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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새 문달이 이야기
2013-01-29 10:06:44최종 업데이트 : 2013-01-29 10:06:44 작성자 : 시민기자   문대섭
우리집에서 문조라는 새를 키우고 있습니다.
문조라는 새는 동남아 및 인도 등 아열대지방에서 자생하는 새로써 우리나라 새와 비유하면 참새라고 할 수 있지요. 백색, 청색, 짙은 회색으로 깃털이 나 있어서…백문조, 청문조, 흑문조라고도 불립니다. 인터넷에서 한번 검색해 보시지요. 꼭 참새만한 이쁘고 귀여운 새입니다. 건강한 편이라 키우기도 쉽습니다.

우리집 둘째가 애완용 동물을 좋아해서 강아지, 거북이, 물고기 등을 키우다가 새를 키우기로 맘먹었던 모양입니다. 하루는 엄마와 같이 온 몸에 회색깃털과 점점이 흰색과 검은색이 박힌 꼭 참새만한 새를 한 마리 사왔더라구요 흑문조였어요.

처음에는 새장에 가두고 키웠는데 나중에는 새장에서 꺼내어 집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하였습니다.   처음 사왔을 땐 아직 덜 자란 새끼 새였구요. 살 때부터 새 파는 집에서 '윙 컷'이라고 잘 날지 못하게 해서 그야말로 애완용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손 안에서 귀엽게 굴었답니다.

우리집 새 문달이 이야기_2
문조

처음에는 한마리만 키웠거든요. 새대가리라는 말이 있잖아요? 기억력이 없거나 머리가 나쁜 사람들을 기리키며 하는 말이잖아요? 집에서 새를 한마리 만 키워보세요. 그런 말이 나오나. 재롱 떠는 것이 강아지와 같은 고등 생물에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지금도 글 쓰는 저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는데요. 쓰다듬어주면 살포시 눈을 감구요. 손 안에서 데구르르 구르기도 했답니다. 온 집안의 귀염둥이 일 수 밖에 없었어요. 집밖에서 인기척이라도 나면 안에서 지지배배 울고 난리가 났어요(어서 들어오란 듯이) 이름도 지어 줬지요. 
우리 성씨가 문가이고 마침 그 때 즐겨보던 드라마가 온달과 평강공주를 각색한 드라마가 있어서 문과 온달의 달을 따서 문달이라고 이름 지어줬습니다. 숫 컷인 줄 알고(새 파는 집에서 숫 컷을 샀거든요)

그런데요. 그 해, 늦여름 어느날, 난리가 났습니다. 제 아내가 문달이를 손에 들고 집밖으로 나갔 던거예요. 집안에서는 손에 앉으면 전혀 날아가지 않았으니까 밖에서도 그럴 줄 알았던 거지요. 그런데, 난생 처음 세상 밖으로 나온 새는 아내 손을 떠나 바로 위 나뭇가지로 날아간 겁니다. 
우리 집사람이 당황해서 나에게 전화를 하는 동안에 새는 다른 곳으로 날아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집 나간 새를 찾을 수 있을까요? 저녁에 집에 온 둘째는 울고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문달이 찾아내라고. 동네방네 찾아 다녀도 집 나간 새를 어떻게 찾을 수가 있겠어요?

그런데 말이죠.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집사람은 아파트 주변에 계속 새모이를 뿌렸답니다. 
새가 날아간 지 사흘째 되던 날, 아파트관리원께서 그러는 거예요. 관리실 주변에서 문달이 같은 새가 모이를 먹고 있는 것을 보았노라고. 
그래서 아이에게 얘기해줬죠. "문달이가 아파트 근처에서 아직 살고 있나 보다" 그 말을 들은 아이 눈이 반짝이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학교 간다고 집을 나섰는데, 아! 근데, 말이죠. 잠시 후에 아이가 다시 들어오는 거예요. 어디서 짹짹 소리도 같이 들리면서 나가보니까 작은아이 손에 문달이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얼굴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구요.  

아이구야! 너 어디서 찾았니? 관리실 옥상에 있는 새를 보고 아이가 불러서 찾았답니다. 
여러분, 집 나간 새를 다시 찾았다는 말 들어본 적 있으세요? 실제 상황입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엄청 기뻤답니다. 마치 이산가족 상봉한 것 처럼요. 

