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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가 되신 할아버지
2013-01-29 01:44:57최종 업데이트 : 2013-01-29 01:44:57 작성자 : 시민기자   정진혁
옛말에 가정이 행복하고 대대로 번성하자면 모름지기 집안에서 세 가지 소리가 들려야 한다고 했다.
그것는 첫째로 책 읽는 소리, 둘째로 아이 웃는 소리, 셋째로는 일하는 소리다.
이유인즉 책 읽는 소리라는 것은 늘 배우고 공부하는 소리가 요란해야 그 집안에 훌륭한 인물을 배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정교육은 사람의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성교육의 시작이고, 원초적 교육의 보금자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한구석 그른데가 없는 명제인 것 같다.

등산을 다니다 보면 남녀노소 건강을 챙기기 위해 울긋불긋 등산복을 차려 입고 산에 오르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얼마 전 평택의 무봉산 만의사 코스로 등산 중 운 좋게도 건강미가 철철 흘러 넘치는 어느 70대 초반의 어르신과 함께 걷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70대시면 당연히 할아버지라 불러 드려야 옳건만 할아버지라 불러 드리기엔 젊어 보이시기에 죄송스러운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어르신께서는 만면에 여유로움과 미소가 끊이지 않았고 말씀 말씀마다 긍정적인 생각이 넘쳐났다.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부자여서 그런 여유가 나온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저 마음의 여유가 얼굴에 그대로 투영되어 그것이 삶 속에 자연스레 축적되어 행동과 말씀에 녹아들어가 있는듯 했다.

점잖으시고, 인생의 경륜이 그대로 흘러 나오는 얼굴에서 존경스러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매주 꾸준히 쉬지 않고 등산을 즐기신다고 하니 건강미까지 넘쳐 흘렀다.
"등산 말고 특별히 건강관리를 따로 하시는거 있으세요?"
혹시 '비법'이라도 있으면 컨닝좀 하고 싶어 여쭈었다.
"따로 하는게 뭐 있겠소, 그저 즐겁게 웃으며 살면 그뿐이지"
"네. 그렇긴 하죠. 그게 쉽지 않아서들 다들 아웅다웅 하며 살고 있어서요. 저도 그렇구요. 혹시 할머니께서도 함께 사시나요?"
"할망구? 같이 살아요. 할망구도 건강하지. 오늘은 메누리하고 어딜 간다나? 그래서 함께 못 왔소"
"아, 네 그러셨군요. 그럼 며느님과 함께 한집에 사시는가 보죠?"
"그래요. 메누리, 아들, 손주와 다같이 산지 6년쯤 됐어요. 그동안은 우리 둘이 살았는데 아들이 자꾸 같이 살자고 해서 합쳤지"
"네. 착한 며느님 두셨네요. 사실 그게 착한건 아니고 당연한 일이지만 요즘은 착하다고 해야 할 정도니까요. 그렇죠"

사진사가 되신 할아버지_1
사진사가 되신 할아버지_1

"그런가? 뭐 그럴수도 있지. 나는 이렇게 등산을 할때마다 매번 산 정상에 올라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다가 메누리한테 보여 준다니깐. 그러면 메누리가 나한테 사진값을 줘요. 산에 가서 건강해 졌으니 아프지 않을 거고, 그러면 병원에 갈 일이 없으니까 병원비 벌었다며 그 돈을 나한테 주는거지. 그래서 나는 산에 올라오면 사진기사가 되는거야. 한장에 1000원씩 10장을 말야. 그러면 1주일에 두 번 산에 오르니까 2만원인데 그걸로 점심도 사 먹고 남는거는 손주들 용돈 준다니까.  허허"

참, 대단하신 시아버지와 며느리셨다. 건강도 지키고, 용돈도 벌고, 손주들에게 인기도 얻는 할아버지와 그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 시아버지에게 동기부여를 해 드리기 위해 사진값이라는 방법을 찾아 용돈도 드리며 기분좋게 만드는 며느리의 센스. 
이것이야말로 가족화목과 행복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서로 그런 아이디어를 냈을까.

아무리 며느리가 시부모를 부양하는게 당연한 일이고 용돈 드리는 것도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지만 매일 그냥 돈 받기도 쑥스러우셨을 터, 사진기사라는 독특한 방법을 고안해 내신 그 가족의 생각이 참 이채롭다. 
이쯤 되면 시부모와 며느리의 갈등이 있을수 없고, 덕분에 부모를 모시는 아들 부부간의 갈등이나 부부싸움 또한 있을수 없으니 그 댁 아이들은 항상 웃으며 화목한 가정에서 자랄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에 어떤 시골 동네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솥에 밥을 짓기 위해 새로 맞은 며느리에게 불을 때라고 했는데 도시에서 시집 온 며느리는 장작불을 피워서 아궁이에서 밥을 지어 본 경험이 없기에 그만 실수로 밥솥의 물이 끓고 쫄아 없어지는 것도 모르고 계속 불을 때고 있었다.
그러다 그만 솥 안의 밥은 다 타서 냄새가 진동했고 솥은 금이 가 깨져 버렸다.

겁에 질린 며느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고야 말았다.
그 때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얘야, 내가 물을 너무 적게 부어 그렇게 됐구나. 걱정하지 말거라!"고 하고, 시아버지는 "내가 부엌에 나무를 너무 많이 들여서 그렇게 됐구나. 내 책임이 크다." 라고 했고, 신랑은 "물을 너무 적게 길어온 내 탓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 라면서 아내를 위로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한 가정이 얼마나 행복해질수 있는지 금세 알수 있을것 같다.

살다 보면 속상한 일, 다툼이 생길수 있는 일이 늘 있겠지만 가정의 화목을 위해 등산과 사진기사를 자처 하시는 할아버지와 며느님의 센스만 넘친다면 그 가족은 늘 화목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실수해도 보듬어 이해해 줄줄 아는 아량을 베풀어 보자. 그게 곧 가화만사성 아닐까. 
그날 만난 할아버지가 부럽고, 그 댁 며느님이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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