문을 듣다 보니 대충 짐작은 갔다.
"왜, 엄마가 너 공부 안한다고 휴대폰 보관중이셔?"
나도 조심스러웠다. 그 상황에서 아이에게 "엄마가 휴대폰 뺏었어?"라든가 "압수했어?"같은 말을 쓸 경우 엄마만 전적으로 나쁜 사람이 될거 같아서 "엄마가 보관중이셔?"라고 완곡하게 말을 한 것이다.
"휴대폰뿐이겠어요? 컴퓨터도 하지 말래요. 승질나요"

공부 못한다고 휴대폰 뺏어요? _1
공부 못한다고 휴대폰 뺏어요? _1

아이의 항변속에는 자신의 부모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라도 그냥 속사포처럼 쏟아 붓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는데, 때마침 이상한 아줌마가 나타나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 주어서 잘됐다 싶은거였다. 
아이는 '옳다구나' 싶었는지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나도 안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으니 그 마음을.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가타부타 말이 필요 없이 일단 다 들어주는게 가장 좋다. 아이의 말 뜻의 옳고 그름은 나중 일이다. 어차피 아이는 지금 화가 날대로 난 상황이기에 그것부터 푸는게 먼저였다.

"휴대폰 있다고 공부 안하는거 아니고, 컴퓨터 안한다고 공부 더 하는거 아니거든요. 근데 엄마는 그것 때문이래요. 나 지금 제과점에 나와 있잖아요. 근데 내가 제과점 안있고 PC방 가서 게임 해도 되걸랑요. 그럼 집에서 하는거랑 나가서 하는거랑 뭐가 달라요? 엄마가 컴 못하게 막으나마나 아닌가요? 근데 PC방 안가잖아요. 엄만 그것두 몰라."
아이는 억울하다는 듯 연신 긴 한숨을 몰아 쉬었다.

"얘... 어디 사니? 이 근처야?"
"왜요? 울엄마 알아요? 엄마한테 일러 바칠라구요?"
"아니, 그런게 아니야. 집이 멀면 더 늦어져서 춥기전에 얼른 들어가야 할거 같아서"
"염려 마세요. 걸어서 5분도 안돼요"
일단 그건 다행이었다.

부모의 기대와 본인의 능력에서 오는 괴리감(가장 현실적인게 바로 성적), 사춘기 때 겪게 되는 이성문제, 친구문제,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되지 않는 본인 성격상의 문제 등 시시콜콜한 것들은 누구나 다 겪게 되는 통과의례이다. 
이 아이가 들려준 얘기들은 비단 이 학생 혼자만이 겪고 있는 일들은 아닐 것이다. 지금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많은 청소년들이, 그 또래들이 공통으로 고민하고 겪고 있는 것들이다. 즉 학교생활 중에 필수적으로 겪게 되는 성적 문제와 그것이 만족스럽지 못했을때 부모와 겪는 갈등과 충돌이 대개 다 비슷하고, 또한 그 과정에서 만만한 휴대폰을 뺏는다든가 혹은 컴퓨터를 금지시키는 일 등도 다 비슷할걸로 안다.

그런 충돌의 크기가 크고 상처가 깊어지면 결국 그에 아이들 가슴에 깊이 스며 멍울이 되고 자칫 돌이킬수 없는 길로 접어들게 할 것이다. 

"얘, 아줌마도 너같은 청소년 아이들이 있어. 우리 아이들도 공부는 잘 못해. 물론 공부가 전부 다는 아니지. 하지만 본분이 학생이니까 그 본분에 맞는 일을 잘 하자는 엄마의 마음은 이해를 하지? 그리고 공부가 아니라도 너의 특기와 적성에 맞는 것을 잘 하면 되는거야. 그런걸 열정이라고도 해. 너는 어떤 열정을 가지고 있어?"
"열정이 그냥 막 생기는건 아니잖아요. 그것도 내가 하고 싶어야죠."
아이는 당장 휴대폰 뺏긴것이 너무 억울하다는 마음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음... 그래 맞아. 마음이 내켜야 하는거지. 그리고 기분이 좋아야 마음도 내키는거고. 너는 지금 휴대폰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해서 그렇지? 그런데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볼까. 너의 아빠가 회사에서 일을 게을리 하고 휴대폰만 가지고 게임만 하다가 사장님한테 들켜서 월급이 깎이게 되고, 그 때문에 너의 학비를 대주지 못하면 너는 누굴 원망하겠니? 또 그래서 아빠가 돈을 벌지 못해서 네가 친구들 만나야 하는데 용돈조차 쥐어주지 못하면 그래도 아빠가 좋아? 아빠가 안미워?"
"네~에? 그거야 뭐...."
"그것 봐.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로 나타나는 거야. 아빠가 게을러지면 당장 너네 생활에 영향을 주잖아. 마찬가지야. 너의 엄마아빠는 너의 휴대폰과 컴퓨터만의 문제가 아니라 너에게 어떤 계기가 필요하시다고 생각한거야. 그러니까. 억울하다는 생각만 할게 아니라 이만큼 멀리 떨어져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봐. 엄마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게 다 옳다는게 아니라 엄마가 왜 그렇게 했는지를 이해해 보자는 거야. 그럼 엄마 아빠의 얼굴이 조금 다르게 보일걸. 요만큼만 떨어져서 생각해 봐, 알았지?"

나는 그 여학생의 가정생활과 개인사정은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상식수준의 어른이 상식선에서 다 들어주고 청자의 입장에서 그 학생을 보듬어 보려 애쓴것 뿐이다.
그리고 내가 아이에게 한 말은 따지고 보면 아이니까 당연히 그렇게 말하려고 한 것일뿐, 결국 부모가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사랑으로 보듬어 끌어 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먼저...

일면식도 없는 아이에게 나의 작은 뜻을 전했지만 그 학생이 온전히 가정으로 돌아가 엄마아빠와 웃으며 서로를 이해해 주기만 바랄 뿐이다. 같은 엄마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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