그렇게 문달이는 다시 우리 품에 돌아왔습니다. 그 때 모 통신사 cf가 이런 게 있었어요.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우리 문달이가 그랬나 봐요.
처음 찾았을 때 꾀죄죄한 것도 그렇고, 모이 먹다가도 졸고…수시로 졸더라구요. 측은했어요. 
그렇지만 얼마 안가 다시 생기를 찾았답니다. 그렇게 문달이는 우리 집에서 다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부터 문달이 행동이 이상했어요. 자주 거울을 바라보는 거예요. 처음에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생각하니까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다른 새로 알고 그러는 것 같았어요. 그런 문달이의 외로워 하는 모습을 보고 결정했죠. 문달이의 짝을 찾아 주자고 그래서 이번에는 암컷을 샀습니다. 이름은 평강공주의 강을 따온 문강이로 지어주었어요.  

문강이가 집에 들어온 날, 새 두마리는 서로 어색해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문강이의 행동이 약간 이상했습니다. 기우뚱 거리구요. 윙컷을 했기 때문에 잘 날지는 못했지만, 여하간 부자연스러웠어요. 계속 관찰해보니까 이 새가 사람으로 치면 약간 지체부자유자 같은 장애가 있는 것 같더라구요(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가끔씩 날다가 떨어지고 기우뚱거리다가는 누워서 맴을 돌고, 보는 우리를 안타깝게 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잘 자라주어서 문달이와 문강이는 친구처럼 지내더니 드디어 부부가 되더군요. 그런데 말이지요. 나중에 보니까 숫컷으로 알았던 문달이가 암컷이고 암컷으로 알고 샀던 문강이가 숫컷이었던 거예요. 참 다행이지 뭐예요. 새장사 주인들은 뭘 보고 파는지 원.

우리집 새 문달이 이야기_1
왼쪽이 문달이랍니다^^

보금자리도 새로 장만해주고 둥지에 알도 낳고, 근데 말이죠. 새도 사람과 똑같아요. 물론 새알은 메추리알 보다도 작은데, 낳을 때 엄청 힘들어 하더라구요. 여러 번 낳다 보니까 나중에는 좀 수월해하던데… 그런데 낳은 알들이 부화가 안되는거예요. 둘째 아이가 인공부화기도 사면서 무지 애썼는데도 끝내 부화는 실패하였답니다. 
그리고 말이죠. 새가 두마리가 되니까 아, 얘들이 이젠 사람 곁에 안 오고 자기들끼리 노는 거예요. 문강이가 온 후로 두번 다시 문달이가 제 손에서 구르며 재롱떠는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게 무척 서운했는데요. 두 녀석이 사이좋고 금슬좋게 노는 모습을 보는 것도 또한 즐거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내에게서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았습니다. 문달이가 갑자기 죽었다고요. 옆에서는 둘째아이가 대성통곡하는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얼른 집엘 가보니 벌써 문달이는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있었어요. 저도 눈물이 나더라구요. 이렇게 갑자기 죽을 수가 있을까. 원인은 불명입니다.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아버님 산소 옆에 묻어주었지요. 문강이는 말을 못하지만 얼마나 슬펐겠어요. 숫컷이 암컷을 부를 때만 내는 독특하고 예쁜 울음소리가 있습니다. 혼자 있는데도 한동안 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마리를 더 사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숫컷을 샀어요. 문달이가 힘들어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죠. 이번에도 새장사 주인은 다른 종류를 주었답니다. 
울 아이가 청문조를 달라고 해서 받아왔는데, 커서 보니까 흑문조더라구요. 그렇게 모를까, 그래서 지금은 우리집에 흑문조 수컷 두마리가 놀고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둘은 수시로 싸운답니다. 싸우다가 또 사이좋게 모이도 먹고 목욕도 같이 하고(참, 새들이 얼마나 깨끗하게 자기 몸을 가꾸는 지 아시나요? 하루에도 몇번씩 목욕을 한답니다. 그리고는 자기 깃털을 하나씩 하나씩 다듬어요.) 
가끔 손님이 오면 신기해 하기도 하는데요. 여러분들도 새를 한번 집에서 키워보시지요. 새장에 가두지 마시고 집안에서 키우면 더 즐겁습니다. 물론, 새똥을 열심히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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