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수많은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
나 먼저 치료해 달라고 의료진 협박한다면?
2013-01-29 02:19:24최종 업데이트 : 2013-01-29 02:19:24 작성자 : 시민기자   박나영

4, 5일전 쯤 인천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쉬던 60대 노숙자가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이 보도 되었다.
목숨을 버릴만큼 사는게 힘들었을 그 분에게도 애도를 표하지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촌각을 다투는 생사의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 다니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응급실 한복판에서 전깃줄에 목을 매고 자살한 장면을 목격해야 했으니 그 충격과 놀라움은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간다.

그 며칠전에는 또 지하철 기관사가 또다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유는 공황장애와 우울증 때문이었다고 한다. 기관사가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은 이유는 자신이 운전하던 기관차 승객의 가방이 출입문에 끼어 끌려가는 사고를 당한 후 징계까지 받으면서 후유장애로 인해 그런 질병을 앓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수많은 사례중 하나일뿐이다. 어떤 사람이 달리는 기관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할 경우 그것을 현장에서 목격한 기관사중 그 충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가 수없이 보도되었었다. 
또한 이와 유사한 사고를 경험한 많은 기관사들이 충격을 이기지 못해 휴직중이거나 치료중이라고도 한다. 

수많은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_1
수많은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응급실_1

그래서 병원에서 치료중 사람이 죽을수는 있지만, 치료중인 응급실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는 사건을 목격한 그 의료진의 정신건강도 걱정되고 안타깝다.
그날 현장에서 그 상황을 본 모든 의료진이 슬기롭게 잘 이겨내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번에 폭설이 내렸을때 우리 이웃집 할머니가 빙판길에 넘어져 엉덩이뼈를 크게 다치셔서 응급실에 입원하신적이 있었다.
마침 퇴근중이던 남편이 길에서 할머니를 발견하고 얼른 응급실로 모셔서 큰 부상은 막을수 있었다. 남편은 할머니가 혹시 뇌진탕이라도 일으켰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엉덩이뼈만 다치신걸로 나와서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이웃집에서도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 당시에 할머니께 응급실로 병문안을 갔을때였다.
그날따라 폭설로 인해 길거리에서 넘어져 응급실로 실려온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 여기저기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북적이며 눈길 낙상사고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급성 질환 환자, 각종 사건 사고의 관련자 등 쉴새 없는 사람들의 아우성 속에서 의료진들은 지치기도 하겠지만 맡은바 소임을 다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었다. 

덕분에 응급실 안은 물건을 사고 파는 시장 한가운데 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북적이고 무척 시끄러웠다. 연이어 들어오는 앰뷸런스와 지구대 순찰차량들의 번쩍임에 응급실 입구부터 복잡한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통증을 호소하며 먼저 치료받고 집중적인 관리를 원하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왜 의사가 빨리 처치해 주지 않느냐고 호통 치는 사람들이 적잖았다.
심지어 환자 보호자들이 정신 없는 의료진들을 붙잡고 협박하거나 큰 소리로 싸움 일보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우리 곁에 계신 할머니는 뼈 골절이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은 자신의 치료를 위해 주먹다짐까지 할 태세니 의료진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의 진료에는 늦는다고 소리치며 간호사들의 처치는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니 응급실 근무자들에게 괜스레 미안해지기까지 했다. 
목소리만 크면 잘 치료해 주고 관심을 받을 줄 아는지 트집을 잡아가며 의료진에게 시비를 걸고 조용한 상태에서 안정을 요하는 다른 환자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관철하려 하는 사람들을 보니 우리가 고쳐야 하는 부분이 여기 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응급실, 말 그대로 긴박한 상태의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는 최일선 치료 현장이다. 모두가 시급한 심신 상태이고 최선의 치료를 받고 싶은 마음은 한 가지일 것이다. 그럴수록 질서가 필요하다. 
질서 있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면 응급실에 근무하는 능숙한 의료진이 슬기롭게 차례대로 진료를 해줄 것이며 기타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이다. 

나 혼자만이 급하고, 목소리만 크면 다 들어주겠지 하는 후진국적인 사고로는 의료진에게도 최선의 진료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앞에서 말한 인천의 모 병원에서 일어난 자살 사건을 떠올려 보면 병원 응급실 의료진의 애환이 더욱 안쓰럽다. 

병원 응급실을 벗어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질서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욱이 누구나 찾아 갈 수 있는 병원 응급실에서의 질서의식 또한 제대로 정착되어야 할것이다. 그건 시민들 스스로의 자발적인 노력만이 가능하다.  응급실에서 기다릴줄 아는 문화가 정착되어 모든 환자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치료를 받게 되기를 고대한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